늦가을 대전 유성에서 만끽하는 추사(秋史) 특별전

기사등록 2026/10/11 10:09:02 최종수정 2026/10/11 10:21:46

성암미술관 11월 21일까지 탄생 240주년 기념 전시회

[대전=뉴시스] 대전 유성구 성암미술관에서 전시되고 있는 추사(秋史) 김정희의 소림모옥도(疏林茅屋圖)와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군란도(群蘭圖). (그림= 성암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대전=뉴시스] 조명휘 기자 = 올해는 추사(秋史) 김정희(1786~1856) 선생이 태어난지 240주년, 서거한지 170년이 되는 해다. 단군이래 이 땅에서 오직 한 명의 명필을 꼽는다면 제일 먼저 거명되고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이름이지만, 추사를 아는 사람도 없다는 말이 있다.

대전 유성구(온천동로 19-1)에 있는 성암미술관은 다음 달 21일까지 추사 선생 탄생 240주년 기념 특별전을 연다. 고미술 전문의 미술관이 2013년 '추사 묵연전' 을 전시한 이래 십 수년만에 두 번째 기획한 추사 전시다. 해마다 두 차례 열고 있는 정기 전시회로는 31차 째다.

1시간 가량 소요되는 해설을 찬찬히 들으면서 국립중앙박물관과 대구간송미술관, 예산 추사기념관 등 올해 여러 곳서 열린 추사전시와 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 추사가 졸한 11월(음력10월10일)에 맞춰 끝나는 마지막 전시회다.

추사 애호가들의 이목을 끌만한 작품이 여럿 나왔다. 추사가 문득 자신의 마음을 그림으로 나타낼 수 있게 됐다고 자평하면서 "이런 자화자찬의 얘기를 듣는 분들은 속으로 우스워서 밥을 먹다가 토할 것 같지 않나요?"라며 약간 쑥스러워 하면서도 자신의 예술경지를 자신감 있게 드러낸 소림모옥도(疏林茅屋圖)가 전시된다.

조선 후기 시·서·화 삼절(三絶)로 예술의 宗匠(종장)으로 불리는 자하(紫霞) 신위(申緯, 1769∼1847)의 화법조차 사람의 마음을 표현하는 경지엔 이르지 못했지만, 추사 자신은 스스로 예술의 경지에 올랐다는 조심스러운 고백이다. 자하 문하에 있던 추사는 자하를 뛰어넘었다. 간송미술관에 있는 소림모옥도나 소림모정도와 비교해 보는 맛도 있겠다. KBS TV쇼 진품명품 감정위원으로 활동했던 서예가 김선원 선생의 감정도 붙어있다.

평생지기 이재(彛齋) 권돈인(權敦仁, 1783~1859)과 함께 막역 친구로 꼽히는 초의(草衣)선사 의순(意恂, 1786~1866)에게 써준 반야심경, 초의가 맹호연과 이백, 두보 등 십여명의 시를 정갈하게 쓴 팔폭병풍, 석지(石芝) 채용신(1850~1941)이 그린 초의선사의 전신상도 눈에 띈다. 초의가 그린 다산정사도와 선생이 주희의 고향인 신안을 동경하면서 쓴 신안유거(新安舊家)도 내걸렸다.

선생의 스승인 초정(楚亭) 박제가(1750~1805) 선생이 그린 선유도와 부친 김노경(1766~1837)의 분재묵매도에선 師父의 정을 느낄 수 있다.
[대전=뉴시스] 추사(秋史) 김정희 선생 탄생 240주년 기념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대전 성암미술관.  *재판매 및 DB 금지
나이와 신분고하를 막론하고 교유했던 인사와 제자들의 작품도 함께 전시된다. 흥선대원군 석파 이하응은 부친 남연군의 소개로 추사의 제자가 된 뒤 추사에게 배워 석파란(石坡蘭) 별칭이 붙을 만큼 조선 제일의 蘭 대가가 된다.

추사는 예림갑을록(1849)에 14명의 제자들의 서예와 그림의 경지를 평가했다. 오랜 제주 유배생활에서 돌아온 뒤 제자들과 함께 작품 품평회를 열고 이를 기록했었다.

가장 아끼던 제자로 꼽혔으나 요절한 고람(古藍) 전기(田琦)의 그림을 비롯해 선생으로부터 압록강 동쪽 최고의 솜씨로 인정받은 소치(小痴) 허련(허유), 매화그림에 미쳐 매화두타(梅花頭陀) 별칭이 붙은 우봉 조희룡의 묵매도, 혜산 유숙, 운계 조중묵, 북산 김수철, 소천 유재소의 그림들이 줄줄이 전시된다.

붓 일천자루을 몽당 붓으로 만들고, 먹을 갈았던 벼루 열 개를 구멍을 내면서까지 노력한 추사의 열정을 느끼는데 부족함이 없는 전시회다. 사색하기 더없이 좋은 계절에 선생이 그토록 강조한 문자향서권기(文字香書卷氣)의 격조를 만끽해보자. 미리 전화예약을 하고 방문하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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