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초연부터 드라큘라와 사랑에 빠지는 미나 연기
"보시는 분들이 '또 해'라고 느낄까봐 출연 고민도"
데뷔 25주년 맞아…"'내 열정 가장 불러일으키는 일"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12년째 미나를 맡고있지만, 배우 조정은이 바라보는 미나는 조금 달라졌다. 경험이 쌓이면서 같은 대사와 장면도 새롭게 다가왔고, 인물을 표현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뮤지컬 '드라큘라'에 출연 중인 조정은은 22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열린 라운드인터뷰에서 이번 시즌 연기하는 미나에 대해 "조금 더 과감해진 것 같다. 의도한 건 아닌데 예전보다 극대화해 표현되는 것도 있다"고 소개했다.
'드라큘라'는 브램 스토커의 소설을 바탕으로 4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 여인을 향한 드라큘라 백작의 사랑을 그려낸 작품이다.
조정은은 2014년 국내 초연부터 드라큘라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는 미나를 맡아왔다. 2023년 10주년 시즌에는 다른 작품 출연으로 자리를 비웠다가 이번 시즌 다시 미나로 돌아왔다.
오랜 시간 같은 역할을 맡으며 자연스레 그가 그려내는 인물도 변화했다.
그는 "미나에 대해 접근하는 폭이 넓어진 것 같다"며 "초연 때는 지금보다 경험도 적었고 여러 가지 이유로 그게 최선이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경험이 쌓이고, 다른 작품도 거치면서 같은 말이나 상황, 장면도 다르게 다가와요. 그런 변화가 표현에도 나타나는 것 같아요."
이번 시즌 다시 미나를 맡기까지는 고민도 있었다. 그는 "제안은 감사했지만 네 시즌이나 참여하는 게 작품에 도움이 될까 싶었고, 보시는 분들이 '또 해'라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다시 미나를 선택한 데는 10주년 시즌에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조정은은 "개인적으로 이번 시즌을 저만의 10주년이라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며 쑥스러운 듯 웃었다.
이번 시즌 드라큘라 역에는 초연부터 호흡을 맞춰온 김준수를 비롯해 신성록, 전동석, 고은성이 나서고 있다.
조정은은 "같은 역할이어도 배우에 따라 다르게 느껴진다"고 했다. 특히 김준수에 대해서는 "그날의 컨디션과 상관없이 늘 혼신의 힘을 다하는 배우"라며 "공연하다 어느 순간 파트너로서 고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고 치켜세웠다.
이번 시즌 처음 '드라큘라'에 합류한 고은성에 대해서는 "자신만의 해석을 찾으려는 배우"라며 "그런 점이 신선하고 재미있다"고 말했다.
작품의 원작 소설은 1897년 출간된 후 130여 년 동안 꾸준히 재해석되고 있다.
조정은은 오랜 시간 이 이야기가 반복해 만들어지는 이유를 사랑에서 찾았다. 그는 "너무 구닥다리 같은 이야기지만 드라큘라가 신의 반대편에 서면서까지 사랑하는 여인을 향한 순애보를 보여주지 않나"라며 "영원한 사랑에 대한 갈망이 있기 때문에 이 이야기가 계속 다시 만들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01년 서울예술단 앙상블로 뮤지컬 무대에 첫발을 내디딘 그는 올해 데뷔 25주년을 맞았다.
조정은은 "이 일을 지금까지 하고 있게 될 줄 몰랐다"며 "제 성향이 어떤 일에 자신감 넘치거나 하지 않는다. 그래서 다양한 작품을 못하기도 한다. 배우로서의 재능을 의심하기도, 이 길을 쭉 가는 게 맞나 의심할 때도 있었다"고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그런 그에게 '드라큘라'는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2014년) '드라큘라'를 하면서 모든 의심이 사라졌어요. 나라는 사람, 이런 성향을 가진 조정은이란 배우가 분명해졌죠. 내가 나의 고유성을 잃지 않고 가도 되겠구나 하는 느낌표가 생겼어요."
지난 1월 열린 '제10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는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로 여우주연상을 받기도 했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라는 작품이 "높은 산처럼 느껴졌다"고 떠올린 그는 "그 상이 준 용기가 컸다. 뒤로 물러설 때가 아니라 '너의 길을 가면 된다'는 용기를 얻었다"며 미소 지었다.
이제는 단단한 확신을 가지고 자신의 길을 간다.
조정은은 "지금까지 이 일이 제일 재미있고, 내 열정을 가장 불러일으킨다"며 "25년 동안 해온 게 감사하고 할 수 있는 한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드라큘라'는 LG아트센터 서울 시그니처홀에서 다음 달 18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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