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만7000가구가 28조달러 보유…美 전체 부의 약 15%
증가분 14.5조달러 중 약 10조달러가 주식·펀드 상승서 나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부터 최상위 0.1%의 자산 증가 속도가 다른 부유층을 뚜렷하게 앞서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자료는 올해 6월 말까지의 자산을 반영한다.
연준은 주식과 주택 등 가계가 가진 자산에서 주택담보대출과 신용카드 부채 등 빚을 뺀 금액을 순자산으로 집계한다. 이를 토대로 미국 가계의 자산이 계층별로 어떻게 분포하는지 추산한다.
현재 미국 상위 0.1%가 보유한 순자산은 약 28조달러다. 미국 전체 가계 순자산 약 186조달러의 15%에 해당한다. 이 계층의 가구당 평균 순자산은 2억달러를 넘는다.
상위 0.1%에 들어가는 문턱도 높다. 가장 세부적인 연준 자료가 있는 2022년 기준으로는 순자산이 최소 4580만달러여야 했다. 이후 이 집단의 전체 자산이 약 50% 늘어난 만큼 현재 기준은 당시보다 훨씬 높아졌다고 WSJ은 설명했다.
이들은 일반적인 고액 연봉 직장인과도 성격이 다르다. WSJ은 여러 자동차 대리점을 소유한 사업주나 투자소득으로 생활하는 상속자 같은 사람들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경제학자 오언 지다와 에릭 즈윅이 연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상위 0.1% 가운데 37%는 사업에서 대부분의 소득을 벌었다. 자본이득이 주된 소득원인 가구는 26%였고, 임금과 급여가 주된 소득원인 가구는 10%에 그쳤다.
기간을 2019년 말부터 넓히면 상위 0.1%의 순자산은 모두 14조5000억달러 늘었다. 이 가운데 약 10조달러가 주식과 뮤추얼펀드 가치 상승에서 나왔다고 WSJ은 연준 자료를 토대로 분석했다.
상위 0.1%에 해당하는 가구는 약 13만7000가구다. 같은 기간 상위 10% 가운데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9.9%의 순자산은 38조2000억달러 늘어 증가액 자체는 더 컸지만, 이를 나눠 가진 가구는 상위 0.1%보다 거의 100배 많았다.
최상위 부유층은 이미 지난 수십 년 동안 높은 소득과 낮아진 세율 등의 영향으로 다른 계층보다 빠르게 부를 늘려왔다. 여기에 최근 기업 실적 호조와 기술주 강세가 겹치면서 자산 증가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고 WSJ은 전했다.
하위 절반과 비교하면 격차는 더 선명하다. 미국 하위 50% 가구가 가진 순자산을 모두 합쳐도 약 4조달러에 그친다. 이는 상위 0.1%가 2019년 말 이후 주식과 펀드에서 늘린 자산 약 10조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다만 하위 50%의 자산이 감소한 것은 아니다. 증가율만 놓고 보면 같은 기간 다른 어느 계층보다 빠르게 늘었다. 주택 가격 상승과 팬데믹 당시 정부 지원금이 은행 예금을 늘리고 빚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 영향이라고 WSJ은 설명했다.
미국 가계 전반의 자산 자체는 장기적으로 늘었다. 대학 교육을 받은 근로자의 임금 상승과 창업, 주식시장 상승이 수백만 가구의 자산을 키웠고 집값 상승도 주택 소유자의 순자산 증가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런 부의 증가가 모든 계층에 같은 폭으로 돌아간 것은 아니다. 자산 증가 흐름에서 소외된 가구도 적지 않고, 높은 물가는 10만달러 이상의 연봉을 받는 가구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증시 상승은 부유층의 소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일부 부유층은 크게 오른 주식 포트폴리오를 담보로 돈을 빌려 소비하고, 주식을 팔지 않은 투자자도 자산이 늘었다고 느끼면 지출을 늘리는 경향이 있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자산효과(wealth effect)’라고 부른다.
경제학자인 즈윅은 “주식시장이 크게 오르고 있기 때문에 주식시장에 더 많이 투자한 사람들에게는 정말 좋은 시기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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