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소임 다하는 것 아닌지" 사형 선고 놓고 고심
"사회로부터 영구 격리 필요…선처 아냐, 종신 참회"
유족 "납득하기 어렵다"…검찰 항소 요청·사형 촉구
케이블타이 범행도구 인정안돼…증거인멸 쟁점전망
[전남광주=뉴시스]박기웅 기자 = 거리에서 귀가하던 여고생을 성범죄 목적으로 살해한 장윤기(23)에게 1심 법원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형 선고 여부를 두고 깊이 고심했다. 하지만 사형 선고에 필요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피해자 유족은 선고 직후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발하면서 항소를 예고했다.
광주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이정호)는 30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강간 등 살인, 살인미수 등 혐의로 기소된 장윤기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장윤기에게 신상정보 공개·고지 10년,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제한 10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30년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범행 동기와 수법, 결과, 범행 전후 정황 등을 종합하면 죄질이 매우 무겁고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형을 선고함으로써 법원의 소임을 다하게 되는 것이 아닌지 절실히 숙고했다"며 대법원이 제시한 사형 선고 기준 등을 고려하면 사형 선고에 필요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장윤기가 과거 성범죄와 스토킹·감금 범행을 저지르고 또 다른 범행 대상을 물색한 뒤 피해 여학생을 차량으로 미행해 살해한 점, 범행 뒤 세탁실과 미용실을 이용하는 등 태연한 모습을 보인 점 등을 지적했다. 수사와 공판 과정에서도 순간순간의 상황을 모면하는 데 급급했다고 꾸짖었다.
재판부는 사형과 무기징역 사이의 간극을 메울 가석방 없는 절대적 종신형이 현행법상 도입돼 있지 않은 점도 고려했다. 사형이 장기간 집행되지 않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사형을 선고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 등을 종합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부득이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형을 선고하는 진정한 양형의 이유는 피고인을 영구적으로 사회에서 격리해 수감 생활의 고통 속에서 종신토록 참회하게 하는 것이지 형 집행 단계에서의 일말의 선처를 예정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장윤기는 선고 내내 고개를 숙인 채 판결문을 들었다. 유족들의 흐느낌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책상만 바라봤으며 선고가 끝난 뒤 법정을 빠져나갔다.
유족들은 선고 직후 오열했다. 피해자 고(故) 이채원(16)양의 어머니는 선고가 끝난 뒤에도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유족 측 법률대리인단은 법원 밖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납득하기 어렵다"며 항소심에서 사형 선고를 이끌겠다고 밝혔다. 검찰에 항소를 요청하는 한편 사형이 아니라면 가석방이 불가능한 무기징역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윤기는 지난 5월5일 0시10분께 전남광주 광산구 월계동의 한 고등학교 인근에서 귀가하던 이양에게 성범죄를 목적으로 접근해 흉기로 살해하고 비명을 듣고 달려온 남학생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려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검찰은 지난달 31일 결심공판에서 장윤기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장윤기의 차량에서 발견된 케이블타이에 대해서는 범행 도구로 사용하려 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케이블타이가 범행 전후 지퍼백에 담긴 채 차량 수납공간에 그대로 있었고 범행 당시 이를 꺼내 사용한 정황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케이블타이에 대한 이번 법원의 판단은 당시 수사팀의 증거인멸 사건에서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광산경찰서 강력팀장 등은 차량에서 발견된 케이블타이를 압수하지 않고 현장감식 영상을 삭제한 혐의 등으로 별도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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