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보안시설 가린 구글…韓 정밀 지도 반출 '초읽기'

기사등록 2026/09/10 06:00:00

위성·항공사진 속 국방부·국정원·사드 기지 등 블러 처리

내년 1분기 길찾기·내비 목표…이달 중 이행 자료 제출 전망

스트리트뷰 등 추가 조치 남아…정부·학계 검증 거쳐야

[서울=뉴시스] 구글 맵스 앱 로고 (사진=구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구글이 구글 지도와 구글 어스의 위성·항공사진에서 국내 군사·보안시설을 가림(블러) 처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구글 지도가 국내에 정식 출시된 지 18년 만이다.

정부가 정밀 지도 국외 반출 조건으로 제시한 핵심 보안 조치를 반영하면서 구글의 지도 반출을 위한 절차가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IT업계에서는 구글이 이달 중 정부에 조건 이행 결과와 관련 자료를 제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최근 구글 지도와 구글 어스에서 국내 군사·보안시설이 위치한 구역의 위성·항공사진을 블러 처리했다.
[서울=뉴시스] 9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최근 구글 지도와 구글 어스에서 국내 군사·보안시설이 위치한 구역의 위성·항공사진을 블러 처리했다. 사진은 구글 지도 내 청와대 구역 일반 지도(왼쪽)와 위성 지도. 2026.09.09. (사진=구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현재 위성·항공사진에는 청와대, 국방부,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과 성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 등 주요 주한미군 기지가 블러 처리돼 있다.

정부는 지난 2월 구글이 신청한 1대 5000 축척 정밀 지도 국외 반출을 조건부로 허용하면서 국내 군사·보안시설이 노출되지 않도록 위성·항공사진 등을 보안 처리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구글은 그동안 글로벌 서비스의 일관성 등을 이유로 국내에서 지도 데이터를 처리하는 방안과 군사·보안시설 블러 처리 등 정부가 요구한 보완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과거 두 차례 정밀지도 반출 신청 당시 정부의 허가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세 번째 신청에서는 국내 제휴기업이 보유한 서버에서 원본 데이터를 가공하고 군사·보안시설을 블러 처리하는 등 정부가 제시한 조건을 받아들였다. 이번 블러 처리도 구글이 지도 반출을 위해 해당 조건을 이행하는 과정으로 풀이된다.

◆내년 1분기 길찾기·내비 출시 목표…이달 이행 자료 제출하나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크리스 터너 구글 대외협력 정책 지식 및 정보 부문 부사장이 9일 서울 강남구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열린 구글 지도 기자간담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2025.09.09. jhope@newsis.com

업계 일각에서는 구글이 이달 중 국토교통부 국토지리정보원에 조건 이행 결과와 증빙자료를 제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구글은 차량·도보 길찾기와 내비게이션 등 국내에서 제공하지 못했던 지도 핵심 기능을 내년 1분기 중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관련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조건 이행 검증과 관계부처 협의, 국내 데이터 가공 등의 절차를 먼저 마쳐야 한다.

내년 1분기 중 관련 기능을 선보이려면 이르면 이달, 늦어도 다음 달까지는 관련 자료를 제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검증과 협의체 논의뿐 아니라 데이터 가공과 서비스 적용에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구글은 정부의 조건부 반출 허용 이후 국토부와 협의를 이어왔으며 지난주에도 세 차례 온·오프라인 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협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군사·보안시설 블러 처리가 확인되면서 조건 이행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현재 스트리트뷰(도로를 따라 촬영한 360도 거리 사진)에서는 일부 군사·보안시설의 모습이 여전히 확인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구글은 스트리트뷰와 구글 어스의 과거 시계열 이미지에 대한 블러 처리를 비롯해 좌표 표시 제한, 사후 수정 절차, 보안사고 대응체계 구축 등 나머지 조치를 마친 뒤 정부에 자료를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관련 자료는 공식 접수되지 않았다.

구글이 조건별 이행 결과를 제출하면 학계 전문가 등이 참여해 구글의 기술적 조치가 적절하게 적용됐는지 살필 전망이다.

이후 검증 결과는 국토부와 국방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정보원 등이 참여하는 측량성과 국외반출 협의체에 보고된다. 협의체 논의를 거쳐 정부가 조건을 충족했다고 판단해야 실제 정밀 지도 데이터가 제공된다.

◆웨이모도 韓 진출 채비…"지도 반출, 충분한 검증 필요"
[서울=뉴시스] 박영태 기자 = 7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 서울 호텔 그랜드 볼룸에서 열린 2026 글로벌 모빌리티 콘퍼런스에서 스티븐 한 Waymo 전무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6.09.07. since1999@newsis.com

한편 구글의 자율주행 계열사 웨이모는 최근 한국 법인을 설립하고 한국 시장 진출 의사를 밝혔다. 자율주행차 운행에는 도로 구조와 주변 환경을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는 지도·위치정보가 필요한 만큼 구글의 국내 지도 기반 사업 확대 움직임도 빨라지는 모습이다.

다만 학계에서는 구글의 서비스 개선 일정에 맞추느라 정부 검증이 성급하게 진행돼서는 안 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군사·보안시설 블러 처리의 정확성과 과거 시계열 이미지·스트리트뷰의 보안 조치, 좌표 정보 노출 가능성 등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반출 이후 새로 지정되거나 변경된 군사·보안시설을 신속하게 반영할 수 있는지, 보안 사고가 발생했을 때 정부가 실질적으로 대응·통제할 수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며 "국내 공간정보 산업과 데이터 주권에 미칠 영향까지 학계와 관계기관의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lpaca@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