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분할 2조5500억원…이혼 재산분할 액수로는 역대 최대
현금 아닌 현물…스마일게이트 주식 35%에 현금 650억 더해 지급
"지분 100%라 지배권 상실 위험 없다"…최태원 회장 사건과 정반대 결론
정관에 집중투표 배제 규정…이사회는 지키지만 특별결의는 단독 불가
서울가정법원 가사합의3부는 9일 이씨가 권 CVO를 상대로 낸 이혼 및 재산분할 소송에서 이혼 청구를 인용했다. 재산분할로 스마일게이트 등 주식의 35%와 현금 650억원을 이씨에게 이전·지급하도록 명령했다. 주식과 현금을 합한 분할 규모는 약 2조5500억원이다.
재판부는 혼인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났지만 양측의 책임은 대등하다고 판단해 이씨의 위자료 청구는 기각했다. 이씨가 2022년 11월 소송을 제기한 지 3년 10개월 만에 나온 1심 결론이다.
미성년 자녀의 친권자·양육자로는 이씨가 지정됐고 양육비는 월 2000만원으로 정해졌다. 이 부분은 양측 간 이견이 없었다.
◆'지분 100%'라서 주식으로 나눴다…SK 최태원과 갈린 결론
재판부는 권 CVO의 기여를 더 높게 봤다. 재산 대부분이 스마일게이트 주식이고, 회사 설립과 경영 과정에서 그의 판단이 결정적이었다는 것이다.
다만 이씨가 회사 전신의 지분을 보유하고 대표이사·이사로 등기됐던 이력, 장기간 가사와 양육을 전담한 사정도 직·간접 기여로 인정했다.
주목할 대목은 재산분할 방법이다. 재판부는 권 CVO의 순재산 약 7조3000억원 가운데 주식이 98%를 차지해, 주식을 처분하지 않고는 현금 2조5500억원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봤다. 비상장 주식이라 매각이 쉽지 않고 세금과 비용을 감안하면 현금분할이 반드시 유리하지도 않다고 판단했다.
결정적 근거는 지분율이었다. 재판부는 권 CVO가 지분 100%를 보유해 일부를 넘겨도 지배권을 잃을 위험이 없다는 점을 현물분할의 이유로 들었다.
최 회장 사건에서 서울고법이 "SK 주식은 회사 경영권 내지 지배권의 근거가 되는 측면이 있다"며 현금 9440억원 지급을 명한 것과는 정반대 결론이다. 두 재판부가 똑같이 지배권을 고려했지만, 지분 100%라는 조건이 역설적으로 현물분할을 가능하게 한 셈이다.
◆이사회는 지킨다…정관 속 '집중투표 배제'
경영권 자체는 흔들리지 않는다. 65%는 이사 선임 등 보통결의를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는 지분이다.
이사회 구성에서도 권 CVO 측이 우위를 지킬 수 있게 됐다. 상법은 지분 3% 이상 주주가 이사 2인 이상을 선임하는 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되, 정관으로 이를 배제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집중투표가 적용되면 소수주주가 의결권을 한 후보에게 몰아 이사를 선임할 수 있다. 스마일게이트 정관에는 이 배제 규정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가 35%를 확보하더라도 이사회에 자기 몫의 이사를 들이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배제 규정을 없애려면 정관을 바꿔야 하고, 정관 변경은 특별결의 사항이다. 이씨의 35%로는 불가능하다. 반대로 권 CVO의 65%로도 정관은 바꿀 수 없다. 결과적으로 그가 지분 100%를 보유하던 시기에 만들어진 현행 정관이 양측 누구도 손대지 못한 채 유지되는 구조다. 회사로서는 이사회 운영을 둘러싼 분쟁 가능성을 상당 부분 덜게 됐다.
◆그래도 남는 '거부권'…35% 주주와의 동거
다만 견제 수단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정관 변경과 합병, 영업양도, 이사 해임 등 특별결의 사항은 상법상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필요하다. 양측이 모두 출석하면 65%로는 3분의 2에 미치지 못한다. 이씨가 반대하면 통과시킬 수 없다.
35%는 소수주주권 요건도 모두 넘어선다. 주주제안권과 회계장부 열람청구권, 임시주주총회 소집청구권은 지분 3% 이상이면 행사할 수 있다. 이사회 진입은 막히더라도 회사 회계 자료를 요구하거나 주주총회에 안건을 올릴 수 있는 지위는 갖는 것이다.
스마일게이트는 올해 1월 홀딩스와 엔터테인먼트, RPG를 합쳐 통합법인으로 출범했다. '크로스파이어'와 '로스트아크'가 한 법인 아래 모인 만큼 이번 지분 이동은 그룹 전체 지배구조와 직결된다.
다만 이는 판결이 확정되고 주주명부 명의개서가 끝난 뒤의 이야기다. 1심 선고만으로 주식이 곧바로 이전되지는 않는다. 이씨 측은 당초 지분 절반을 청구했고 권 CVO 측은 현물분할 방식 자체에 이견을 보일 수 있어, 항소심에서 비율과 방법이 달라질 여지가 있다.
확정된다면 권 CVO는 경영권과 이사회를 유지한 채 거부권을 쥔 2대 주주와 회사를 함께 운영해야 한다. 혼인 관계는 끝나도 주주로서의 동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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