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 ‘비발디 작전’으로 슬로뱐스크·크라마토르스크 포위 시도 막아
남부도 포크로우스크 이후 진격 둔화…드론·지상로봇·디지털 지휘체계로 방어
뉴욕타임스(NYT)는 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이 북부 돈바스에서 수개월간 벌인 반격으로 러시아의 주요 도시 포위 시도를 저지했다고 보도했다.
북부 돈바스에서 러시아군의 흐름을 끊은 작전이 우크라이나군의 ‘비발디 작전’이다. 작전명은 작곡가 안토니오 비발디의 ‘사계’에서 따왔으며, 우크라이나군은 작전을 네 단계인 ‘네 계절’로 나눠 진행하고 있다. 러시아군이 슬로뱐스크·크라마토르스크 등 우크라이나가 장악한 주요 도시권을 북쪽에서 에워싸려던 지역이 주 무대다.
우크라이나군은 곧바로 공격에 들어가지 않았다. 현지 지휘관들에 따르면 우선 북부 돈바스에서 서서히 밀리던 방어선을 안정시키고 러시아군의 진격을 멈추는 데 상당한 시간을 들였다.
방어선을 안정시킨 뒤에는 러시아군의 보급망을 공격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 병력과 장비가 이동하는 도로와 철도를 집중 타격했다. 반격을 주도한 제3군단의 페트로 호르바텐코 중령은 송유관도 파괴해 러시아군의 연료 공급을 끊었다고 말했다.
지뢰전에서도 무인장비를 활용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로봇형 지뢰 제거 장비를 투입해 아군이 전진할 길을 열었고, 반대로 러시아군의 보급로에는 드론으로 지뢰를 살포했다.
이 같은 준비를 마친 뒤에야 본격적인 지상 공격을 시작했다. 러시아군 후방에서는 공중으로 투하한 지상 무인차량이 폭발물과 기관총으로 교란 작전을 벌였고, 전선에서는 장갑차를 앞세워 러시아 진지를 하나씩 밀어냈다고 우크라이나 지휘관들은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병사들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의 진격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이미 빼앗긴 지역으로 증원병을 보내 매복 공격을 당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이 공개한 집계에 따르면 비발디 작전 과정에서 러시아군 5000명 이상이 전사하거나 부상했고 약 250명이 포로가 됐다. 다만 NYT는 이 수치를 독립적으로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이 작전에서 자국군이 입은 피해 규모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군의 진격 둔화는 북부 돈바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핀란드 기반 전황 분석단체 블랙버드그룹에 따르면 지난 9월에는 러시아가 새로 차지한 땅보다 잃은 땅이 약 190㎢ 더 많았다. 러시아의 월간 순영토 성과로는 2023년 6월 이후 가장 나빴다.
전황 추적기관마다 집계치는 다르지만 올해 러시아가 새로 확보한 땅은 잃은 땅보다 조금 많은 수준이라는 데 대체로 의견이 모인다. 이는 러시아 국방부가 지난달 19일 올해 우크라이나 영토 2000제곱마일 이상, 약 5200㎢를 점령했다고 주장한 것과 큰 차이가 있다. 러시아의 초민족주의 성향 군사 블로거들 사이에서도 돈바스의 이른바 ‘요새 도시’들을 에워싸려는 작전이 제대로 풀리지 않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NYT는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무력이나 우크라이나의 영토 양보를 통해 돈바스 전체를 장악하는 것을 종전의 양보할 수 없는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이 전장에서 점령하지 못한 지역까지 넘기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제안을 거부해왔다.
러시아군은 올해 초 포크로우스크를 장악한 뒤 북쪽으로 조금씩 진격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정예 여단들을 투입해 방어선을 다시 세우면서 러시아군은 당초 노렸던 전략 목표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우크라이나 병사들과 군사 분석가들은 평가했다. 러시아군은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지금도 하루 수백명의 병력을 공격에 투입하고 있다고 우크라이나 지휘관들은 전했다.
남부 방어선 안정에는 ‘델타’로 불리는 디지털 전장관리체계도 역할을 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 시스템을 이용해 전선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고 러시아 돌격조를 빠르게 찾아 대응했다. 대량 생산한 드론과 전선 전역에서 수만 차례 임무에 투입된 지상 무인차량도 방어 효율을 높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군은 대규모 기갑 돌파보다 소수 병력을 우크라이나 진지 뒤로 침투시키는 전술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병사 한 명이나 소규모 조가 정찰·공격 드론이 빽빽하게 떠 있는 수㎞ 폭의 이른바 ‘살상지대’를 통과한 뒤 우크라이나 방어선 후방에 숨어 있다가 병력을 모아 공격하는 방식이다. 배로스 선임 분석가는 드론 감시 구역이 넓어지면서 이런 전술도 인간이 버틸 수 있는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침투전은 양측 병력이 뒤섞여 어느 쪽이 완전히 통제한다고 말하기 어려운 ‘회색지대’를 넓히고 있다. 우크라이나 경찰 소속 ‘류트’ 합동돌격여단의 올렉산드르 라셰우스키 대령은 현재 돈바스에서는 지도에 한 줄을 긋고 그 선을 기준으로 양측의 통제지역을 나눌 수 없을 만큼 나무숲과 건물, 도로, 보급로 하나하나를 놓고 전투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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