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0일 케이스포돔서 5번째 월드투어 '더 레드라인' 출발
사흘간 3만1500명 운집
관성적 '연착륙' 거부…시스템의 한계선 뚫고 최고 출력으로 도약
무대 위 5인과 객석의 군 복무 도영·정우…결핍을 연대로 승화
얼음과 불꽃의 결합은 성립할 수 없는 형용모순이다. 그러나 정규 7집 '블링이(Blingy)'의 중심에 놓인 이 역설적 심상은 2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케이스포(KSPO) 돔에서 열린 그룹 '엔시티(NCT) 127'의 다섯 번째 월드 투어 '네오 시티 : 서울 – 더 레드라인(NEO CITY : SEOUL – THE REDLINE)' 마지막 날 무대를 관통하는 명징한 미학적 정의였다. 차가운 얼음의 형태를 유지한 채 내부의 열기로 스스로를 태워 올리는 푸른 화염. 10주년을 맞은 그룹을 둘러싸고 세간이 관성적으로 읊조리는 '연착륙'이라는 수사는 이곳에서 무력했다. 이들이 당도한 자리는 안락한 활주로가 아니라, 한계선(Redline)을 짓밟고 최고 출력의 상전이(相轉移)를 일으키는 열역학적 임계점(Critical Point)이었다.
◆차가운 규격 뚫고 발화하는 압도적 신체성
무대는 정교하게 설계된 얼음의 질서와 같았다. 케이스포돔의 암흑을 면도날처럼 베어내는 100여 대의 레이저와 금속성 사운드 스케이프는 그 자체로 견고한 시스템의 벽이었다. 그러나 멤버들은 그 냉각된 규격 속에서 안전하게 박제되길 거부했다. 오차 없는 동선 안으로 자신의 뼈와 근육, 거친 숨결을 남김없이 내던지며 기어코 마찰열을 일으켰다. 한계점이 시스템의 내구 한도를 가리키는 정지의 신호라면, NCT 127은 그 한계에 갇혀 침몰하는 대신 신체 에너지를 극한까지 밀어붙여 임계점을 뚫어냈다.
◆결핍을 연대의 윤리로 바꾼 5인과 2인의 약속
이번 무대의 가장 눈부신 성취는 결핍을 대하는 태도에 있었다. 마크의 탈퇴와 도영·정우의 군 복무로 마주한 5인 체제는 수치상 분명한 결손이다. 그러나 막내 해찬이 "지금 이 순간에만 볼 수 있는 한정판"이라 담담히 긍정했듯, 이들은 빈자리를 가리기 위해 조급한 분장을 덧칠하지 않았다. 간격을 넓히고 동작의 진폭을 키워 무대의 밀도를 스스로 채워 넣었다. 결핍을 회피하지 않고 온전히 응시할 때 생겨나는 팽팽한 긴장감이 무대를 한층 단단하게 지탱했다.
지난 18일부터 사흘 동안 시야제한석까지 3만1500석을 메운 관객들은 NCT 127이 축적해 온 10년이 낡아가는 트로피가 아니라, 매 순간 기대를 뛰어넘는 무대를 내놓겠다는 신뢰의 총합임을 이미 알고 있었다.
앙코르곡 '종이비행기'와 '터치(TOUCH)', '다시 만나는 날'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과거의 영광을 낭만화하지 않았다. "빠르게보다는 멀리 가겠다"는 묵직한 선언을 무대 위에 새겼다. 시스템의 피로를 비웃듯 임계점을 가뿐히 넘어선 NCT 127의 붉은 계기판은, 10주년이라는 분기점이 안식의 종착지가 아니라 더 뜨겁게 타오를 새로운 발화점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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