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원료생산, 자회사·계열사는 약가우대 '사각지대'
정부 국산 원료생산 지원 확대…"현실 제대로 못반영"
[서울=뉴시스]황재희 기자 = 국산 원료의약품 생산기반 강화를 위한 정부의 약가 우대제도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자회사·계열사가 국내에서 생산한 원료를 사용하는 의약품은 ‘직접생산’으로 인정하지 않는 현행 기준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원료 자급화와 의약품 공급망 안정을 위해 약가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있지만, 실제 산업 현장에서 이뤄지는 원료 생산 전문화와 투자를 제도가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약가제도 개편을 통해 원료를 자사에서 직접 생산하거나 국산 원료를 사용한 국가필수의약품에 대해 약가를 68% 수준으로 우대하고, 원료 직접생산 의약품의 우대기간도 기존 1년에서 5+5년으로 확대했다. 3개사 이하 공급 시 추가 연장도 가능하다.
다만 완제의약품 제조사가 원료를 직접 생산하는 경우와 달리 자회사·계열사가 국내에서 생산한 원료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직접생산 의약품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 같은 기준은 원료 직접생산에 따른 약가 우대가 당초 취지와 달리 활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현재는 완제의약품 제조사가 직접 원료를 생산하는 경우에 한해 직접생산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과거의 기준을 현재 원료의약품 산업 구조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원료의약품은 생산설비와 기술, 품질관리 체계 등이 완제의약품과 달라 제약사들이 별도 법인을 통해 생산을 전문화하는 경우가 많다.
모회사가 자회사·계열사의 생산시설에 투자하고, 국내에서 실제 원료를 생산하고 있지만 생산 법인이 다르다는 이유로 약가 우대에서 제외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기업의 국내 생산 투자를 유도하려는 정책 취지와 실제 제도 운영 사이에 간극이 있는 셈이다.
특히 이번 약가제도 개편이 원료 자급화와 의약품 공급망 안정을 주요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에서는 생산 주체의 법인 형태보다 국내 생산시설에 대한 투자와 실제 생산 여부 등 실질적인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국산 원료 사용에 대한 약가 우대 범위 역시 현행 국가필수의약품 중심에서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가필수의약품 지정 여부와 관계없이 국산 원료를 사용하는 의약품까지 우대 대상을 확대해야 국산 원료 생산을 촉진하고 국내 공급망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제도 개선 요구는 개별 기업의 약가 우대 여부를 넘어 의약품 공급망과 보건안보 차원에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국내 원료의약품 생산기반을 유지·확대하는 것이 위기 상황에서 의약품의 안정적인 공급을 뒷받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산 원료 생산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정책의 목적이라면 생산 주체의 법인 형태보다는 실제 국내 생산과 투자 여부를 중심으로 제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며 “원료 생산을 전문화하고 국내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한 기업의 투자를 지원하기는커녕 약가 우대에서 배제하는 것은 제도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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