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독립서점 잇따라 폐점…“예측 불가능한 레드라인”도 한 요인

기사등록 2026/08/31 14:44:07 최종수정 2026/08/31 15:32:25

전직 기자들 설립 ‘류샤슈셔’ 서점, 30일 마지막 영업 후 문닫아

“홍콩 독립서점, 中 독자들의 안식처, 자유 세상의 창 제공”

[서울=뉴시스] 30일 마지막 영업으로 문을 닫은 홍콩 독립서점 ‘해브 어 나이스 스테이’에 많은 고객들이 찾아와 아쉬움을 나타냈다.(출처: 명보 홈페이지) 2026.08.31.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구자룡 기자 = 홍콩에서 중국 대륙의 지도자나 정치 상황에 대한 내용을 담은 책들을 판매해 온 이른바 ‘독립 서점’들이 잇따라 문을 닫고 있다.

◆ 점주와 직원 3명 체포 후 문 닫아

전직 기자들이 2022년 설립한 독립 서점 ‘해브 어 나이스 스테이(중국명 류샤슈셔·留下書舍)가 30일 마지막 영업을 했다.

이날 오후 1시 문을 열자마자 좁은 복도를 메운 50명이 넘는 고객들이 30분 넘게 기다렸다가 들어와 마지막 날의 아쉬움을 달랬다고 명보가 보도했다.

이 서점은 지난달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8월 30일 폐점을 공지했다.

이튿날 홍콩 경찰청 국가안전부는 서점을 급습해 점주와 직원 3명을 체포했다. 이들은 국가안전법 제24조 ‘선동적 행위’ 혐의로 기소됐으며 서점의 일부 책들은 압수됐다.

세 사람은 보석으로 풀려났으나 서점은 문을 닫았다가 이달 26일부터 5일간 재고 정리 세일을 진행한 후 30일 오후 9시 문을 닫았다.

폐점 이유로는 사회적 환경 악화, 건물 주변의 불안정한 상황, 재정난, 여기에 ‘예측 불가능한 레드라인’ 등이 언급됐다.

마지막날 서점을 찾은 홍콩에서 유학 중인 본토 학생으로 석사 2년차인 제이슨은 “모든 독립 서점의 마지막 날에 방문해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직접 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 극작가인 고객은 “사회와 언론 윤리에 관한 책들이 많고 지적인 내용이 풍부해 홍콩 언론의 황금기를 떠올리게 했다”며 폐점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문을 닫으면서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인 첸윈화는 고객들에게 두 손을 모아 작별 인사를 건네며 “성원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 “독립서점, 中 독자들의 안식처, 자유 세상의 창 제공”

AP 통신은 30일 “홍콩의 독립 서점들은 오랫동안 본토에서 억압받는 사상을 접하고 싶어 하는 일부 중국 독자들에게 안식처이자 더 자유로운 세상으로 통하는 창을 제공해 왔다”고 전했다.

하지만 2024년 국가보안법에 따라 선동 혐의로 서점 주인들이 잇따라 체포되면서 이러한 공간들은 위협받고 있다고 통신은 보도했다.

앞서 올해 들어 3월 북펀치, 6월 헌터 서점, 그리고 7월 그린필드 등이 잇따라 폐점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1997년 중국에 반환된 홍콩은 언론, 출판과 표현의 자유로 유명했으나 2015년 코즈웨이 베이 서점 점주 람윙키(林榮基·린룽지) 등 4명이 중국 당국에 억류됐다가 풀려난 뒤 급속히 위축됐다.

람윙키는 2019년 대만으로 옮겨 와 서점 등을 운영하다 지난달 2일 사망했다.

2020년 국가보안법 제정 이후에는 주요 활동가들이 체포되고 시민사회 단체들이 해산되면서  톈안먼 사태 관련 서적과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는 정치인들의 저서들은 공공 도서관에서도 철수 했다.

홍콩 당국은 중국과 홍콩 정부에 대한 증오를 선동하거나 정부 전복을 부추기는 ‘선동적 의도’를 담은 발언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책을 선동적이라고 규정하는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크리스 탕 홍콩 안보부 장관은 서점이 판매하는 책이 국가 안보를 해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은 판매되는 식품이 복통을 유발하거나 독성이 없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jdrago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