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개발 속도 줄이자던 앤트로픽·오픈AI, 열흘 만에 반값 이하 신제품 기습 공개
메타 AI에이전트 '뮤즈', 2주 만에 250만 다운로드…수십억명이 쓰는 플랫폼 강점
무대 옮겨간 AI 전쟁… 성능 자랑 벗어나 '비용 절감'과 '일상 안착'이 승부처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와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최근 AI 개발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하지만 두 회사는 22일 불과 1시간 반 간격으로 새 모델을 공개했다. 두 모델 모두 화려한 성능 자랑 대신 가격을 깎고 처리 속도를 높이는 데 집중했다.
미국 포천지 등 외신은 이번 제품들이 성능을 크게 높인 모델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결국 두 공룡 기업이 실속 있는 기업 고객을 확보하려고 본격적인 가격 싸움을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메타가 일상 업무를 대신해 주는 개인용 AI 에이전트를 내놓으며 판을 더 키웠다. AI 대결의 중심이 '가장 똑똑한 모델'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서비스'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성능은 최상위급 유지… 이용료는 반토막
앤트로픽에 따르면 '클로드 오퍼스 5.5'는 대부분의 작업에서 최상위 모델 '클로드 페이블 5.1' 수준의 성능을 낸다. 일반적인 작업 기준 운용 비용은 전작 오퍼스 5보다 40% 낮다. API 정가는 100만 토큰당 입력 4달러, 출력 20달러로 오퍼스 5보다 20% 내렸고, 출력 속도는 30% 이상 빨라졌다.
오픈AI는 복잡한 코딩·에이전트 업무용 'GPT-6 솔'과 단순 대량 작업용 'GPT-6 루나'를 선보였다. 오픈AI에 따르면 솔은 입력 2달러·출력 10달러, 루나는 0.1달러·0.5달러다. 전작 GPT-5.6 솔·루나의 현행 프로모션 가격보다 50% 낮다.
두 회사가 앞다퉈 값을 내린 것은 기업들이 AI를 고객 상담, 문서 작성, 코딩 등에 매일 반복적으로 쓰기 시작하면서 이용료가 도입 여부를 가르는 핵심 기준이 됐기 때문이다. 값을 낮춰 더 많은 기업이 더 자주 쓰게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메타 '뮤즈', 쓰던 메신저에 '일하는 AI'
메타는 두 회사보다 앞선 8일 개인 AI 에이전트 '뮤즈(Muse)'를 미국에서 출시했다. 메타에 따르면 뮤즈는 질문에 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메일 발송, 여행 예약, 서류 양식 작성, 구매 등을 직접 처리한다.
뮤즈의 강점은 모델 성능만이 아니다. 메타가 보유한 왓츠앱·인스타그램·페이스북 등 수십억명이 쓰는 거대한 서비스 기반 위에 AI 에이전트를 얹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용자가 새로운 AI 서비스를 찾아 가입하고 사용법을 배워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사용하던 대화창에서 자연스럽게 AI를 호출할 수 있다.
뮤즈는 이용자별 전용 클라우드 컴퓨터인 '뮤즈 시큐어 VM'에서 작동한다. 이메일 발송이나 결제 같은 민감한 작업은 이용자 승인을 거친다. 기본 기능은 사용량 한도 내 무료이고 월 20달러·100달러 유료 요금제가 있다.
출시 초기 반응도 나타났다.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 자료에 따르면 뮤즈는 출시 약 2주 만에 250만건 넘게 다운로드되며 미국 앱 다운로드 순위 정상에 올랐다.
다만 과제도 적지 않다. 뮤즈가 일을 대신하려면 이용자는 이메일과 일정, 결제 수단까지 AI에 맡겨야 한다. 메타는 뮤즈가 이용자의 비밀번호나 결제 정보를 직접 볼 수 없고, 메일 발송이나 결제 전에는 반드시 승인을 받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최강 모델'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AI'로… 대중화 총력전
가격 경쟁을 부추기는 요인은 또 있다. 중국계 오픈 모델과 후발 AI 기업들이 저가를 앞세워 추격하고 있고, 최상위 모델 간 성능 차이도 좁혀지고 있다. 기업 고객 입장에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성능만 확보된다면 비용이 낮은 모델을 고를 가능성이 커진다.
이에 따라 경쟁력의 기준도 넓어지고 있다. 모델 성능뿐 아니라 이용자를 만나는 통로, 안전성, 업무·결제 도구와의 연결성이 함께 승부를 가른다. 오픈AI는 챗GPT 워크와 코덱스, API를 통해 기업 업무 현장을 파고들고 있고, 앤트로픽은 코딩과 지식업무를 앞세워 개발자와 기업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오픈AI와 앤트로픽이 최첨단 성능의 '개발 속도'는 늦추되 '시장 확산 속도'는 높이는 쪽을 택했다면, 메타는 처음부터 확산에 초점을 맞췄다. 수십억명이 이미 쓰는 자사 소셜 플랫폼 안에 뮤즈를 배치해 이용자가 따로 찾아오지 않아도 AI를 쓰게 만드는 전략이다.
AI 경쟁의 승부는 결국 모델 성능 못지않게 누가 더 많은 이용자의 일상과 업무에 AI를 안착시키느냐로 갈릴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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