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약에 기초연금까지…외풍에 흔들리는 보건복지 정책?

기사등록 2026/08/30 06:01:00 최종수정 2026/08/30 06:11:18

대통령 언급 후 하후상박·탈모급여 본격 추진

"갑자기 진행되다보니 절차 부족 문제 발생"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1월 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단상에 올라 머리를 만지고 있는 모습. 2026.01.05. ppkjm@newsis.com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탈모약 건보 논란에 이어 기초연금 하후상박 개편안까지 보건복지 정책이 본연의 목적보다는 외부적 요인에 영향을 받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30일 이재명정부 123대 국정과제를 보면 기초연금 관련 내용은 90번 '든든한 노후 보장을 위한 연금제도 개선'에 포함돼있다. 여기에는 기초연금 부부 감액 제도 축소와 저소득층 수령액 합리적 인상의 내용만 담겨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업무보고 자료에서도 기초연금 내용은 2027년 이후 부부감액을 축소하겠다는 내용만 보인다. 지난해 10월에는 여당이 기초연금 지급 대상을 소득하위 70%에서 75%로 올리는 법안을 발의하는 등 기초연금 관련 논의는 보장성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기초연금에 대한 재정 우려는 과거에도 줄곧 제기된 문제였다. 수급자는 올해 779만명, 내년엔 800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총 27조원인 기초연금 예산은 2050년 46조원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후상박' 개편안이 본격적으로 거론된 건 이재명 대통령이 3월 1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관련 내용을 언급한 이후부터다. 이틀 뒤 열린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서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하후상박 방식에 동의한다고 밝혔고, 전문가 포럼과 간담회 등이 이어졌다. 이후 예산당국이 대규모 지출 구조조정을 예고하면서 기초연금이 포함될 것이라는 의견에도 힘이 실렸다.

일련의 상황을 종합하면 하후상박 개편은 복지부의 의지라기보다는 외부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27일 기초연금 개편안 사전설명회 취소도 복지부 단독 결정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은성진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사무국장은 "내년도 대규모 지출 삭감이 예고된 상황에서 기초연금 예산에 대한 압박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초연금의 경우 700만명이 넘는 고령층에게 해당하는 제도라는 점에서 충분한 숙의와 공감대 형성이 필요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 장관은 8월 말, 9월 초에 기초연금 개편안을 발표하겠다고 했는데, 이 대통령이 하후상박을 언급한 게 3월인 점을 고려하면 6개월만에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이주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장(동국대 행정학 교수)은 "어느 날 갑자기 대통령 지시 이후에 일이 빠르게 진행이 되다보니까 절차적으로 부족한 느낌"이라며 "700만이 넘는 대상자가 있는 중요한 제도인데 시민에게 설명을 하거나 숙의, 토론 과정없이 진행하는 건 문제"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상반기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 논란으로도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복지부는 탈모약에 대해 의학적 치료와 연관성이 떨어지고 시급성에 있어서 우선순위가 낮다는 입장이었지만 대통령 지시로 토론회를 추진하다가 환자단체와 보건의료단체 반발이 이어지자 토론회을 약 일주일 앞두고 취소한 바 있다.

단 여러 의견과 우려 사항을 고려해서 정책적 대안을 내놓는 게 정부 본연의 역할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사회국장은 "여러 우려되는 부분까지 고려를 해서 방안을 내야 하는 게 복지부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nowest@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