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음악 여정 담은 첫 클래식 앨범 '라이프 이즈 어 드림' 발매
웨일스·가족·어린 시절 기억을 선율로…"제 작품의 영감을 줘"
자작곡 12곡 담겨…두다멜·필하모니아와 연주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어린 시절, 부모님, 그리고 웨일스에 대한 기억은 놀라울 만큼 선명하며 제 작품들 중 일부에 영감을 줬습니다." (앤서니 홉킨스)
영화 '양들의 침묵'·'더 파더'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영국 대표 배우 앤서니 홉킨스(88)가 클래식 작곡가로 데뷔하며 자신의 음악 세계를 선보였다.
지난달 21일 클래식 자작곡 12곡을 담은 음반 '라이브 이즈 어 드림'(Life is a dream)을 발매했다. 클래식 레이블 데카 클래식스와 지난 7월 계약을 맺고 선보인 음반으로, 발매 이후 영국 오피셜 클래시컬 차트 1위에 오르며 주목받았다.
홉킨스는 21일 뉴시스와 서면인터뷰에서 음반에 대해 "삶에 바치는 러브레터"라고 설명했다. 앨범은 그의 설명처럼 웨일스 성장 배경과 어린 시절의 풍경에서 얻은 영감을 음악으로 표현한 일종의 회고록이다. 그는 "인생을 하나의 긴 작별로 본다"며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우리는 무언가와 끊임없이 작별하며 살아간다"고 말했다.
홉킨스에게 음악은 연기보다 먼저 찾아온 예술이었다. 네 살 때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고, 여섯 살에는 즉흥 연주를 했다. 배우를 꿈꾸기 전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기도했다. 그는 앞서 "음악은 나의 첫 번째 바람이자, 첫 번째 소망"이라며 "평생 음악을 작곡해 왔다"고 밝힌 바 있다.
자작곡 12곡은 홉킨스가 지난 60년 간 음악에 천착한 결과물이다. 사람과 상상, 뿌리 등 삶의 여러 경험을 선율로 기록했다..
음반 발매 전 처음 공개된 '1947: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모음곡'은 1940년대 살았던 집을 둘러싸고 있던 거리와 초원, 농지, 산 등을 떠올린 음악적 초상이다. 그가 1963년 영국 리버풀 플레이하우스에서 배우로 활동하던 시기, 리허설 전 피아노에서 즉흥 연주를 해왔던 그가 떠올린 선율을 작품으로 작곡했다.
조국 웨일스를 향한 애정도 음반 곳곳에 담겼다. 음반의 4번 트랙 '마이 파더랜드'(My Fatherland)에는 웨일스 전통 선율을 녹였고, 가족을 향한 마음이 담긴 곡에는 아내를 위한 '스텔라 아리아'(Stella Aria)과 조카를 위한 '타라'(Tara)가 있다.
홉킨스는 "마음의 구조는 이미지로 생각하도록 돼있다"며 "종종 그 이미지들이 기억을 다시 불러오고, 제 영감의 근원이라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오랜 기간 천착해온 음악을 세상에 소개하는 것은 우연이었다. 홉킨스는 발매에 대해 "계획된 일은 아니었다"며 "모든 일은 알맞은 때에 일어난다. 제 음악이 구스타보 두다멜의 관심을 받게 되고, 음악 프로듀서 스티븐 바턴이 중심이 돼 모든 것이 예상치 못하게 하나로 모였다"고 말했다.
연주는 세계적인 지휘자이자 그래미 어워드 수상자 구스타포 두다멜이 이끄는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가 지난 4월 영국 런던 알렉산드라 팰리스에서 진행했다. 작업에는 피아니스트 세르지오 티엠포, 첼리스트 그레고리오 니에토, 바흐 합창단, 윈체스터 대성당 소년 합창단이 참여했다.
홉킨스는 "데카와의 계약은 평생의 영광"이라며 "음악이 구현되는 것은 상상을 넘어서는 꿈"이라고 했다. 또 "저명한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비르투오소 솔리스트 첼리스트 니에토, 피아니스트 티엠포와 협업은 진정한 특권"이라며 작업 소감을 밝혔다.
특히 자신의 음악을 구현해준 두다멜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는 "음악적 여정에서 예술성이 핵심적인 역할을 해준 두다멜에게 깊은 감사와 존경을 전한다"며 "우아하고 정밀한 지휘봉으로 각각의 음에 깊고 지워지지 않는 의미를 부여했고, 청자가 저마다 고유하고 개인적인 무언가를 느끼고 상상하도록 이끄는 회화적 풍경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두다멜은 앞서 음반사를 통해 "홉킨스는 하나의 매체를 넘어서는 창작의 목소리를 지닌 보기 드문 예술가 중 한 명"이라며 "무대와 스크린에서 보여준 그의 비범한 작업을 특징짓는 상상력의 깊이, 인간성, 감정적 진실성은 그의 음악에도 그대로 담겨 있다. 아름다움과 장인정신, 그리고 그 안에 살아 숨 쉬는 분명한 경이감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전한 바 있다.
홉킨스가 60년 넘게 이어온 음악 여정은 이번 음반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는 "영화음악을 작곡해 보고 싶다"며 "최근에는 즉흥적으로 새 곡을 만들고 있고, 그 곡을 오케스트라 편성을 발전시켜 보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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