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압만 살짝 바꿔 초점 깊이 자유롭게 오가는 기술
[포항=뉴시스]송종욱 기자 = 카메라로 가까운 꽃과 멀리 있는 산을 동시에 선명하게 찍기는 어렵다. 하나에 초점을 맞추면 다른 하나는 흐릿해 진다. 우리 몸속을 들여다 보는 의료용 현미경도 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 렌즈를 움직이지 않고 전압만 살짝 바꿔 초점 깊이를 자유롭게 오가는 기술이 나왔다.
포스텍은 노준석·김철홍 교수 공동 연구팀이 전압 만으로 초점을 전환해 넓은 깊이 범위를 고해상도로 촬영하는 '이중 초점 메타렌즈 광음향 현미경'을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광음향 현미경은 레이저를 쏜 후, 혈관 같은 조직이 빛을 흡수하며 내는 미세한 초음파로 영상으로 만든다. 빛을 바늘 끝처럼 가늘게 모으는 방식은 마이크로미터 수준의 미세 혈관까지 볼 수 있을 만큼 정밀하다. 그러나 빛을 강하게 모을수록 화질은 좋아지지만, 그 선명함이 유지되는 깊이 범위는 오히려 좁아진다.
얇은 한 겹만 또렷하고 그 앞뒤는 흐려지니, 두께가 있는 3차원 조직을 한눈에 보기가 어렵다. 현재까지 렌즈·부품을 물리적으로 움직여 초점을 다시 맞춰야 했다. 시간이 걸리고 장치도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연구팀은 발상을 바꿨다. 부품을 움직이는 대신, 빛의 성질 자체를 조종하는 방법을 택했다.
핵심은 두 가지 부품의 조합으로, 하나는 빛이 어느 방향으로 회전하며 다른 깊이에 초점을 맞추는 메타렌즈, 또 하나는 전압을 걸면 빛의 회전 방향을 바꿔주는 '액정 셀'로, 스마트폰 화면에도 쓰이는 바로 그 액정이다. 이 둘을 붙이면 전압 조절 만으로 빛의 회전 방향이 바뀌고, 초점 깊이도 전환된다.
실제 전환에 걸린 시간은 0.25초에 불과했다. 마치 카메라 초점 링을 손으로 돌리는 대신, 스위치 하나로 원근을 바꾸는 셈이다. 이렇게 만든 시스템은 물속에서 0.91㎜ 차이가 나는 두 깊이에 번갈아 초점을 맺었고, 두 모드를 오가며 1.2㎜에 이르는 깊이 범위를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이 화학 물질로 각막에 화상을 입은 쥐의 눈을 살아 있는 상태 그대로 촬영했다. 얕은 초점에 각막에 새로 자라난 신생 혈관이, 깊은 초점에 2.2㎜ 깊이에 있는 홍채 주변 혈관이 선명하게 잡혔다.
노준석 교수는 "메타렌즈의 편광 다중화를 이용해 광학 부품을 움직이지 않고, 고해상도 초점을 깊이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며 "부품을 움직이지 않아 장치를 더 작고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어, 다양한 의료·산업용 영상 장비로 확장될 여지도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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