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실종=외출 아님 가출?"…위험도 판단 기준이 '경찰의 촉'

기사등록 2026/08/26 16:05:04

'제주 실종 여성' 숨진 채 발견…초동 대응 도마

"성인 실종은 단순 가출" 관행에 위험 신호 놓칠라

'형사 촉' 의존하는 현장…전문성·인력 부족도 문제

[제주=뉴시스] 우장호 기자 = 경찰이 24일 제주시 한림읍 수원리의 한 야자수 농장에서 지난 5월 실종된 장미란씨의 시신을 발견해 현장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2026.08.24. woo1223@newsis.com
[서울=뉴시스]이다솜 고선영 수습 기자 = 제주에서 실종된 30대 여성이 결국 숨진 채 발견되면서 성인 실종 초동 대응의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인 실종자의 위험도를 가려낼 통일된 기준이 없어 일선 경찰관의 경험과 이른바 '형사 촉'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제기된다.

26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5월 실종된 장미란(37)씨는 지난 24일 제주시 한림읍 수원리 인근 야자수 숲에서 실종 101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장씨의 실종을 허위 종결한 혐의를 받는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부모 경장은 직무유기와  공전자기록 위작 및 행사 등 혐의로 구속됐다. 부 경장은 다른 실종 사건에서도 실종 사망 위험을 인지하고도 묵살한 정황이 나타났다.

성인 실종 사건의 초동 대응이 도마에 오르면서 일선 경찰이 실제 실종 신고 접수 시 위험도를 어떻게 판단하고 대응하는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경찰은 성인 실종 신고가 접수될 경우 신고자와의 통화, 실종자의 평소 행동과 생활패턴 등을 종합해 범죄 연루 가능성을 판단하고 있다.

다만 실제로 성인 실종 상당수가 실제로는 단순 외출이나 가출로 확인되는 만큼 초동 단계에서 모든 신고를 고위험 사건으로 분류해 대응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실종 수사를 담당하는 서울 일선서의 한 간부급 경찰은 "성인 실종은 엄청 많다"며 "집에 저녁에 딸이 안 들어오는 것도 실종이고 나중에 알고 보면 단순히 술을 먹고 있거나 친구 집에 가 있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열 건에 반 이상이 (단순) 가출일 수도 있다"며 "치매 어르신이나 실종 아동보다 오히려 가출이 더 많다"고 했다. 

이 때문에 성인 실종 신고가 들어왔다고 해서 곧바로 범죄 피해를 전제로 수색에 나서기보다는 신고자와 통화해 실종자의 평소 행동과 최근 상황 등을 파악한 뒤 위험도를 판단한다.

이 과정에서 위험도를 판단하는 통일된 체크리스트가 없어 사실상 현장 경찰관의 경험과 판단에 의존하고 있다. 이상 징후를 발견하거나 실종자의 행적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데에는 사실상 담당 경찰관의 '촉'에 좌지우지된다.

문제는 인력 부족이다. 실종 수사 담당 부서는 업무 부담이 커 일선 경찰관들이 기피하는 부서로 꼽히는 데다 일부 경찰서에서는 한 명이 실종 업무를 맡는 경우도 있다.

성인 실종자의 수사와 수색을 의무화한 법안도 수 차례 발의됐지만 현실성이 적다. 인력 확충 없이 모든 성인 실종자에 대해 일정 시간 내 CCTV나 위치정보 등을 의무적으로 확인하도록 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경찰 간부는 "한 명이서 신고를 하루에 10건씩 받으면 5~6건이 성인 실종인데 CCTV 확인을 의무화해버리면 사실상 근무할 수가 없다"면서 "실종 전담 수사팀 인원이라도 확충해야 논의가 가능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성인 실종자의 위험도를 경찰관 개인의 경험이나 촉에만 의존하는 현재의 실종 수사 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개인의 직관이나 경험보다는 데이터베이스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실종자의 특성과 신고 당시 상황 등을 축적해 위험도를 보다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사각지대는 긴급 상황에서 경찰이 통신·금융·위치정보 등에 신속하게 접근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성인 실종자는 경찰청 예규인 '실종아동 등 및 가출인 업무처리 규칙'에 따라 '가출인'으로 분류돼 실종 신고가 접수돼도 강제로 소재를 파악하기 어렵다.

일선 경찰들도 교통카드 이용 내역 등 이동 관련 정보가 실종자의 행적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지만 영장 없이는 확인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성인 실종이 경우 긴급 대상이 안 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영장 없이 통신내역, 카드 내역 또는 병원 사용 내역 등을 조사할 수 없고 특히 긴급 경보 발령 등이 대상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모든 성인 실종자를 일률적으로 고위험군으로 분류해 수색하는 방식도 쉽지 않다 성인의 자기결정권과 개인정보 보호를 고려하면 모든 실종자를 대상으로 강제적인 정보 조회나 수색을 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실종자의 연령·건강 상태·실종 당시 상황·평소 행동 등을 종합해 위험도를 세분화하고 범죄 연루 가능성이 높은 경우에는 보다 신속하게 수색과 정보 확인에 나설 수 있도록 대응 절차를 구체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윤호 교수는 "경찰관 개인의 직관이나 경험보다는 데이터베이스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실종자의 특성과 신고 당시 상황 등을 축적해 위험도를 보다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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