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휴전 두 달 연장이 주요 성과…구체적 내용은 공개 안 해
시진핑 "AI 인간 통제" 강조…트럼프는 "지금 상태 그대로"
전문가들 "AI 협력 기회 놓쳐"…대만·이란서도 새 합의 없어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인공지능(AI)과 대만, 이란 등 핵심 현안에서 별다른 합의를 내놓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특히 AI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진 가운데 세계 양대 AI 강국인 미국과 중국이 관련 논의를 진전시킬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와 가디언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정상회담 기간 이란과 우크라이나 전쟁, 대만, AI 등 주요 현안을 논의했지만 뚜렷한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양국이 발표한 주요 합의는 지난해 10월 한국에서 체결한 무역 휴전을 두 달 연장하기로 한 것으로, 이 합의는 11월 만료될 예정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으로 "큰 진전"을 이뤘으며 "우리 농민들이 만족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 시진핑 "AI 인간 통제" 강조했지만…공동 대응책은 없어
특히 관심을 모았던 AI 분야에서는 별도의 합의가 나오지 않았다.
최근 AI 에이전트가 개발자들이 설정한 통제 장치를 벗어나 외부 시스템에 접근하거나 사이버 공격을 수행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미국 AI 업계에서는 첨단 AI 개발 속도를 조절하고 국제적인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하고 있다.
시 주석은 정상회담 기간 미국과 중국이 "AI를 선한 방향으로 개발하고 관리할 책임"이 있다며 AI 발전이 "항상 인간의 통제 아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의 미국 도착을 앞두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AI가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가 될 것이라면서도 "나는 정확히 지금 상태 그대로 두고 싶다. 중국의 입장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이후에도 구체적인 AI 합의 대신 시 주석이 자신이 사용하는 '초지능(super intelligence)'이라는 표현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NYT는 시 주석이 공개 발언에서 '초지능'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미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로 칸나 의원은 양국이 최소한 AI 안전을 논의할 기술 실무그룹을 구성할 수 있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칸나 의원은 "트럼프가 레이건과 고르바초프가 핵무기를 놓고 했던 것과 같은 획기적인 조약을 체결할 필요까지는 없었다"며 미국과 중국의 기술 전문가들이 AI 연구소와 관련한 권고안과 집행·검증 방안을 논의하는 실무그룹 정도는 만들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조너선 친 브루킹스연구소 중국센터 연구원도 "양국과 세계, 기술에 잠재적으로 변혁적인 순간을 맞고 있는데 이에 걸맞은 회담 대신 부조리한 연극을 보게 됐다"고 비판했다.
대만 문제에서도 새로운 합의는 발표되지 않았다.
중국 측 발표에 따르면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만 독립에 반대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데이비드 퍼듀 주중 미국대사는 미 행정부의 대만 정책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이란 문제에서도 구체적인 진전은 공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란 전쟁을 논의했지만 중국 기업들이 이란에 위성사진을 제공했다는 미국 측 문제 제기나 중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 문제 등 주요 쟁점에서 합의가 나왔다는 발표는 없었다.
NYT는 이번 정상회담이 양측이 무엇을 발표했는지보다 무엇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는지가 더 눈에 띄었다고 평가했다.
◆ 트럼프, 시진핑과 '개인적 관계' 강조…연내 두 차례 더 회동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기간 시 주석과의 개인적 관계를 거듭 강조했다. 백악관에서 차를 함께 마시고 새로 건설한 헬기 착륙장과 연회장 공사 현장을 보여줬으며, 국립문서기록관리청으로 안내해 미국 독립선언서와 헌법, 권리장전 원본을 함께 관람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들과 지지자들은 시 주석과의 개인적 관계가 미중 관계를 관리하는 그의 외교 방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줄리언 게워츠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중국 담당 국장은 "트럼프는 갈수록 방대한 미중 관계의 과제를 시진핑과 자신의 개인적 관계라는 좁은 문제로 축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두 정상은 올해 두 차례 더 만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며, 시 주석도 12월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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