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정치 활동 피해자 '레즈비언' 암시 글
"사회적 평가 낮추는 사실 적시 해당할 수도"
"정치인으로 성평등 활동…비평 자유 인정돼"
성적 지향을 암시하는 표현은 처벌이 가능한 '사실 적시'에 해당하지만, 피해자가 정치 활동을 하던 인물이라는 점 등을 고려해 형사 처벌에서 배제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최근 인터넷 블로그 운영자 A(32)씨의 명예훼손 혐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이런 이유를 들어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A씨는 2021년 8월 자신의 블로그에 B씨를 향해 '레즈비언의 관계에서 남성 역할을 하는 '부치'는 남자 역할을 해야 하니 모든 남성을 적으로 생각한다'는 글을 올려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B씨는 당시 급진적 페미니스트 여성단체를 만들어 대표로 활동한 인물로, 2020년에는 여성의당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했으나 낙선한 이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심은 B씨의 성적 지향은 공적 관심사로 볼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해 유죄를 인정,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레즈비언이라는 단어는 성정체성을 나타내는 개념으로 가치중립적 표현"이라며 무죄로 뒤집었다.
대법원은 A씨가 글에서 B씨를 일컬어 성소수자로 암시한 대목에 대해서는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수 있는 사실의 적시로서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B씨가 여성의당 소속 정치인으로서 성평등과 관련된 정치적 활동을 하던 점, B씨의 관념은 공적 활동과 관련성이 있어 검증과 비평을 위한 표현의 자유가 폭넓게 인정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무죄를 유지했다.
대법원은 "우리 사회에 여전히 존재하는 동성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편견에 비춰, 피해자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공공연히 적시해 그의 인격이나 명예를 폄하하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강조하는 등 성적 지향을 표현하는 내용이나 방식, 맥락에 따라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침해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해자가 자신의 성적 지향을 단체 내부에서 밝힌 사실이 있어도 타인에 의해 일반 공중에 개인의 내밀한 성적 지향이 드러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라며 "(2심이) 단어의 가치중립적 측면만 중시한 채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사실의 적시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단정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해자가 정당에 속한 정치인으로 성평등과 관련한 정치적 활동을 하고 있었으므로 그의 관념은 공적 활동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검증이나 비평을 위한 표현의 자유가 넓게 인정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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