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용 D램 공급 부족 틈타 점유율 첫 두 자릿수
텐센트와 장기계약…글로벌 PC 업체도 제품 검증
기술 격차 여전하지만 고객 협력·내수 기반 변수
[서울=뉴시스]박나리 기자 = 인공지능(AI)발 메모리 품귀가 중국 메모리 업체의 성장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업체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첨단 D램에 생산 역량을 집중한 사이, 범용 제품의 공급 부족을 틈타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점유율과 고객 기반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당장은 국내 업체와 기술 격차가 크지만, 메모리 호황기에 고객사와 납품·협력 관계를 쌓을 경우 장기적인 경쟁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CXMT는 전날 5세대 D램 기술 플랫폼 양산에 돌입했다고 알려졌다.
CXMT는 4중 패터닝 기술을 적용해 메모리 셀의 핵심 구조 간격을 11.95나노미터까지 줄였다.
새 플랫폼으로 만든 24기가비트(Gb) LPDDR5X 제품 2종도 양산하고 있다.
CXMT는 웨이퍼 한 장에서 생산할 수 있는 칩 수도 이전 세대보다 최소 50%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CXMT의 성장세는 점유율에서도 나타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CXMT의 올 2분기 글로벌 D램 매출 점유율은 10%로 집계됐다.
분기 점유율이 두 자릿수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2023년 1%에도 미치지 못했던 점유율은 지난해 2분기 4%, 올 1분기 8%에 이어 2분기 10%까지 상승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에 이은 4위다.
CXMT가 빠르게 몸집을 키운 배경에는 메모리 공급 부족이 있다.
AI 서버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주요 업체들이 HBM과 첨단 D램 생산을 우선하면서 상대적으로 범용 D램 공급은 빠듯해졌다.
메모리를 제때 확보하지 못한 스마트폰과 PC, 서버 업체들이 공급처 다변화에 나선 것도 후발 업체인 CXMT에 시장 진입 기회를 열어줬다.
실제 HP와 델은 메모리 가격 상승과 공급 부족에 대응해 CXMT의 D램 제품을 검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내 고객사와의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CXMT는 중국 빅테크 텐센트와 200억위안(약 4조1000억원) 이상의 서버용 D램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CXMT의 주요 고객에는 텐센트 외에도 알리바바클라우드와 바이트댄스, 레노버, 샤오미 등이 포함돼 있다.
대규모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제품 공급과 고객사 검증 경험을 함께 쌓는 구조다.
사업 영역은 D램을 넘어 낸드플래시로 넓히고 있다.
CXMT는 베이징 신규 공장에 낸드 연구개발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AI와 슈퍼컴퓨터용 저장장치에 CXMT의 낸드를 적용하려는 고객사와 공급 논의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CXMT가 당장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첨단 제품 경쟁력을 따라잡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올 1분기에도 CXMT는 DDR5 제품의 낮은 수율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현재의 공급 부족이 CXMT에 고객사와 장기 협력 관계를 형성할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고 본다.
메모리는 고객사의 시스템에 맞춰 성능과 전력 효율을 최적화하고 장기간 검증을 거쳐야 한다.
HBM 시장에서 엔비디아와 SK하이닉스가 오랜 협력을 통해 제품 경쟁력을 높인 것처럼, 공급사와 고객사 사이에 축적된 공동개발 경험도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메모리 업체의 기술력은 국내 선두 업체보다 7~8년 뒤처진 것으로 보고 있다"며 "그럼에도 지금 같은 공급 부족기에 레거시 제품부터 납품하고 고객사와 협력 이력을 쌓으면 장기적으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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