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지옥인데 웬 매입?…전문가가 꼽은 부동산 정책의 '엇박자'

기사등록 2026/09/23 05:00:00
[서울=뉴시스]한문도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과 초빙교수.(사진출처: 유튜브 경제원탑)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김하은 인턴기자 = 최근 수도권 전월세 물량이 줄고 가격이 치솟으면서 주거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현장 상황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왔다.

한문도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과 초빙교수는 지난 21일 유튜브 채널 '경제 원탑'에 출연해 현재 전월세 대란의 원인과 정부 대책의 문제점을 짚으며 이같이 밝혔다.

한 교수는 우선 전세 가격이 매매 가격 턱밑까지 오르면서 집을 사려는 수요가 서울 외곽으로 밀려나는 현상을 지목했다. 그는 "노원·도봉·강북이나 금천·관악·구로 같은 지역에는 전세 가격이 매매가의 70~80%에 달하는 단지들이 생겼다"며 "전세대출을 받으나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나 큰 차이가 없으니, 차라리 빚을 조금 더 내서 집을 사려는 심리가 작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 중심지는 집값이 이미 임계점에 다다랐다"며 "이에 따라 대출이 가능한 수도권 저평가 지역이나 지하철역이 새로 뚫린 외곽 지역으로 사람들이 몰리면서 그곳 집값까지 함께 오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의 전세난과 자금 부담을 견디지 못한 무주택자들이 대출 한도에 맞춰 수도권 외곽으로 밀려나면서, 외곽 지역의 집값마저 연쇄적으로 끌어올리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대책으로 내놓은 '전월세 안심 신탁' 사업에 대해서는 단기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전월세 안심 신탁은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공공기관에 맡기면 연 4% 수준의 이자 수익을 보장하고 주택 관리도 대신해 주는 제도다.

한 교수는 "이 제도는 집주인이 반드시 참여해야 하는 의무가 아닌 '선택제'"라며 "집주인 대부분은 보증금을 받아 다른 곳에 쓰거나 잔금을 치러야 하는데, 연 4% 수준의 수익률만 보고 돈을 맡길 일반 집주인은 5~10%에 불과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임대 아파트 건설사 등 대규모로 임대주택을 운영하는 기업에는 장기 저리 대출 등의 혜택을 묶어 유도한다면 공급 확대 효과를 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주택자에게 집을 팔도록 유도하는 세제 개편 방향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한 교수는 "등록임대사업자들은 임대료를 1년에 5% 이상 올리지 못해 서민들에게 가장 안정적인 전월세를 공급해 왔다"며 "이들에게 혜택을 없애 집을 팔게 만들면, 기존의 전월세 물량마저 매매로 돌아서면서 전세 품귀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빌라 전세사기를 막겠다고 아파트 등 모든 주택의 보증 한도를 일괄 축소하는 바람에, 정상적으로 짓고 있던 수도권 장기 민간임대 약 15만 채 규모의 사업장들까지 자금난으로 멈춰 섰다"며 탁상행정의 위험성을 꼬집었다.

아울러 집값이 폭락할 경우 정부가 주택을 직접 사들이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는 부적절한 타이밍의 발언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한 교수는 "지금 당장 집값과 전월세가 올라 살 곳을 잃어가는 판인데, 나중에 집값이 폭락하면 정부가 사들이겠다는 것은 생뚱 맞은 이야기"라며 "학교 갈 차비와 밥값이 없는데 '공부 열심히 하면 서울대 간다'고 말하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과거 2022년에는 금리가 0.5%에서 3.5%로 단기간에 급등해 시장 충격이 컸지만, 지금은 그 폭이 크지 않아 금리 상승에 대한 시장의 내성이 생긴 상태"라며 "정부 관료들이 시장 상황을 정밀하게 보지 못하고 엉뚱한 진단을 내놓고 있다. 대통령이 섣부른 발언을 하기전에 전문가와 현장의 목소리를 우선하여 더 꼼꼼히 듣고 검증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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