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10년물 국채금리 24년 만에 장중 5.35%…채권펀드엔 닷새간 264억달러

기사등록 2026/10/06 14:18:39

채권가격 급락에 美종합채권지수 올해 수익률 마이너스

높아진 이자수익 매력 부각…올해 채권펀드 유입 5200억달러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2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으며 채권시장이 흔들리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오히려 채권시장에 돈을 더 넣고 있다. 금리 상승으로 기존 채권 가격은 떨어졌지만 새로 투자할 때 받을 수 있는 수익률이 높아지면서 장기 투자 매력이 커졌다는 판단에서다.

5일(현지시간) 마켓워치에 따르면 미 국채시장의 기준물인 10년물 국채 금리는 이날 장중 5.35%까지 올라 2002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국채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반대로 떨어진다. 올해 국채 금리 급등으로 주택담보대출과 기업의 신규 차입 비용이 높아졌고, 40조달러를 넘어선 미 연방정부 부채의 이자 부담도 커지고 있다. 미국 채권시장 전반을 추종하는 블룸버그 미국 종합채권지수의 올해 총수익률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하지만 채권 가격 급락에도 투자자들의 자금은 오히려 채권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 채권 가격이 하락할수록 새로 살 수 있는 채권의 수익률은 높아지기 때문이다.

EPFR과 바클레이스 리서치 자료를 보면 지난 1일까지 최근 5거래일 동안 채권 상장지수펀드(ETF)와 펀드에는 264억달러가 순유입됐다. 직전 4주 평균인 102억달러의 2.5배를 웃돈다. 최근 주간 자금 유입 규모는 지난 6개월과 비교하면 상위 1% 수준이었고, 올해 들어 채권펀드에 유입된 자금은 5200억달러에 달했다.

찰스슈왑 금융연구센터의 쿠퍼 하워드 채권 리서치·전략 책임자는 최근 채권가격 하락이 단기적으로 투자자에게 손실을 안기지만, 장기 투자자에게는 더 높은 수익률로 채권을 살 기회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미 지방정부와 공공기관 등이 발행하는 지방채도 투자 대상으로 꼽았다. 미국 지방채의 이자는 일반적으로 연방소득세가 면제된다. 코로나19 사태 당시 지원금이 소진되는 가운데 학교와 교량 등 사회기반시설 투자를 위한 지방채 발행도 최근 늘고 있다.

다만 채권 금리가 여기서 더 오를 가능성은 투자자들이 감수해야 할 위험이다. 특히 물가 상승세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예상보다 더 올리면 만기가 긴 채권일수록 가격 하락 충격이 커질 수 있다.

그럼에도 현재처럼 채권 수익률의 출발점 자체가 높으면 추가 금리 상승에 따른 가격 하락을 이자 수익이 어느 정도 완충할 수 있다. JP모건자산운용은 4분기 전망에서 현재 금리 수준에서는 이런 '채권의 수학'이 이전보다 투자자에게 유리해졌다고 분석했다.

예컨대 시장 금리가 앞으로 1%포인트 더 오르면 기존 채권 가격은 하락하지만 높은 이자 수익이 손실 일부를 흡수한다. 반대로 금리가 1%포인트 떨어지면 이자 수익에 채권가격 상승까지 더해져 총수익률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

조이스 황 뱅가드 선임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런 구조를 두고 “그래서 채권을 좋아한다. 결국 수학”이라고 말했다. 뱅가드가 예상하는 주식의 장기 수익률은 연 4~7% 수준인데, 현재 주요 채권의 수익률도 이 범위에 들어오면서 주식과의 수익률 격차가 크게 좁아졌다는 설명이다.

그렇다고 투자자들이 장기채로 한꺼번에 이동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채권시장으로 들어온 자금은 단기·초단기 채권에 많이 몰리고 있다. 황 매니저는 일부 투자자가 현금에서 채권으로 옮겨가거나 주식 비중을 조금 줄여 채권을 늘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이 장기채를 여전히 경계하는 배경에는 2022년의 기억이 있다. 당시 인플레이션과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주식과 채권 가격이 동시에 큰 폭으로 떨어졌다. 황 매니저는 투자자들이 금리가 더 오를 위험을 걱정하고 있지만, 지금은 2022년과 달리 채권을 살 때부터 5% 안팎의 높은 수익률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리가 더 오르더라도 이자 수익이 채권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을 어느 정도 메워줄 수 있다는 의미다.

주식시장이 사상 최고 수준에 올라 있다는 점도 채권의 상대적 매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마켓워치는 인공지능(AI) 관련 주도주가 흔들릴 경우 주식시장이 큰 폭으로 조정받을 가능성도 투자자들이 생각해야 할 위험이라고 짚었다.

세대 변화도 자금 이동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황 매니저는 주택 구입이나 결혼 등을 앞둔 밀레니얼·Z세대가 가까운 시일 안에 써야 할 돈의 일부를 주식에서 빼 채권에 두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젊은층은 투자 기간이 길기 때문에 자산의 대부분을 여전히 주식에 둘 수 있지만, 개인 상황에 따라 전체 투자자산의 5~20% 정도를 채권에 배분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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