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로 온 AI…의료진 역할 이젠 달라질 것"[인터뷰]

기사등록 2026/09/14 10:25:26 최종수정 2026/09/14 10:58:27

김성훈 서울아산병원 교수…의료AI 기업 시그널 하우스 창업

"의료진은 AI 데이터 평가해 최적 치료 전략 최종 결정할 것"

"의료 AI도 '임상적 근거와 유용성 증명' 확보해야 병원 도입"

[서울=뉴시스] 김성훈 서울아산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지난 10일 의료 기술 사업화 콘퍼런스 'MEet 2026'에서 뉴시스와 만나 "로봇수술을 필두로 한 수술실의 디지털 전환과 의료AI의 확대는 마취과 및 수술실 의료진에게 든든한 조력자(Digital Assistant)이자 안전 파수꾼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한림대의료원 제공) 2026.09.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송종호 기자 = 인공지능(AI)이 환자의 이상 징후를 의료진보다 먼저 포착하고 위험을 예측하는 시대가 다가오면서 수술실 의료진의 역할도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의료AI의 확산이 맞물리면서 AI가 의료진의 판단을 대신하기보다 실시간 데이터를 분석해 위험을 알리고 치료 방향을 제안하는 조력자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성훈 서울아산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AI의 등장을 의료 현장에서 경험하며 이러한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김 교수는 지난 10일 의료 기술 사업화 콘퍼런스 'MEet 2026'에서 뉴시스와 만나 "로봇수술을 필두로 한 수술실의 디지털 전환과 의료AI의 확대는 마취과 및 수술실 의료진에게 든든한 조력자이자 안전 파수꾼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의료AI가 실제 임상 현장에서 의료진의 조력자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단순히 높은 정확도를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의료는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AI가 특정 판단이나 예측을 내놓았을 때 의료진이 그 근거를 이해하고 판단에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설명 가능성과 의료진 워크플로와의 자연스러운 융합을 꼽았다. 그는 "AI가 아무리 정확한 확률을 제시하더라도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에 대한 근거를 의료진에게 납득시킬 수 없다면 실제 임상 현장에서 신뢰를 얻기 어렵다"며 "블랙박스 형태의 AI는 의사의 책임 있는 의사결정을 도울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에는 생리학적 원리에 기반한 인공지능(Physiology-informed AI)도 주목받고 있다. 단순히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결과를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체의 생리학적 원리와 데이터를 함께 고려해 의료진이 AI의 판단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접근이다.

AI가 기존 의료진의 업무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것도 중요한 조건이다. 별도의 복잡한 입력이나 새로운 업무를 요구한다면 아무리 성능이 뛰어난 AI라도 실제 현장에서 활용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기존 모니터링 시스템이나 전자의무기록(EMR)에 AI가 자연스럽게 연동돼 의료진이 별도로 신경 쓰지 않아도 필요한 순간 핵심 정보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같은 변화는 특히 환자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대응해야 하는 수술실에서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 교수는 "로봇수술의 확산이 외과의사의 신체적 한계를 보완하고 수술 정확도와 치료 전략 등 진료 역량을 높인 것처럼, AI 역시 수술 과정에서 의료진의 판단을 보조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마취과 의사는 환자의 생체신호를 모니터에서 지속적으로 확인하며 상태 변화를 추적하고 필요할 경우 즉각 대응해야 했다. 앞으로는 AI가 생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위험 신호를 미리 알리고, 환자 상태에 따른 약물 투여 용량이나 처치 방향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업무 환경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의료진의 역할도 단순한 모니터링과 즉각적인 대응에서 벗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AI가 분석한 다양한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최종적인 치료 전략을 결정하고, AI의 판단을 감독하면서 환자의 전반적인 상태와 응급 상황에 보다 집중하는 역할이 중요해질 수 있다. AI가 반복적인 데이터 분석과 위험 신호 탐지를 지원하면 의료진은 환자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환자 중심의 진료에 더 많은 역량을 투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의료AI가 개발됐다고 해서 곧바로 병원에서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의료 현장에서 기업이 개발한 AI 기술이 도입되기까지 가장 큰 장벽으로 그는 '임상적 근거와 유용성 증명'을 꼽았다. 그는 "알고리즘의 높은 단순 정확도와 이것이 실제 환자의 치료 결과(합병증 감소, 사망률 저하, 입원 기간 단축 등)를 개선하는가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임상적 근거 마련은 개발 주체가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다"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송종호 기자= 1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의료 기술 사업화 컨퍼런스 'MEeT 2026'에서 진행된 패널 토론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제일 오른 쪽이 김성훈 서울아산병원교수. 2026.09.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이어 "또한 기존 의료 시스템(EHR/수술실 장비)과의 연동 및 표준화 문제도 실질적인 허들입니다. 병원마다 사용하는 의료기기 브랜드, EMR 시스템, 데이터 포맷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기업이 개발한 AI 솔루션을 실제 병원 환경에 적용하려면 이러한 보안·연동 장벽을 넘어야 한다"라고 했다.

아울러 "기술 도입에 따른 적절한 수가 보상 체계(수가 반영)가 미비하다 보니, 병원 입장에서는 신기술 도입에 따른 비용 부담 대비 유인이 부족한 구조적 한계도 어느 정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인허가 통과한 후, 신의료기술평가, 혁신의료기술 지정, 건강보험 수가 적용(비급여·급여) 등 복잡하고 다층적인 절차가 존재하지만, 이는 의료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당연히 감내해야 하는 요소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다만 현장에서 여러 의료AI 기업들을 만나보면 혁신 의료기술의 신속한 현장 진입을 위한 평가·수가 제도 단순화 및 선(先)진입 후(後)평가 제도를 보다 전향적으로 확대 적용해 줄 것을 요청하는 목소리들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한편, 김 교수는 중환자와 로봇수술 마취를 전문으로 하면서 의료기기와 의료AI 분야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아산생명과학연구소 연구개발(R&D)사업단 담당교수를 맡았으며, 병원 연구성과의 사업화를 위해 2021년 시그널하우스를 창업했다.

서울아산병원 임상연구팀에서 개발한 초기 알고리즘을 기술이전받아 고도화하고 있으며, 환자의 심장과 폐에서 발생하는 소리를 측정해 AI로 분석하는 수술 환자 모니터링 의료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김 교수는 연구중심병원 육성 R&D 과제에서 최연소 총괄책임교수를 맡았으며, 관련 연구가 2025년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에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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