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받고 부적합자 안보실 파견받게 한 혐의
법원 "'北 무인기 사건 관련으로 보기 어려워"
"범죄 유형·목적 상이…증거 공통성 주장 배척"
"특검 수사대상 포함 안 돼…위법한 공소제기"
[서울=뉴시스]홍연우 기자 = 국가안보실 인사와 관련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윤재순 전 대통령실 총무비서관과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이 1심에서 공소기각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오세용)는 21일 윤 전 비서관과 임 의원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 혐의 1심 선고기일을 열고 윤 전 비서관과 임 의원에 대한 공소를 기각했다.
특검법이 수사·기소 대상을 법에 열거된 사건과 그 관련 사건 등으로 한정하고 있는 만큼, 재판부는 인사개입 혐의가 특검법상 수사 대상인 이른바 '무인기 사건'이나 그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2023년께 특정 군인의 국가안보실 파견에 개입했다는 이 사건과 윤석열 전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이 2024년 10월께 북한에 무인기를 침투시켜 비상계엄 여건을 조성하려 했다는 무인기 사건 사이 실행행위는 13개월의 간격이 있다"며 "범행 시기와 장소가 다르다"고 했다.
무인기 사건 관련자들과 윤 전 비서관, 임 의원 및 관련 실무자들 사이 공범 관계나 인적 중복이 없다는 점, 두 사건의 범죄 유형과 보호법익이 다른 점 등도 짚었다.
목적 역시 무인기 사건은 북한 영공에 무인기를 침투시켜 무력 충돌을 야기하고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을 조성하려 했다는 것인 반면, 이 사건은 특정인의 국가안보실 파견을 위해 인사에 개입해 개인적 이해관계를 도모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토대로 "두 사건이 달성하려는 목적과 달성을 위해 동원한 수단이 판이하게 다르고 범행 수단과 결과의 관련성을 찾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향후 무인기 작전 수행이나 비상계엄 사전 준비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고 국가안보실의 무인기 작전 관여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파견 경위를 수사할 필요가 있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 중령의 인사가 무인기 수행 포섭이나 범행 목적과 관련 있다는 특검의 주장에 대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했다.
이어 "압수물이 안보실 관계자에 대한 불기소 처분의 근거로 사용됐다는 사정만으로 증거의 공통성을 폭넓게 인정하면 영장 집행 과정에서 인지한 모든 범죄로 특검 수사 대상이 무제한 확장돼 특검법 취지에 반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검법이 정한 수사 대상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권한 없는 공소제기로, 절차가 법률에 위반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끝으로 "공소기각이 확정되면 새로운 수사 절차가 반복되게 돼 사법절차가 지연될 수 있으나 이를 이유로 적법절차 원칙을 포기할 수 없다"며 "적법한 수사기관이 수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적법한 공소권자가 다시 기소할 수 있으므로 적법절차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 사이의 조화를 도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 전 비서관은 2023년 국가안보실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대북정보융합팀 파견 직원 임용과 관련해 지인으로부터 청탁을 받고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과 당시 국가안보실 2차장을 지낸 임 의원 등에게 부탁해 적합자가 아닌 A 중령을 파견받도록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특검팀은 임 전 비서관과 임 의원 등이 윤 전 비서관이 받은 청탁에 따라 A 중령을 파견 근무시키자는 취지로 공모해 A 중령의 이력서를 담당 공무원들에게 전달하고, 선행 절차로 국가위기관리센터 파견근무 정원을 늘린 것으로 판단했다.
특검팀은 북한 무인기 투입 등 외환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인사 개입 사실을 인지하고 지난해 12월 윤 전 비서관과 임 의원을 재판에 넘겼다.
다만 인사 관여 의혹으로 함께 조사를 받은 임 전 비서관에 대해서는 수사 조력자 감면제도 취지 등을 고려해 기소유예 처분했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 7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윤 전 비서관에게 징역 5년을, 임 의원에게 징역 3년을 각각 구형한 바 있다.
당시 특검팀은 "단순히 특정 군인 한 명을 국가안보실에 파견한 것이 아니다"라며 "본질은 대통령 비서실, 안보실이란 최고 권력기관의 권한이 사적 인사 청탁 실현 수단으로 사용됐고 군 인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훼손된 데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과 안보실처럼 최고 권력기관 조직에서 사적 청탁에 인사가 좌우되면 공직사회 전반의 공정성과 법치주의에 대한 국민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면서 "책임에 상응하는 엄정한 형벌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윤 전 비서관은 무면허 인테리어 업체인 '21그램'이 산출한 대통령 관저 이전 견적서에 맞춰 공사비를 지급하기 위해 행정안전부 예산을 불법 전용하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로도 기소돼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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