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잡을 레이저 찾는 美 방산…핵융합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기사등록 2026/09/14 15:56:56

엑시머, RTX 투자 받고 레이저 방어체계 적용 검토

퍼시픽퓨전은 美 핵안보청과 핵융합 연구 협약

값싼 드론에 고가 미사일…회당 발사비 낮출 기술 모색

발전용 실증시설, 핵무기 안전성 연구에도 활용 추진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핵융합 발전을 추진하는 미국 스타트업들이 드론 요격과 핵무기 안전성 연구에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방산업체·핵안보 당국과 손잡았다.

13일(현지시간) 미국 IT전문지 테크크런치는 핵융합 기업들이 상용 발전이라는 목표를 유지하면서 국방 분야에서도 투자와 연구 협력 기회를 찾고 있다고 보도했다. 막대한 개발비가 필요한 이들 기업에 방산업계가 새로운 자금 확보 경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덴버에 본사를 둔 핵융합 기업 엑시머 에너지(Xcimer Energy)는 10일자 공동 발표문을 통해 RTX의 벤처투자 조직인 RTX벤처스로부터 지분 투자를 받고 기술 협력 협약을 맺었다고 전했다. RTX는 방산업체 레이시온을 거느린 미국 항공우주·방산 기업이다.

협력 대상은 짧고 강한 빛을 반복적으로 쏘는 펄스 레이저 기술이다. 두 회사는 엑시머의 레이저를 RTX의 방어체계에 통합해 드론 등 공중 위협에 대응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엑시머는 원래 이 레이저 기술로 핵융합 발전소를 개발하고 있다. 레이저로 연료를 강하게 압축해 가벼운 원자핵들이 합쳐지도록 하고, 이때 나오는 에너지를 전력 생산에 이용하는 방식이다.

회사는 현재 덴버에서 대형 레이저 실험장치인 '피닉스'를 가동하고 있다. 이 장치로 발전소에 필요한 레이저 기술을 시험하면서 규모를 키우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방산업계가 레이저에 주목하는 배경에는 드론의 확산과 요격 비용 문제가 있다. 기존 방공체계는 주로 드론보다 크고 수가 적은 유인 항공기 등을 상대하도록 설계돼, 값싼 소형 드론을 고가 미사일로 격추하는 상황이 생겼다.

테크크런치가 인용한 2017년 공개 일화가 대표적이다. 당시 데이비드 퍼킨스 미 육군 교육사령관은 미국의 한 동맹국이 200달러짜리 민간용 드론을 수백만달러짜리 패트리엇 미사일로 격추한 사례를 소개했다.

레이저는 발전기나 함정의 동력계통 등에서 공급하는 전기로 작동한다. 요격할 때마다 고가의 미사일을 소모하는 방식보다 회당 발사비를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방 협력은 레이저 무기뿐 아니라 핵무기 관련 연구로도 이어지고 있다. 핵융합 스타트업 퍼시픽퓨전(Pacific Fusion)은 지난달 25일 미국의 핵무기 관리 등을 담당하는 에너지부 산하 국가핵안보청(NNSA)과 핵융합 연구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발표했다.

퍼시픽퓨전은 지난달 뉴멕시코주 앨버커키에서 핵융합 실증시설 건설에 착수했다. 이 회사는 레이저가 아니라 짧은 시간에 강한 전기 펄스를 가해 연료를 압축하고 가열하는 방식을 쓴다.

회사가 제시한 목표는 2030년까지 장치에 미리 저장한 에너지보다 많은 에너지를 핵융합 반응에서 얻는 것이다. 전력망에 전기를 공급하기에 앞서 핵융합 장치의 에너지 수지를 검증하는 실증 단계다.

이 시설의 국방 용도는 핵폭발 시험 없이 극한의 방사선 환경을 재현하는 데 있다. 회사는 이를 통해 장비와 부품이 강한 방사선에 견디는지 시험하고, 미국이 보유한 핵무기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평가하는 연구를 지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핵융합 연구와 국방의 연결은 오래됐다. 핵융합 발전은 수소폭탄에도 쓰이는 핵융합 반응의 에너지를 전력 생산에 이용하려는 기술로, 민간 에너지 개발과 핵안보 연구가 함께 진행돼 왔다.

2022년 12월 미국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의 국립점화시설(NIF)에서 연료에 전달한 레이저 에너지보다 많은 핵융합 에너지를 얻은 실험도 이런 연결을 보여준다. 연구소는 당시 실험의 주된 목적이 보유 핵무기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검증하는 연구였다고 설명했다.

엑시머는 이번 RTX 투자가 자사의 핵융합 발전 개발계획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2030년대 중반 전력망에 전기를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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