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우크라 항만·상선 공격…우크라도 러 곡물선 타격
우크라 8월 곡물수출 82만2000t…정상 물류 때의 21%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의 대표 곡창지대인 남부 미콜라이우주의 창고마다 황금빛 곡물 더미가 가득하지만 이를 사겠다는 상인을 찾기 어려워졌다고 보도했다.
미국 비영리 구호단체 머시코는 흑해 운송 차질이 계속되고 엘니뇨의 영향까지 겹치면 우크라이나 농가의 위기가 세계적인 식량 충격으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 농업정책·식품부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8월1일부터 26일까지 곡물 82만2000t을 수출했다. 항만과 물류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 같은 기간 내보낼 수 있는 물량의 약 21%다. 곡물과 유지작물, 식물성 기름 등을 합친 전체 농산물 수출도 잠재 물량의 3분의 1에 그쳤다.
러시아도 흑해와 아조우해의 항행 차질과 항만 기반시설 손상으로 수출이 급감했다. 러시아곡물연합 집계에 따르면 러시아의 8월 곡물 수출은 170만t으로 지난해 같은 달 590만t보다 약 71% 줄었다.
수출 차질은 러시아가 올해 우크라이나의 흑해 항만과 민간 선박을 겨냥한 미사일·드론 공격을 강화하면서 본격화했다. 전선과 가까운 지역에서는 농작물과 농기계, 농장 건물도 드론 공격을 받았다.
우크라이나는 도로와 철도, 다뉴브강 터미널로 수출 물량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의 공격이 이 물류망 일부로도 번진 데다 가뭄으로 다뉴브강 수위까지 낮아졌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대체 운송망이 가장 원활하게 가동돼도 필요한 수출 물량의 절반 안팎만 감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비슷한 수출 차질은 2022년 러시아의 전면 침공 직후에도 세계적인 식량 가격 충격을 불렀다. 이후 튀르키예와 유엔의 중재로 흑해곡물협정이 체결되면서 수출이 재개됐다. 러시아가 2023년 협정에서 탈퇴한 뒤에도 우크라이나는 자체 해상 통로를 가동해 수출량을 일부 회복했다.
이번 차질은 세계 시장과 우크라이나 농촌에서 정반대의 가격 움직임을 만들고 있다. 흑해 공급이 줄면서 국제 밀 가격에는 상승 압력이 커졌지만, 우크라이나 안에서는 운송비와 위험 부담이 불어나고 수출업자의 매수 수요가 사라지면서 농민들이 받는 가격이 떨어졌다. 일부 농가의 판매가격은 생산비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콜라이우주의 한 마을에서 농사를 짓는 빅토르 즈비리신(57)은 NYT에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곡물을 보관할 곳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즈비리신 농민의 집과 농장은 2022년 침공 초기 러시아 점령을 거치며 파괴됐다. 그는 최근에야 파편 자국이 난 벽돌을 모아 집 한 칸을 다시 짓고 농사를 재개했다.
같은 마을의 농민 로만 프라둔(35)은 목발을 짚고 창고를 걸으며 수확한 밀 한 줌을 들어 보였다. 당장 갚아야 할 돈이 있지만 현재 가격에 곡물을 팔면 손해를 봐야 한다. 그는 국제 구호단체의 도움으로 창고를 다시 지어 곡물을 보관할 수 있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와 세계식량계획, 머시코, 우크라이나 적십자는 저장공간 부족에 대응해 전선과 가까운 9개 지역 농가에 임시 곡물 저장시설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수출 차질이 이어지면 오는 11월 우크라이나의 곡물 저장공간이 800만~1100만t 부족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비키 에이컨 머시코 우크라이나 사무소장은 긴급 저장시설과 금융 지원은 시간을 벌어줄 뿐이라며 민간 선박의 안전을 보장할 새로운 곡물협정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협정 재개로 이어질 공식 합의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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