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차단기 선점 '갑질' 철퇴…협의 과정 직접 개입
정당한 사유 없는 협의 거부·부당 요구시 '이용 제한'
[전남광주=뉴시스]이창우 기자 = 태양광·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 사업이 활발한 전남지역을 중심으로 전력망 부족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한국전력공사가 운영하는 변전소 또는 개폐소의 차단기를 먼저 확보한 선순위 사업자가 후순위 사업자에게 공동이용을 빌미로 과도한 대가를 요구하는 이른바 '전력망 알박기' 횡포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전이 전력설비 효율화를 위해 '차단기 공동이용 제도'를 도입했으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사적인 이익을 취하려는 부당 행위가 끊이지 않자 한전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내 차단기 쓸 거면 땅 넘겨"…도 넘은 전력망 선점 갑질
14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을 위해 변전소 차단기를 선점한 '대표 고객(기존 사업자)'들이 후순위 사업자의 전력망 접속 기회를 쥐고 흔들며 부당한 요구를 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일부 대표 고객들은 차단기가 하나라 공동접속이 어렵다는 핑계를 대며 후순위 사업자에게 태양광 발전 사업용으로 확보해 둔 토지를 넘기라고 강요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공동 접속 허용을 조건으로 특정 업체와의 발전소 건설 공사 계약을 체결하라고 압박하는 등 그 피해가 심각한 수준이다.
이뿐만 아니라 합리적인 비용 분담 수준을 넘어 1㎿(메가와트)당 6000만원에 달하는 막대한 전력망 이용료를 대가로 요구하는 '알박기' 사례까지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 전력망을 먼저 확보했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사적인 협상 대상이자 수익 창출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는 셈이다.
◆한전, 제도 개선 후 차단기 공동이용 늘었지만 갈 길 멀어
앞서 한전은 2024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전력망 알박기와 부당한 금전 요구 행위를 근절해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지자 지난해 4월1일 부로 '송배전용전기설비 이용 규정'을 개정해 차단기 공동이용 제도를 전면 시행했다.
한전이 배포한 '차단기 공동이용 제도 안내' 자료에 따르면, 차단기 수량 부족으로 전기설비 이용이 곤란한 경우 여유 용량이 있는 차단기를 여러 사업자가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개선 제도의 핵심이다.
제도 시행 이후인 2025년 4월부터 올해 8월 말까지 차단기 공동이용 건수는 375건으로 약 25% 증가했다.
하지만 공동이용 사례가 늘어남에 따라 사업자 간 분쟁 역시 덩달아 급증하며 체계적인 관리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개정된 규정에 따르면 기존 고객은 정당한 사유 없이 신규 사업자의 협의를 거부·지연할 수 없으며 부당한 요구를 할 경우 전기설비 이용 신청 효력이 제한된다.
◆한전 '사인 간 거래' 방관 안 한다…협의 과정 개입 강화
한전은 차단기 공동 접속을 둘러싼 갈등이 사업자 간 힘겨루기로 변질되자 '사업자끼리 알아서 협의하라'는 기존의 소극적 태도에서 벗어나 공동이용 신청부터 협약 체결까지 전 과정을 촘촘히 관리하기로 했다.
공동이용 희망 발전사가 사전에 한전 사업소를 통해 기존 고객 정보를 제공받아 협의 대상을 결정하고 신청하면 한전이 개입하는 방식이다.
특히 사업자 간 협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당 요구 여부를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적극 행사한다.
만약 사업부지 매각 압박, 특정 업체 공사계약, 과도한 금전 등 부당한 대가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사실이 확인되면 한전은 즉각 시정을 요구하고 불응 시 해당 사업자의 전력망 이용을 제한하는 등 강력한 제재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한전 전력 계통 운영 관계자는 "전력망 접속권이 설비를 선점한 사업자의 사적인 권리처럼 남용되지 않도록 관련 규정과 매뉴얼을 재정비하고 현장 직원의 교육을 강화했다"며 ""국가 전력망의 공공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관리·감독의 고삐를 바짝 죄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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