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푸드 즐기는 한국인…'이 질환' 위험 수준

기사등록 2026/09/21 14:08:05 최종수정 2026/09/21 15:44:24

한·중·일·홍콩 등 100년 데이터 분석

식습관·생활 환경 변화로 환자 급증

[서울=뉴시스] 왼쪽부터 서정국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박상형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양석균 대항병원 원장. (사진= 중앙대학교병원 제공)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크론병과 같은 염증성 장질환은 30년 전만해도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없는 병이었다.

하지만 동물성 지방과 정제된 탄수화물 섭취, 패스트푸드 등 식이섬유가 적은 서구화된 식습관과 환경·위생 개선, 영유아기 항생제 사용 등 생활 환경의 변화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 염증성 장질환의 유병률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정국 중앙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연구팀은 아시아 지역에서 지난 100년간 염증성 장질환(IBD)이 어떻게 증가해 왔는지를 분석하고, 앞으로의 의료 대응 방향을 제시한 연구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연구에는 역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 길라드 카플란(Gilaad G. Kaplan) 캐나다 캘거리대학교 교수를 비롯해 신지 오카바야시(Shinji Okabayashi) 박사 등 아시아 주요 국가의 염증성 장질환 연구진이 참여했다.

국내에서는 서정국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와  박상형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양석균 대항병원 원장이 공동 연구진으로 참여했다.

연구팀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중국, 홍콩,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5개 지역의 염증성 장질환의 발생과 유병률 변화, 질환의 역사적 흐름과 의료 체계의 발전 과정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특히 1920년대 일본에서 염증성 장질환의 첫 증례가 보고된 이후 약 100년간 축적된 역학 데이터를 바탕으로 경제 발전과 도시화에 따라 염증성 장질환이 확산되는 과정을 '발생기→발생률 급증기→유병률 누적기→평형기'의 4단계 역학적 진화 모델로 체계화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은 식습관의 서구화와 환경·위생 개선, 영유아기 항생제 사용 등 생활 환경의 변화와 함께 염증성 장질환의 유병률이 빠르게 증가하는 2단계(발생률 급증기)를 지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역시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따랐다. 2000년대 이후 염증성 장질환의 발생률이 가파르게 급증한 데 이어 현재는 환자가 지속적으로 누적되는 2단계 후반부에 해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존 환자뿐 아니라 신규 환자가 누적되면서 향후 의료·사회적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염증성 장질환은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으로 대표되는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젊은층에서 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환자가 장기간 생존하면서 고령 환자도 늘고 있어 장기적인 질환 관리와 생애주기에 따른 치료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다.

연구팀은 급증하는 염증성 장질환 환자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조기진단 인프라 및 다학제 진료 모델 구축 ▲고령 환자와 소아·청소년 환자를 위한 생애주기별 맞춤 치료체계 마련(소아-성인 이행기 케어) ▲생물학적 제제 등 고가 치료제의 경제적 부담을 낮추기 위한 합리적인 약가·급여 정책 등을 주요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하며 지속 가능한 진료 체계와 보건 정책 수립을 요구했다.

서정국 교수는 "염증성 장질환은 과거에는 주로 서구에서 발생하는 질환으로 인식됐지만, 최근에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전역에서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이번 글로벌 공동 연구는 아시아에서 염증성 장질환이 100년 동안 어떤 경로로 증가해 왔는지 통합적으로 정리하고 앞으로 누적될 의료 부담에 대비하기 위한 임상적·정책적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 임상 현장에서도 젊은 환자뿐 아니라 고령층에서 새롭게 진단되는 환자가 늘어나는 등 환자군이 점점 다양하고 복잡해지고 있다"며 "환자의 연령과 질환 특성에 맞는 표준화된 진료 프로토콜과 다학제 진료체계를 바탕으로 환자 맞춤형 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연구와 진료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서정국 교수는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에서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을 비롯해 대장용종, 대장암의 진단 및 치료 내시경을 전문으로 진료하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소화기학 분야 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 '란셋 소화기내과·간장학'(The Lancet Gastroenterology & Hepatology) 최신호에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염증성 장질환의 역학적 궤적: 발생률 증가에서 유병률 누적으로의 전환'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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