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지휘부 "러, 동맹 과잉대응 유도할 수도"
英·발트국 "당장 직접 군사충돌 징후는 없어"
AP통신은 22일(현지시간) 존 스트링어 나토 유럽연합군 부사령관이 에스토니아에서 열린 안보회의 현장에서 AP와 인터뷰하며 이같이 말했다고 보도했다.
스트링어 부사령관은 푸틴 대통령이 갈수록 더 무모해지고 위험을 감수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나토 회원국들이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성급하게 대응하지 않아야 한다며, 푸틴 대통령이 동맹을 자극해 과잉반응을 끌어내려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트링어 부사령관이 특히 우려한 것은 러시아 드론의 나토 영공 침범이 우발적인지 의도적인지 가리기 어렵다는 점이다. 의도적 공격으로 판단될 경우 나토의 집단방위 원칙과 맞물릴 수 있기 때문이다. 북대서양조약 5조는 한 회원국에 대한 무력 공격을 전체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다른 회원국들이 필요한 지원에 나서도록 규정한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지난주 러시아가 나토 회원국을 상대로 드론이나 미사일을 의도적으로 공격한 뒤 사고였다고 주장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이에 공감을 표시하고 정부에 드론과 사이버공격으로부터 주요 기반시설을 보호할 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반면 영국 국방당국자는 익명을 전제로 AP에 푸틴 대통령이 현재 나토와의 직접 충돌을 추구하고 있지는 않다는 게 영국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당국도 심각한 확전 가능성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에드가르스 린케비치스 라트비아 대통령은 22일 유엔총회가 열린 뉴욕에서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집중돼 있으며 라트비아 국경 주변에서도 병력 증강 움직임이 관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현 상황에서 러시아의 직접적인 군사공격 가능성을 높게 보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독일 당국은 지난 8월 라이프치히 공항에서 연료가 가득 든 우크라이나 항공기 옆에 폭발물을 장착한 드론이 발견된 사건의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했다. 영국 당국도 지난달 런던 외곽의 드론 공장을 파괴하려던 러시아 측 계획을 저지했다고 밝혔다.
또 8월에는 에스토니아 방산업체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불가리아에서는 무기 저장시설이 폭발했다. 다만 이 두 사건은 러시아 소행이라고 공개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다. 러시아 정보기관은 온라인을 통해 파괴공작 가담자를 모집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모집된 이들 가운데 일부는 자신이 모스크바를 위해 일한다는 사실조차 모른다고 AP는 전했다.
이 때문에 사건을 사전에 찾아내거나 배후를 특정하기가 쉽지 않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5월 러시아가 서방을 상대로 비밀 공작을 벌이고 있느냐는 AP의 질문에 “입증된 사실 하나라도 대라”는 취지로 반박했다.
스트링어 부사령관은 러시아 드론의 나토 영공 침범이 우발적인 사고인지 의도적인 공격인지 구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을 막기 위해 GPS 신호를 교란하는 과정에서 러시아 드론까지 항로를 벗어나 나토 영공으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러시아가 드론 침범이나 교란 활동의 수위를 더 높일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모스크바가 실제로 확전을 결정했다는 뜻은 아니라고 말했다.
리처드 나이튼 영국 국방참모총장은 이달 초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더딘 진격을 이어가는 동안 50만명이 넘는 전사자를 냈다고 주장했다. 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에너지시설을 장거리 타격하면서 러시아 83개 지역 가운데 80곳에서 연료 부족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목표에서 물러날 조짐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발트국 지도자들은 겨울을 앞두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기반시설에 대한 공격을 강화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린케비치스 대통령 등은 앞으로 수개월 동안 기반시설 공격이 늘 수 있으며 외교적 진전도 적어도 내년 봄까지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미할 총리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묶여 있고 나토의 군사적 대응까지 감수해야 하는 만큼 푸틴 대통령이 현재 유럽을 상대로 재래식 군사공격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러시아의 사보타주와 사이버공격 등 “악의적 활동”은 푸틴 대통령이 군사적 목표를 바꾸기 전까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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