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포로 협상, 尹정부 때부터 비공개 전제로 협상해와
"러, 北포로 한국으로 보내면 (러·우)포로 교환 그만두겠다"
젤렌스키 유엔 연설 귀띔받은 조현 '비밀유지 깨지 않길' 문자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금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포로들이 잡혀 있지 않나. 그런데 러시아가 북한군 포로를 한국으로 되돌려 보내면 포로 협상, 포로 교환을 그만두겠다고 했다"며 대신 러시아 측은 북한군 포로의 신병을 넘겨받는 대가로 "우리(러시아)한테 주면 엑스(X)명 또는 엑스엑스(XX)명, 수십 명 얘기도 있었다. 그러나 수천명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북한군 포로 송환 비공개 합의와 관련한 '비공개'의 범주에 대해선 "비밀의 카테고리 범주는 이 사안 전체"라며 "그중에 어떤 것은 밝힐 수 있다, 이런 건 아니고 이 사안 전체를 비밀로 한다, 이런 것이었다"고 했다.
고위당국자는 북한군 포로 송환을 비공개하기로 한 합의에 관해 "지난 정부 때부터 (우크라이나로)가서 협의를 했는데 그때도 일단은 비공개를 전제로 하고 협상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리고 협상 과정 내내 이 문제는 (우크라이나)자기들이 센서티브하다고 느꼈다"고 언급했다.
북한군 포로 송환 협상 과정에서는 우크라이나 측이 우리 정부에 무기 지원과 같은 특정한 조건이나 대가를 요청한 사실이 없었다.
고위당국자는 조현 장관이 북한군 포로 문제에 대해 "국제법 그리고 대한민국의 헌법에 따라서 결정된다, 우리는 이것과 다른 어떤 보상이나 이런 것 하고 연계시키지 않는다, 이 점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특히 캐나다에서 G7 외교장관 회담 당시 조 장관이 우크라이나의 안드리 시비하 외교장관과 단독으로 만났을 때도 "이건 당신의 나라의 이미지와 관련된 것이고, 여기에 붙이려고 하면 좋지 않다"고 조 장관이 언급했다고 한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이 북한군 포로 송환이 공개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하자,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에서 공개적으로 반박한 배경에는 우크라이나 내부의 정치적 알력 다툼에 기인한 것으로 우리 정부는 보고 있다.
실제 젤렌스키 대통령의 포로 송환 전격 공개 이후 이 대통령이 유감을 표명하자, 발레리 잘루즈니 주영국 우크라이나 대사의 미디어 고문인 옥사나 토로프는 페이스북에 젤렌스키 대통령의 포로 송환 공개를 "쇼"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의 드미트로 리트빈 소통담당보좌관은 "한국과 포로 이송을 비공개하기로 합의한 바 없다"며 "특정 포로가 어디로 가는지 숨기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공개적으로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리면서 사실상 이 대통령을 저격한 셈이 됐다.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북한 포로 송환과 관련해 우크라이나 측의 요구로 비공개에 합의했으나 우크라이나가 이를 일방적으로 공개했다"며 "대한민국 대통령이 최대한 예의를 갖춰 아쉽다고 했더니 합의 사실이 없다고 상대국 국가원수를 거짓말쟁이로 만들었다"며 거듭 불쾌감을 드러냈다.
잘루즈니 대사는 현재 젤렌스키의 강력한 정치적 라이벌로 꼽히는 인물로, 전쟁을 운영하는 전략을 두고 젤렌스키 대통령과 갈등 끝에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에서 해임된 뒤 주영국대사로 발령 났다. 결국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이 코너에 몰리자 정치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이 대통령을 끌어들였다는 게 우리 정부 내부의 시각이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이 대통령 순방수행을 마치고 귀국 직후 지난달 27일 심야에 우크라이나 정부의 북한군 전쟁 포로 국내 송환 공개와 관련해 강력한 유감을 표시하고 공식적인 해명과 사과를 요구하는 입장문을 낸 배경도 "(우크라이나의)대통령실 언론 담당관이 그러니까, 우리 입장에서는 (언론담당관에 해당하는)홍보수석이 지난번에 메시지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고위당국자가 전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유엔 총회 연설 사실도 조현 외교부 장관에게 사전에 알려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연설 사실만 귀띔했을 뿐 북한군 포로 송환과 같은 구체적인 연설 내용은 공유하거나 귀띔하진 않았다고 한다. 이에 조 장관은 우크라이나 측에 북한군 포로의 한국 송환 사실이 알려질 것을 염두에 두고 '우리로서는 비밀유지를 깨는 것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문자를 보냈다고 고위당국자가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jh@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