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 내가 볼 테니 와서 요리만 해라"
시아버지 칭찬 뒤에 숨은 며느리 노동 착취
[서울=뉴시스]서이현 인턴 기자 = 30년간 집안일을 도맡아 온 '사랑꾼' 시아버지가 며느리에게 집안 행사 음식을 번번이 맡기고 있다는 사연이 소개됐다.
21일 JTBC 유튜브 채널 '사건반장'에 따르면 사연자는 외동아들과 결혼한 지 1년 된 30대 호텔 조리사 출신 여성이다. 60대 시아버지는 시어머니에게 "평생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게 하겠다"며 살림을 맡아 왔지만 요리 솜씨는 서툴렀다.
발단은 첫 명절이었다. 시아버지가 어설프게 만든 갈비찜을 며느리가 맛있게 다시 만들어 칭찬을 받았다. 이후 시어머니 생신이 다가오자 시아버지는 손목이 쑤신다며 며느리 솜씨를 치켜세웠고, 떡갈비에 이어 손이 많이 가는 구절판까지 슬쩍 부탁했다.
시아버지는 "내가 서프라이즈로 뭐 좀 해 오려 하는데 눈도 침침하고 손목도 성치 않고 너무 쑤신다"며 "딴 건 다 필요 없고 떡갈비 하나 어떻게 안 되겠나?"라고 묻고는 "장은 내가 다 봐 놓을 테니까 와서 딱 요리만 해라"라고 했다.
결국 시어머니 생신과 결혼기념일, 시어머니 친구 모임 음식은 물론 설거지와 뒤처리까지 며느리가 맡았다. 시아버지는 과일과 차만 내놓고 생색을 냈다.
반려견 문제로 갈등은 더 커졌다. 시부모가 결혼기념일 여행을 떠나며 키우는 반려견을 맡아 달라고 요구했다. 부부의 여행 일정과 겹쳐 애견호텔이 대안으로 제안됐지만 시부모는 난색을 보였다. 남편은 "우린 여행 다음에 가면 된다"며 일정을 일방적으로 취소하고 출근했고, 결국 며느리 혼자 반려견을 돌봤다.
며느리가 불만을 털어놓자 남편은 오히려 역정을 냈다. 남편은 "아니, 널 딸처럼 대하는데 그 정도도 못 해 드리냐"고 말한 것이다.
추석을 앞두고 시아버지는 친척들의 전화를 받고는 "걱정하지 마라, 이번 명절도 내가 다 알아서 하겠다"고 말했다. 며느리는 이번에도 대규모 음식 준비를 떠안게 될 처지에서 어디까지 선을 그어야 할지 고민을 털어놨다.
박상희 샤론정신건강연구소 소장은 이번 명절에 관계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소장은 "이런 걸 지금 잘 처리하지 못하면 갈등이 생기면서 나중에는 보기 힘든 사이로 발전할 수 있다"며 "제일 걱정스러운 게 남편이다. 지금 남편이 방관자다"라고 짚었다.
박 소장은 "설거지는 남편이 하든가 장은 다시 아버지가 보든가 남편이 중심이 돼서 이 문제를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역할 분담은 남편 입을 통해 시아버지에게 분명히 전해야 한다는 취지다.
손수호 변호사도 남편을 문제의 핵심으로 꼽았다. 손 변호사는 "남편이 해결해야 하는데 지금 안 한다. 갑자기 스스로 성격이 바뀌어서 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연자가 남편에게 강한 압박을 해서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게 만들어야 좀 해결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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