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국민 체감가치 연 2.3조…R&D 위해 가구당 연 10만원 지불 의사

기사등록 2026/09/21 16:17:59 최종수정 2026/09/21 17:26:25

전국 1010가구 조사…성공 기대 76.3%·장기 가치 지지 77.0%

국민 인식 반영한 'R&D-CVM' 적용…기존 방식과 추정치 2.11% 차이

STEPI "대형 R&D 편익 산정 때 국민 인식·태도 반영 체계 필요"

[서울=뉴시스] 윤현성 기자 = 누리호 5호 3단에 장착이 완료된 초소형군집위성 2~6호기의 모습. 금색 포장재로 쌓인 부분이 위성이다. (사진=우주항공청 제공) 2026.09.15. hsyhs@newsis.com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국민이 체감하는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연구개발(R&D) 사업의 경제·사회적 가치가 연간 약 2조3000억원으로 추정됐다. 전국 가구로 환산하면 가구당 매년 약 9만9000원을 누리호 사업에 지불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은 21일 '과학기술정책 브리프' 제69호를 통해 누리호 R&D 사업에 대한 국민의 지불의사금액을 조사하고, R&D 사업 특성을 반영한 가치 추정 모형인 'R&D-CVM'을 설계·적용한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진은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 공공재의 가치를 화폐 단위로 추정하는 조건부가치측정법(CVM)을 활용해 전국 1010가구를 조사했다. 국민에게 누리호 사업을 위해 앞으로 5년간 매년 얼마를 소득세로 지불할 의향이 있는지를 묻는 방식이다.

다만 기존 CVM은 소득이나 나이, 가구원 수 등 인구통계 정보를 중심으로 가치를 추정하는 만큼 성공 여부가 불확실하고 편익이 오랜 시간이 지나 나타날 수 있는 R&D 사업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에 연구진은 누리호 사업이 성공할 것이라고 보는지에 대한 '성공 기대'와 편익이 먼 훗날 나타나더라도 사업을 지지하는지에 대한 '장기 가치 선호도'를 함께 반영하는 R&D-CVM을 새로 설계했다.

◆국민 76.3% "누리호 성공 기대"…77%는 장기 가치에도 긍정적

조사 결과 누리호 R&D 사업이 성공적으로 완수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긍정 응답은 76.3%로 나타났다. 성공 가능성에 회의적이라는 응답은 1.7%에 그쳤고, 나머지 22%는 보통이라고 답했다.

누리호가 만들어낼 편익이 먼 훗날 실현되더라도 사업을 지지하겠다는 응답도 77%에 달했다. 이에 부정적인 응답은 3.4%, 보통은 19.6%였다. 연구진은 이를 토대로 누리호 R&D 사업이 국민 다수에게 높은 신뢰를 얻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국민 인식을 R&D-CVM에 반영해 추정한 누리호의 연간 경제·사회적 가치는 약 2조3000억원이었다.

연간 가구당 지불의사금액은 9만9138원으로 나타났다. 이를 2025년 기준 전국 약 2325만가구에 적용한 결과다. 국민 인식과 태도를 반영하지 않은 일반 CVM을 적용했을 때는 가구당 10만1271원, 전체 2조3500억원으로 추정돼 두 방식 사이에 2.11%의 차이가 발생했다.

이번에 산출한 2조3000억원은 매년 반복되는 연간 가치다. 정부가 과거 제시했던 우주발사체 기술 확보에 따른 약 3조원의 경제 유발효과가 개발 기간 전체에 걸친 생산·부가가치·고용 등 누적 시장가치를 뜻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이번 연구의 추정치에는 경제적 가치뿐 아니라 국민 자긍심과 국가 안보처럼 시장가격으로 직접 산출하기 어려운 사회적 가치도 포함된다.

◆성공 기대 따라 지불 의향 최대 66% 차이…"국민 인식 반영해야"

전체 추정액 차이는 2.11%에 그쳤지만 응답자를 인식에 따라 나누면 차이는 크게 벌어졌다.

누리호 사업 성공에 회의적인 응답자의 연간 지불의사금액은 R&D-CVM 기준 약 100억원으로, 일반 CVM으로 추정한 약 300억원보다 66.4% 낮았다.

반대로 성공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본 응답자의 지불의사금액은 R&D-CVM 기준 약 2조400억원으로 일반 CVM의 1조8700억원보다 9.2% 높게 추정됐다. 가구당으로는 각각 11만5216원과 10만5488원이었다.

장기 가치에 대한 인식에서도 같은 경향이 나타났다. 장기 가치 선호가 낮은 응답자의 지불의사금액은 R&D-CVM 기준 약 400억원으로 일반 CVM의 약 600억원보다 32.0% 낮았다. 반면 장기 가치를 높게 평가한 집단은 약 2조300억원으로 일반 CVM보다 8.5% 높게 추정됐다.

연구진은 이런 결과를 토대로 국민 여론이 아직 형성 중이거나 찬반이 엇갈리는 R&D 사업, 편익이 수십 년 뒤 나타나는 사업의 경우 기획 단계부터 국민 인식을 반영한 집단별 가치 평가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신뢰도가 낮은 사업은 사전에 국민 소통과 공론화를 진행하고, 향후 대형 R&D 사업 평가나 사업추진 심사에서도 기존에 계량화하기 어려웠던 경제·사회적 편익을 R&D-CVM을 통해 수치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누리호 발사 성공·실패나 사업 지연 등 국민 여론이 변할 수 있는 주요 시점마다 조사를 반복해 체감 가치 변화를 지표로 축적해야 한다는 제안도 내놨다. 이를 사업 기획·운영뿐 아니라 대국민 브리핑과 국회 보고, 홍보 등에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학효 부연구위원은 "R&D 사업의 가치는 국민의 인식 및 태도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러한 국민 인식을 R&D 사업의 기획·평가·환류 등 전주기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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