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정비는 아직인데 세금부터…가상자산 '선과세' 도마

기사등록 2026/08/28 07:30:00 최종수정 2026/08/28 07:36:23

상품·서비스 규율은 미비한데 과세 임박…업계 "해외 이탈 가속 우려"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비트코인 가격이 1억을 넘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빗썸 라운지 강남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돼 있다. 2026.08.21. hwang@newsis.com

[서울=뉴시스]송혜리 기자 = 최근 글로벌 자산운용업계에서는 가상자산을 예치해 네트워크 운영에 기여하고 보상을 받는 '스테이킹'이 상장지수상품(ETF)의 새로운 경쟁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가상자산 소득 과세를 앞두고도 스테이킹에 대한 구체적인 과세 기준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 업계선 산업을 규율할 제도적 기반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과세가 먼저 시행되는 '선 과세·후 제도' 구조가 글로벌 흐름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자산운용업계에서는 가상자산의 단순 보유를 넘어 스테이킹 수익까지 활용하는 상품이 등장하고 있다. 온체인(블록체인상에서 이뤄지는 거래·기록) 스테이킹으로 발생한 수익을 투자자에게 현금으로 분배하는 구조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투자자가 보유한 솔라나 일부를 스테이킹하는 구조로 설계된 한 상품은 출시 첫 달 주당 약 169원(0.1216달러)을 현금으로 분배했다. 온체인에서 발생한 스테이킹 수익을 투자자에게 현금으로 돌려준 상징적인 사례다.

대형 자산운용사들도 이 같은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그레이스케일은 '이더리움 스테이킹 ETF(ETHE)'를 통해 지난 1월 주당 약 120원(0.083178달러)을 분배했다. 블랙록의 '아이셰어즈 스테이크드 이더리움 트러스트 ETF(ETHB)' 역시 지난 6월 주당 약 23원(0.015237달러)을 현금으로 분배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는 가상자산 과세 시행을 앞두고 있다. 현행 계획대로라면 내년부터 가상자산 소득 가운데 연간 기본공제액 25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에 22%의 세율이 적용된다.

과세의 큰 틀과 시행 시점은 정해졌지만, 정작 새로운 가상자산 서비스 법적 지위와 투자자 보호 체계 등 제도적 기반은 여전히 마련 중이다.

스테이킹 과세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남아 있다. 국회입법조사처 분석에서도 현행 과세 체계에는 스테이킹 등 새로운 형태 자산 운용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부족하다. 가상자산 매매차익과 달리 스테이킹 보상이나 에어드롭으로 무상 취득한 자산은 과세 시점 등을 둘러싼 쟁점이 남아 있다. 가상자산을 지급받은 때 소득이 발생한 것으로 볼지, 실제 매도한 때를 기준으로 할지 등이 대표적이다.

손실 처리 방식도 쟁점이다. 같은 과세기간에 발생한 가상자산의 이익과 손실은 통산할 수 있지만, 손실을 다음 연도로 넘겨 향후 이익에서 공제하는 '결손금 이월공제'는 허용되지 않는다. 전년도에 큰 손실을 봤더라도 이를 당해 연도 수익에서 공제할 수 없는 구조다. 가격 변동성이 큰 가상자산의 특성을 과세 체계가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주식과 가상자산 간 과세 형평성 역시 문제로 꼽힌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는 폐지됐지만 가상자산 소득 과세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상장주식 매매차익에 대한 과세를 확대하려던 금투세는 폐지하면서 가상자산 투자소득에는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느냐는 것이 투자자들의 지적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결국 이 같은 제도·과세 환경이 국내 투자자 해외 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타이거리서치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국내에서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로 이동한 자금은 약 700조원에 달한다. 국내에서 다양한 가상자산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운 규제 환경이 이어질수록, 투자 수요와 자금은 해외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국내 시장은 거래와 자본을 해외에 내주고, 산업 경쟁력마저 약화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가상자산 업계 한 관계자는 "금투세는 폐지하면서 가상자산에는 과세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과세 형평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며 "과세 시행을 서두르기보다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를 통해 산업의 법적 기반과 투자자 보호 체계를 먼저 마련하고, 이후 다른 투자자산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과세 체계를 논의하는 것이 순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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