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소비자보호·보상부문 부서장 확대 간담회
[서울=뉴시스]권안나 기자 = 금융감독원이 보험금 지급 과정에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험사의 보상업무 전반을 들여다본다. 태아보험 계약 전체 해지와 과도한 의료자문, 간병인보험 보험금 심사 등 최근 분쟁이 늘고 있는 사례를 중심으로 보험사에 소비자 보호 강화를 주문했다.
금감원은 14일 생명·손해보험협회와 39개 보험사 소비자보호·보상 담당 부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보험업계 소비자보호·보상부문 부서장 확대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간담회는 기존 소비자보호 부서장 중심의 소통 대상을 보상부문까지 확대했다. 민원이나 분쟁이 발생한 이후 대응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보험금 심사·지급 단계부터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금감원은 이날 최근 분쟁 사례를 공유하고 보험사의 업무 처리 과정에서 개선이 필요한 사항을 전달했다.
우선 태아보험의 계약 전 알릴의무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과도한 불이익을 주지 않도록 당부했다.
태아보험은 별도의 보험상품이 아니라 어린이보험에 태아가입특약을 붙여 출생 전 가입하는 형태다. 출생 전에는 태아가 주피보험자가 되고 임신부가 종피보험자로 포함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임신부의 과거 질병이나 수술 이력 등을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계약 전체가 해지될 경우 출생 이후 자녀에게 필요한 보장까지 사라질 수 있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실제 분쟁 사례에서는 임신부가 첫째 자녀를 출산할 당시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받은 사실을 계약 전에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둘째 자녀의 태아보험 전체 계약이 해지됐다. 금감원은 이 사례에서 자녀와 관련된 계약은 유지하는 방향으로 분쟁을 처리했다.
간병인보험의 보험금 심사 과정에서도 선의의 소비자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했다. 최근 간병인을 환자 가족으로 허위 등록하거나 실제 간병을 하지 않고 보험금을 청구하는 등 보험금 누수와 관련한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금감원은 보험사기 혐의가 있는 경우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지만, 이 과정에서 정상적으로 치료받은 환자에게 간병 필요성 등을 과도하게 입증하도록 요구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보험상품을 설계할 때부터 간병인이나 의료기관 등 보험사가 직접 통제하기 어려운 제3자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사전에 점검해야 한다는 주문도 내놨다.
의료자문을 둘러싼 보험사의 내부통제 강화도 요구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일부 보험사는 자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사안까지 의료자문을 진행하면서 보험금 지급이 지연되는 등 소비자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에서 뇌혈관협착질환 진단을 받은 환자에게 검사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의료자문을 요구하거나, 환자의 구체적인 상태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일부 하급심 판례를 근거로 심혈관질환 진단 여부에 대한 의료자문을 진행한 사례 등이 민원으로 제기됐다.
금감원은 의료자문이 필요한 사안인지 먼저 주치의 소견과 진료기록 등을 충분히 검토한 뒤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료자문을 진행할 경우에는 대상 병원 목록과 관련 절차도 소비자에게 충분히 안내할 것을 요청했다.
지난 6월 마련한 체외충격파치료 관련 분쟁조정 기준도 보험금 지급 과정에서 적절히 적용할 것을 주문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이날 비급여 관리 강화 이후 새로운 치료 항목으로 수요가 옮겨가는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업계는 도수치료의 관리급여 지정 이후 일부 의료기관에서 도수치료를 신장분사치료로 둔갑시키거나 두 치료를 묶어 고액의 치료비를 청구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며 금융당국 차원의 대응을 요청했다.
금감원은 보험사기 의심 사례에 대해서는 적극 대응하는 동시에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보건당국과 협력해 관련 동향을 살펴보기로 했다. 금감원은 지난 6월 건보공단과 정보 공유 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일부 요양병원에서 실손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진료비 일부를 돌려주는 이른바 ‘페이백’ 관행에 대한 공조도 강화한다. 금감원은 보험업계와 의심 요양기관 관련 정보를 공유·분석하고 보건당국 조사체계와 연계하는 등 대응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보험사들이 보유 중인 분쟁 건을 재점검해 수용 가능한 사안은 신속하게 처리하고, 특정 유형의 민원이 단기간에 급증하는 등 이상 징후가 나타날 경우 원인을 파악해 즉시 개선할 것을 당부했다.
올해 도입한 '분쟁 키맨(Key man)' 제도를 활용해 금감원과 보험사 간 분쟁 관련 소통도 이어갈 예정이다. 분쟁 키맨은 보험사별 분쟁 담당자를 지정해 금감원과 보험사 간 분쟁 사례와 처리 방향 등을 공유하는 제도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별·유형별 분쟁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특이사항이 발견되면 점검에 나설 것"이라며 "필요할 경우 현장조사도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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