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 "승리하거나 빠져나올 계획 없이 같은 대응 되풀이"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일(현지시간) 이란전이 다시 격화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거듭 ‘완전한 승리’를 선언했지만 분쟁을 통제하거나 끝내지 못한 채 발이 묶였다고 진단했다. NYT가 인터뷰한 외교정책 전문가들은 미국이 전쟁에서 이기거나 빠져나올 전략을 찾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밤 트루스소셜에 “이란 국민은 언제 봉기해 싸울 것인가”라고 썼다. 지난 2월28일 전쟁을 시작하며 이란인들에게 정권을 장악하라고 촉구한 뒤 약 6개월 만에 같은 요구를 되풀이한 것이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 자신도 이후 이 목표가 말처럼 쉽지 않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전했다.
앞서 미 중부사령부는 1일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방공시설과 레이더, 해상 전력·시설, 기뢰 부설 능력, 통신시설을 공습했다고 밝혔다. 혁명수비대가 최근 호르무즈해협의 상선과 역내 미군을 공격하려 한 데 대한 대응이라는 게 미군의 설명이다. 이란은 중동 주둔 미군 거점을 겨냥해 미사일과 무인기(드론)를 발사하며 보복했다.
공화당 전략가이자 트럼프 1기 국무부 정무직을 지낸 매슈 바틀릿은 수사와 무력 사용 모두 같은 대응의 반복이었다며 “미국에는 전쟁에 어떻게 관여할지, 어떻게 이기거나 빠져나올지에 관한 계획이 없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실현하지 못한 이란 국민의 정권 장악을 다시 촉구한 것 자체가 전략 부재를 보여준다며, 쓸 수 있는 수단을 모두 거친 뒤 다시 첫 단계로 돌아간 셈이라고 평가했다.
그렇다고 미군의 작전이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아니다. 미 외교정책 싱크탱크 외교협회(CFR)의 마이클 프로먼 회장은 이란이 몇 년 전보다 근본적으로 약해졌고 미군이 전쟁 목표 상당수를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전쟁 초기 미·이스라엘 공습으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비롯한 이란 고위 지도부가 숨졌고, 미군은 이란 정규 해군을 전투 불능 상태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공군을 잃고 군경 급여도 지급하지 못하는 등 군과 경제가 붕괴했으며 물가상승률은 300%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란 통계센터가 집계한 8월 전년 동월 대비 물가상승률은 84.4%로, 트럼프 대통령의 수치와 큰 차이가 난다.
호르무즈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좁은 수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5년 하루 평균 약 2000만 배럴의 원유·석유제품이 이곳을 통과했고, 이 물량의 80%가 아시아로 향했다. 선박추적업체 케플러의 잠정 집계로는 1일 해협을 통과한 화물선이 4척으로, 8월31일 10척과 최근 10일 평균 13척을 크게 밑돌았다. 다만 일부 선박이 항해 중 위치 신호를 끄기 때문에 잠정치는 바뀔 수 있다.
프로먼 회장은 이를 비대칭 전쟁의 한계로 설명했다. 그는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군사력이 훨씬 약한 국가도 제한된 전력을 전략적으로 운용하면 큰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며 “이 때문에 미국도 목표를 100% 달성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전략은 이란과 거래하거나 제재 회피를 돕는 제3국까지 압박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러나 중국은 2025년 이란의 해상 원유 수출 물량 80% 이상을 사들인 최대 구매국이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1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을 만나 연대와 지원 의사를 재확인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두 나라와의 직접 충돌은 피하려는 만큼 경제 압박의 실효성에도 한계가 있다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전쟁이 미국 경제에 주는 부담도 떠안고 있다. NYT는 그가 전면 폭격 재개를 꺼리면서도 더 큰 공격을 거듭 위협하는 상반된 행보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미 싱크탱크 퀸시연구소의 칼레드 엘긴디 중동프로그램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소셜미디어 발언이 장기 교착에 빠진 자신과 공화당의 체면을 세우려는 것이라고 봤다. 그는 “사실이든 아니든 지지층을 향해 말하는 것”이라며 “말의 힘만으로 일이 현실이 되길 바라는 것 외에는 별다른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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