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1300명 삼킨 빙하 붕괴…"멀리서 태운 화석연료, 주민들이 대가 치러"

기사등록 2026/09/17 10:52:38 최종수정 2026/09/17 12:06:24

붕괴 직전 기온, 30년 평균보다 5도 높은 수준

영구동토 해빙·빙하 후퇴 지목…근본 원인 확정은 안 해

[타데(네팔)=뉴시스] 고승민 기자 = 7일(현지시간) 네팔 라수와 둔체 타데 마을에서 대홍수 실종자인 마을 청년의 장례식이 열리고 있다. 2026.09.07.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1300명 넘게 숨진 네팔·티베트 대홍수를 촉발한 빙하 붕괴에 기후변화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장기간 이어진 온난화가 빙하와 주변 산비탈을 약하게 만들어 붕괴를 부추겼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 가디언은 17일(현지시간) 임피리얼칼리지런던 등이 참여하는 국제 기후연구 협력체인 세계기상특성(WWA)의 연구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연구진은 재난 이전의 이례적인 고온과 빙하 후퇴, 얼어 있던 지반의 해빙 등에 주목했다.

지난달 26일 네팔 히말라야의 랑탕리룽산에서 면적 약 20만㎡에 걸친 빙하와 암석이 무너져 내렸다. 가디언은 이로 인한 네팔·티베트 홍수로 1300명 넘게 숨졌으며, 5000명 넘게 여전히 실종 상태라고 전했다.

무너진 빙하와 암석은 약 1400m 아래 계곡 바닥에 부딪혔다. 충돌로 얼음이 녹으면서 물과 얼음, 바위, 토사가 뒤섞인 급류가 생겼고, 시속 177㎞를 넘는 속도로 강을 따라 흘러내렸다.

[타데(네팔)=뉴시스] 고승민 기자 = 7일(현지시간) 네팔 라수와 둔체 타데 마을에서 대홍수 실종자인 마을 청년의 장례식이 열리고 있다. 2026.09.07. kkssmm99@newsis.com
급류는 하류의 주택과 마을, 도로, 다리 등 기반시설을 휩쓸었다. 살아남은 주민들도 교통로가 끊기면서 고립됐다.

연구진은 이번 재난을 특정 기상현상 하나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봤다. 수십년간 온실가스 배출로 기온이 오르면서 붕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여러 요인이 함께 악화됐다는 분석이다.

연구에 따르면 붕괴가 일어난 지역의 기온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산업화 이전보다 약 2도 상승했다. 올해 7~8월은 이 지역에서 관측 이래 가장 더웠으며, 붕괴 직전 며칠간 기온은 30년 평균보다 5도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타데(네팔)=뉴시스] 고승민 기자 = 7일(현지시간) 네팔 라수와 둔체 타데 마을에서 대홍수 실종자인 마을 청년의 장례식이 열리고 있다. 마을 주민들이 이를 지켜보고 있다. 2026.09.07. kkssmm99@newsis.com
히말라야에서는 기온이 0도가 되는 고도가 1980년대 이후 10년마다 약 100m씩 높아졌다. 연구진은 더 높은 곳까지, 더 오랜 기간 해빙이 일어나면서 장기간 얼어 있던 지반인 영구동토가 녹고 산비탈이 약해졌다고 분석했다.

기온 상승에 따른 빙하 후퇴도 붕괴 지점 주변을 불안정하게 만든 요인으로 꼽혔다. 주변 지형을 지탱하던 얼음이 줄어들고, 빙하가 녹아 생기는 물도 늘었다는 것이다.

2015년 네팔을 강타한 규모 7.8의 지진도 산비탈을 약화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다만 연구진은 이 지진이 지난달 붕괴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서울=뉴시스]지구 모습. 온난화 극지방 얼음이 녹는 현상이 지구 회전 속도와 회전축 변화에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유럽우주국 홈페이지) 2024.7.16.   *재판매 및 DB 금지
연구진은 기후변화를 이번 참사의 근본 원인으로 확정하지는 않았다. 기존의 지질 구조를 불안정하게 만든 요인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연구를 수행한 프리데리케 오토 임피리얼칼리지런던 기후과학 교수는 "네팔 주민들은 멀리 떨어진 곳의 화석연료 사용이 초래한 위기의 대가를 목숨으로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오토 교수는 온난화로 히말라야가 불안정해지면 지역 차원의 재난 대비만으로 하류 주민들을 온전히 보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화석연료에서 나오는 온실가스 배출을 더 빠르게 줄이지 않으면 앞으로 비슷한 규모의 재난이 더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WWA에 참여하는 적십자·적신월 기후센터의 마다브 우프레티 선임 기술고문은 네팔처럼 기후위기에 책임이 거의 없는 국가가 막대한 피해를 입는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기후위기에 취약한 국가가 자신들이 초래하지 않은 문제에 대처할 수 있도록 공정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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