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밀 43%·콩 24% 뛰었다…기름값에 곡물까지 생활비 조인다

기사등록 2026/09/14 11:11:40 최종수정 2026/09/14 12:02:24

경유·비료비 상승에 농가 부담…기업 수익성도 압박

15~16일 FOMC…11일 시장이 본 금리 인상 확률 85% 넘어

[투바시티=AP/뉴시스] 2024년 3월4일 미국 애리조나주 투바시티의 한 식료품점에서 주민이 장을 보고 있다. 2024.03.04.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미국에서 밀·콩·옥수수 선물가격이 함께 뛰면서 기름값에 이어 먹거리 물가에도 상승 압력이 커졌다.

13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마켓워치가 인용한 금융정보업체 팩트셋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밀 선물가격은 43%, 콩은 24%, 옥수수는 20% 올랐다.

웰스파고 투자연구소의 메이슨 멘데스 글로벌 실물자산 애널리스트는 마켓워치에 "식품물가 상승 위험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고유가에 농산물 가격 상승까지 겹치면서 미국 소비자들의 생활비 부담을 더할 수 있다는 우려다.

선물가격은 앞으로 인도할 곡물의 거래가격으로, 매장에서 파는 식품의 소매가격과는 다르다. 미 노동부가 11일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따르면 계절조정 기준 식품물가는 전월 대비 0.1%, 외식물가는 0.3% 상승했다.

식료품점에서 구입하는 가정용 식품물가는 전월과 같았다. 달걀 가격은 2.9% 올랐지만 과일·채소 가격은 0.4% 내려 품목별로 흐름이 갈렸다.

마켓워치는 최근 농산물 가격 상승을 부추긴 요인이 품목마다 다르다고 설명했다. 콩은 중국의 미국산 대규모 구매 소식이 가격을 끌어올렸다.

[휠링=AP/뉴시스] 미국 경제가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고물가 장기화로 인해 계층 간 격차가 한층 깊어지는 'K자형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졌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3일(현지 시간) 발간한 경기동향보고서(베이지북)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사진은 2024년 1월19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휠링의 한 식료품점에서 고객이 물건을 고르며 가격을 확인하고 있는 모습. 2026.06.04.
옥수수 가격은 폭염과 가뭄에 따른 작황 악화 우려로 상승했다. 미 농무부(USDA)는 11일 발표한 9월 수급 전망 보고서에서 미국의 옥수수 단위면적당 예상 수확량과 전체 생산 전망치를 전달보다 낮췄다.

밀 가격에는 흑해의 해상 운송 차질이 영향을 미쳤다. 마켓워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흑해 운송로를 겨냥한 공격을 재개하면서 우크라이나산 밀 수출이 위축됐다고 전했다.

고유가는 농산물 전반의 생산비를 끌어올리는 공통 요인이다. 마켓워치는 이란 전쟁으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도는 가운데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농산물로도 번졌다고 전했다.

멘데스 애널리스트는 경유와 비료 등의 가격 상승으로 농가의 생산비 부담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비용 상승이 농가 경영을 압박하는 동시에 농산물 가격을 떠받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격 상승은 농산물에 그치지 않고 구리·우라늄 등으로도 확산됐다. 마켓워치가 인용한 팩트셋 자료에 따르면 20종이 넘는 원자재의 선물가격을 반영하는 블룸버그 원자재지수는 지난주(7~11일) 10여 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에서 거래됐다.

【내슈빌=AP/뉴시스】미국 일리노이주 내슈빌에서 11일(현지시간) 한 농부가 이상 고온과 가뭄에 말라 비틀어진 옥수수를 들고 있다. 2016.08.12
원자재 중개업체 마렉스의 가이 울프 글로벌 시장분석 총괄은 통화가치 하락 우려와 각국의 핵심 자원 확보 움직임, 대규모 설비투자를 원자재 전반의 가격을 밀어올리는 배경으로 꼽았다. 그는 구리 등 핵심 광물의 전략적 비축과 인공지능(AI)·재생에너지·전력망 투자 확대가 원자재 수요를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원자재값 상승은 기업의 수익성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마켓워치는 특히 공급 차질로 원료가 부족해 가격이 오르면 기업의 이익률이 낮아지고 주가에도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11일 미국 증시는 유가와 장기 국채금리 하락에 힘입어 4거래일 연속 하락을 끝내고 반등했다. 주간 기준으로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0.8%, 나스닥종합지수가 0.7% 하락했다.

투자자들에게 원자재는 식품·에너지 가격의 추가 상승에 대비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멘데스 애널리스트는 여러 원자재에 분산 투자하는 전략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가격이 조정받을 때 투자 비중을 늘릴 기회로 본다고 말했다.

물가 상승이 얼마나 오래 이어질지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판단에도 중요한 변수다. 마켓워치는 연준이 최근의 가격 상승을 일시적인 공급 차질의 영향으로 볼지, 수요에 의해 지속되는 인플레이션으로 판단할지에 주목했다.

[워싱턴=AP/뉴시스]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026년 7월29일 워싱턴 연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07.29.
금리를 올린다고 흑해의 전쟁이나 미국 농업지대의 가뭄을 해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반면 수요가 과도하게 늘어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는 금리 인상으로 소비와 투자를 억제하는 정책이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자산운용사 그레이엄 캐피털 웰스 매니지먼트의 스태시 그레이엄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채권시장에 반영된 향후 물가상승률 전망이 더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현재의 인플레이션 문제가 유가와 이란 전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11일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는 올해 말까지 최소 두 차례 금리 인상 전망이 반영됐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가 당시 선물가격으로 계산한 15~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의 금리 인상 확률은 85%를 웃돌았다.

울프 총괄은 연준이 앞으로 금리를 어떻게 움직일지 미리 알려주던 관행이 사실상 중단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원자재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때 연준이 어떻게 대응할지 투자자들이 예측하기 더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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