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다목적실 주민에 활짝…안민석표 '벽깨기' 현장을 가다

기사등록 2026/09/09 15:40:01

학생 생존수영·주민 생활체육 공존…지난해 13만여명 이용

"백문이 불여일견"…학교복합시설 100개 건립 'GGP' 제안

29개 시군·25개 교육지원청 협약…정책·예산·자원 연계 추진

[오산=뉴시스] 김종택기자 = 경기교육 벽깨기 협약식이 진행된 9일 경기 오산시 원동초등학교 스포츠센터에서 RAS1 생존수영 GO! GO!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공동취재) 2026.09.09. photo@newsis.com

[오산=뉴시스] 박종대 기자 = 9일 오전 11시께 경기 오산시 원동초등학교 스포츠센터 지하 수영장. 수영모를 쓴 어른들이 25m 길이의 4개 레인을 따라 힘차게 물살을 갈랐다. 학교 안에 들어선 수영장이지만 주민들이 운동을 즐기는 여느 생활체육시설과 다르지 않은 풍경이었다.

건물 외벽에는 화성오산교육지원청의 '학생생존수영교육 협력기관' 표지가 눈에 띄었다. 주민들이 생활체육을 즐기는 이 수영장은 학생들이 물에서 자신을 지키는 법을 배우는 교육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잠시 뒤에는 인솔자와 함께 온 초등학생들이 단체로 수영장에 들어서며 이곳의 또 다른 쓰임을 보여줬다. 이날 원동초에서 열린 '벽깨기' 협약이 내세운 학교와 지역의 자원 공유는 이미 이곳에 뿌리를 내렸다.

같은 시각, 지상 1층 다목적실에서도 주민들의 운동 수업이 한창이었다. 춤과 유산소 운동을 결합한 댄스로빅 수업이 진행됐다. 학생들의 교육 공간이 수업 시간에도 주민들을 위한 생활체육시설로 활발하게 쓰이는 모습이었다.

원동초 인근에 사는 이용은(45)씨는 "학생들이 수업할 때는 교육 공간으로 쓰고 남는 시간에는 주민들이 이용하니 시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 같다"며 "학교와 주민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시설이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17년 3월 문을 연 이 센터는 지상 2층·지하 2층 규모로 수영장과 다목적실, 실내체육관 등을 갖췄다. 다목적실에서는 요가와 줌바댄스, 댄스로빅, 라인댄스 등을 운영하고 초등학생을 위한 플라잉요가와 방송댄스 수업도 연다. 실내체육관에서는 배드민턴 강습과 자유 이용 프로그램을 운영해 연령과 관심사에 따라 운동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평소 배드민턴 강습과 주민들의 체육활동에 쓰이는 2층 실내체육관은 이날 '벽깨기 협약식' 행사장으로 바뀌었다. 안민석 경기도교육감과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은 학교와 지역의 자원을 공유하기 위한 협약서에 서명했다. 원동초에서 이미 실현된 학교와 지역의 자원 공유를 도내 각 지역으로 넓히겠다는 약속이었다.

안 교육감이 협약 장소로 원동초를 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학생과 주민이 공간을 함께 쓰는 이곳은 그가 추진하는 '벽깨기' 정책을 별도의 설명 없이도 보여주는 학교복합시설이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8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교육부장관과 자치단체장들이 직접 보면 자기 지역에도 이런 시설을 짓고 싶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원동초 스포츠센터는 학교와 지역이 각자의 자원을 모아 주민과 학생이 함께 이용하는 시설을 만든 대표 사례다. 국회와 교육부, 경기도교육청, 경기도, 오산시가 협력해 총사업비 77억원을 투입했다.

이용 실적도 학교복합시설의 쓰임을 뒷받침한다. 지난해 센터 이용객은 13만2895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68.5%인 9만981명이 수영장을 이용했다. 최근 오산스포츠센터가 시설 보수공사로 휴관하면서 원동초 스포츠센터를 비롯한 다른 공공체육시설의 중요성도 커졌다.

안 교육감이 추진하는 '벽깨기'는 행정기관 사이의 칸막이를 허문다는 기존 개념을 학교와 지역사회의 관계로 넓힌 정책이다. 교육행정과 일반행정으로 나뉜 정책과 예산, 인력, 시설을 연결하려는 전국 최초의 시도다.
[오산=뉴시스] 김종택기자 = 경기교육 벽깨기 협약식이 진행된 9일 경기 오산시 원동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통기타 수업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09.09. photo@newsis.com

안 교육감은 의미가 어렵고 추상적인 '거버넌스' 대신 기존에 사용되던 '벽깨기'라는 표현을 교육정책의 이름으로 가져왔다. 교육청과 지자체, 학교와 지역사회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서로의 자원을 함께 활용한다는 뜻을 보다 직관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다.

안 교육감이 '벽깨기'에 힘을 싣는 배경에는 학교의 인력과 시설만으로 모든 학생에게 충분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렸다. 교육청과 지자체가 따로 관리해온 예산과 부지, 전문 인력을 연결하면 학생의 배움과 주민의 생활 여건을 함께 개선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학교복합시설 조성이 공간과 행정의 벽을 허무는 정책이라면 지역의 인적·문화 자원을 학교 교육과 연결하는 일은 교육의 범위를 확장하는 작업이다. 안 교육감이 핵심 정책으로 추진하는 RAS 교육도 이런 협력을 바탕으로 한다.

독서(Reading)·예술(Arts)·스포츠(Sports)를 뜻하는 RAS 교육은 모든 학생이 독서를 생활화하고 악기와 운동을 한 가지씩 익히도록 하는 정책이다. 이를 실현하려면 학교 밖 강사와 문화·체육시설까지 교육 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게 안 교육감의 생각이다.

그는 이날 협약식에서 "모든 아이들에게 악기와 운동을 가르치려면 선생님들의 의지와 학교가 가진 자원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학교가 지역사회로부터 부족한 인적 자원과 시설을 지원받는다면 학생 누구나 문화 시민의 소양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안 교육감은 원동초와 같은 학교복합시설 100개를 앞으로 10년에 걸쳐 건립하는 '경기 황금 계획(GGP)'도 제안했다. 학교가 부지를 제공하고 교육청과 지자체가 건립비와 운영 방안을 함께 마련해 도심의 부지 부족을 풀고 재정 부담을 나누겠다는 것이다.
 
이날 용인·성남을 제외한 도내 29개 시·군과 25개 교육지원청은 업무협약을 맺었다. 용인시와 성남시는 행사에 참석했으며 추후 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협약에는 폰 프리(Phone Free·학교생활 중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는 문화) 확산과 RAS 인성교육 활성화, 학교·지역 인프라 공유, 교육예산 확충, 학교복합시설 협력 등 5대 공동과제가 담겼다. 기관별 협의에 머물지 않고 지역 특성에 맞는 교육사업을 함께 추진하는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게 목표다.

다만 학교복합시설을 100개로 늘리려면 건립 재원과 운영비 분담, 학생 수업과 주민 이용시간 조정 등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원동초에서 이미 자리 잡은 공유의 일상을 경기도 전역으로 옮기려면 이날 협약을 구체적인 실행계획으로 이어가는 일이 남았다.

안 교육감은 "가지 않은 길을 가는 데 가장 큰 적은 두려움"이라며 "주저하지 말고 교육청과 지자체가 협력하고 학교와 지역이 손잡고 함께 벽깨기를 감행하자"고 말했다. 이어 "지역과 학교가 협력하면 불가능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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