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슨홀서 매파 신호…9월 0.25%p 인상 전망 확산
중간선거 앞두고 금리 올리면 트럼프와 정면충돌 가능성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며 이르면 다음 달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금리 인하를 요구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면충돌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워시 의장의 통화정책 독립성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워시 의장은 전날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 연설에서 최근 인플레이션 지표가 "우려스럽다"며 "현재 연준이 가장 중점을 둬야 할 것은 물가"라고 밝혔다. 물가 상승세가 조만간 완화되지 않을 경우 연준에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며 추가 긴축 가능성도 열어뒀다.
워시 의장이 취임 후 첫 주요 연설에서 예상보다 매파적인 입장을 내놓으면서 금융시장에서는 9월 금리 인상 전망이 빠르게 확산했다. 투자자들은 연준이 다음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p(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을 동결 가능성보다 높게 반영하기 시작했다. 금리 전망에 민감한 미 국채 2년물 금리도 워시 의장의 발언 이후 0.09%p 상승했다.
워시 의장은 최근 일부 물가지표가 둔화했지만 이를 인플레이션 완화 신호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미국의 물가 상승률은 5년 넘게 연준 목표치인 2%를 웃돌고 있다. 특히 이란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 등이 상승하면서 최근 6개월 기준 물가 상승세가 가팔라진 점을 우려했다.
반면 미국 경제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낙관적인 평가를 내렸다. 워시 의장은 경제가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하고 현재 금융 여건에 대해서도 "전반적으로 긴축적이라고 표현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낮춰야 할 필요성보다 물가를 잡기 위한 긴축 필요성에 무게를 둔 셈이다.
연준 내부에서도 금리 인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7월 FOMC에서는 투표권을 가진 위원 12명 가운데 3명이 0.25%p 금리 인상을 주장했다. 당시 동결을 지지했던 워시 의장까지 이번 연설에서 매파적 신호를 보내면서 9월 인상 가능성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로버트 소킨 PGIM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연설에 대해 워시가 "FOMC에서 가장 매파적인 위원이거나 최소한 가장 매파적인 위원 중 한 명이라는 판단을 재확인했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시 의장을 직접 지명했지만 취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금리 인하를 요구해왔다. 그는 지난주에도 현재 연 3.5~3.75%인 기준금리를 "터무니없다"고 비판했다. 워시 의장이 이르면 9월 금리를 올릴 경우 11월 중간선거를 불과 몇 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충돌할 수 있다.
이번 연설은 취임 이후 통화정책 방향을 명확히 밝히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온 워시 의장이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려는 시도로도 풀이된다. 워시는 그동안 연준의 경제전망과 포워드 가이던스를 최소화하는 이른바 '조용한 연준'을 택했지만, 불확실성이 오히려 커지면서 시장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요구해왔다.
그레고리 다코 EY파르테논 이코노미스트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중앙은행의 기본 원칙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달라는 강한 요구가 있었다"며 "워시가 바로 그렇게 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실제 9월 금리 인상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워시 의장이 향후 경제지표에 따라 정책을 결정할 여지를 남겼기 때문이다.
빌 잉글리시 예일대 교수는 "워시는 많은 여지를 남겼고 앞으로 발표될 지표도 더 있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웨셀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워시가 매파적 신호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트럼프로부터 독립을 선언한다는 것은 강경하게 말하는 것뿐 아니라 실제로 금리를 올리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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