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코레일·SR 통합 계기로 적절성 지적
공기업만 위한 별도 심사·예외 규정은 없어
공공서비스·재정효율 등 반영 구체화 주목
[세종=뉴시스]임하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국가·지방 공기업의 기업결합을 민간기업과 같은 기준으로 심사하는 것이 적절한지 점검하라고 주문하면서 공기업의 공공성을 반영해 심사 잣대가 달라질지 주목된다.
26일 정부 등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에스알(SR) 통합 계획을 보고받은 뒤 공정거래위원회에 공기업 기업결합 심사제도의 적절성을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민간기업의 기업결합과 독점화·과점화에 대해서는 제재를 강화하고 요금이나 판매가격을 못 올리게 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공공 분야에서 국가 공기업은 원래 기본적으로 독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걸 쪼개놨다가 지금 정상화한 것"이라며 "향후라도 국가 공기업과 지방정부 공기업, 민간기업을 똑같이 처리하는 게 맞는지 점검해보라"고 주문했다.
해당 발언은 코레일·SR 통합 이후 KTX 운임을 기존 SRT 수준으로 약 10% 낮추는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 대통령은 운임 인하로 철도 적자가 커지고 고속·시외버스의 경쟁력이 약해져, 철도가 다니지 않는 지역 주민의 이동권이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기업 간 결합은 단순 시장점유율과 가격 인상 가능성뿐 아니라 공공서비스 유지와 재정 부담, 다른 교통수단과 지역 주민에게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공정위는 이달 초 코레일이 SR의 고속철도 영업을 양수하고 정부 보유 SR 지분 58.95%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두 회사 모두 정부가 지배하는 공기업이어서 원칙적으로 간이심사 대상이지만, 국민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고려해 공기업 간 결합으로는 처음 심층심사를 진행했다.
공정위는 운임과 좌석 공급, 서비스가 관련 법령과 정부의 인가·신고를 받는 만큼 결합 이후 경쟁제한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했다.
코레일과 SR은 공정위·국토교통부와 협의해 결합 이후 3년간 KTX 운임을 10% 내리고 주말 기준 공급 좌석을 1만7000석 이상 확대하는 사업계획을 마련했다.
다만 운임 인하는 공정위가 승인 조건으로 부과한 시정조치는 아니다. 공정위와 국토부가 업무협약을 맺고 사업계획 이행을 점검하는 방식으로, 불이행에 따른 이행강제금은 부과되지 않는다.
현행 공정거래법에는 공기업만을 위한 별도의 기업결합 심사기준이나 예외 규정은 없다.
공기업도 민간기업과 같은 법적 틀에서 경쟁제한성을 심사받지만, 판단 과정에서 요금·공급에 대한 정부 규제와 공익적 설립 목적 등이 고려된다. 또 기업결합으로 발생하는 효율성 증대 효과가 경쟁제한 폐해보다 크면 예외가 인정된다.
이번 코레일과 SR 결합을 둘러싸고 제기된 철도 적자와 다른 교통수단에 미치는 영향 등 광범위한 공공정책상 파급효과를 어디까지 평가해야 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이에 따라 공기업의 일률적인 완화 기준을 신설하기보다 심사 과정에서 공공서비스와 재정 부담 등 정책 효과를 고려할 수 있는 범위와 판단 요소를 구체화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통령께서 공기업 간 결합을 민간과 다르게 보는 것이 적정한지 점검해보라고 했기 때문에 당연히 검토해야 한다"며 "지시사항에 따라 현행 기준을 점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검토 결과는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기관 통폐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발전 공기업 5개사를 한국발전공사로 통합하는 방안이 추진되는 가운데, 향후 통합 절차에서 공공성과 경쟁제한 효과를 어떤 방식으로 검토할지가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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