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 이미 AI가 다 썼다"…美 MIT, '구술시험 넣으라' 권고

기사등록 2026/08/26 14:31:43 최종수정 2026/08/26 16:02:24

에세이·수학·과학·증명·코딩까지 그럴듯한 응답

구술시험·학기 포트폴리오·과제 뒤 대면 문답 제시

일률적 금지 대신 과목별 AI 사용 기준 권고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매사추세츠공대(MIT) 학부 과정에서 내는 거의 모든 서면 과제에 그럴듯한 답을 내놓을 수 있다는 MIT 위원회의 진단이 나왔다. 위원회는 MIT 강의 대부분을 면밀히 재검토하고, 교원들에게 구술시험과 학기 포트폴리오, 대면 문답 등 대안 평가 방식 도입을 검토하라고 권고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5일(현지시간) MIT가 ‘교육·학습·연구훈련에서의 AI 사용 임시위원회’의 최종 보고서를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MIT가 지난 1월 구성한 위원회는 5개월 동안 교원과 학생의 AI 이용 실태를 살피고, 교수법과 학생 평가 방식의 개선안을 검토했다.

위원회는 보고서에서 대규모언어모델(LLM) 등 생성형 AI가 “에세이, 수학·과학 문제, 증명, 코딩 과제를 포함해 학부 과정에서 내는 거의 모든 서면 과제에 그럴듯한 해법이나 납득할 만한 답변을 내놓을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보고서는 이러한 판단과 함께 특정 모델의 정답률이나 모델별 비교 수치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위원회는 MIT 강의 대부분을 면밀히 검토해야 하며 상당수는 크게 바꿔야 한다고 진단했다. AI가 과제의 답을 대신 만들어내면 기존 수업 내용과 교수법, 평가 방식만으로 학생이 무엇을 배웠는지 판단하기 어려워진다는 이유에서다.

대안으로는 구술시험과 학기 단위 포트폴리오, 수업시간 외에 수행한 과제를 토대로 교실에서 진행하는 대면 문답 등이 제시됐다. 위원회는 이런 평가 방식을 확대하려면 조교 인력과 수업시간을 더 확보해야 하며 수강 인원을 제한할 필요도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위원회가 문제 삼은 것은 평가의 신뢰성만이 아니다. 위원회는 AI 사용 확산이 MIT의 학습 문화도 바꾸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생성형 AI가 빠르게 확산한 뒤 3년도 채 지나지 않아 교수·조교 면담 시간인 ‘오피스 아워’ 참석과 온라인 토론 참여가 줄었다고 밝혔다. 대면 스터디그룹이 감소했다는 진술도 교내 의견 청취 과정에서 나왔다고 덧붙였다.

[보스턴=AP/뉴시스] 2022년 8월18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시민들이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을 향해 걷고 있다. 2022.08.18.
그러나 위원회는 이런 부작용을 이유로 모든 수업에 동일한 AI 사용 기준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봤다. 시를 다루는 세미나와 수학 증명 수업, 건축 설계 실습은 AI를 허용해야 할 범위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AI를 자유롭게 쓰게 할지, 보조 도구로만 허용할지, 반드시 사용하게 할지, 금지할지를 과목별로 명확히 하라고 권고했다. AI가 학생의 사고를 대신하는 자동화 수단이 아니라 판단과 창의성을 보완하는 도구가 돼야 한다는 원칙도 제시했다.

위원회가 전면 금지 대신 과목별 활용 기준을 주문한 것은 AI가 교육에 주는 이점도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교원은 AI를 활용해 학생의 수준과 수업 목표에 맞춘 대화형 학습 도구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생들도 AI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연구를 진행하며, 이전에는 한 학기 안에 완성하기 어려웠던 대규모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위원회는 이처럼 수업별로 AI 활용 방식을 바꾸려면 교과과정 변경 절차와 교육 공간도 함께 손질해야 한다고 밝혔다. MIT 교수 의사결정기구에 올해 가을 교과과정 변경 절차를 재검토하도록 촉구하고, AI를 사용하지 않고 대면 평가나 공동 학습을 진행할 수 있는 공간을 늘리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번 보고서는 MIT의 확정된 전면 개편안이 아니라 임시위원회의 권고안이다.

샐리 콘블루스 MIT 총장은 AI가 가져올 기회와 위험을 “MIT뿐 아니라 고등교육 전체의 분수령”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 학생들과 MIT의 미래, 고등교육계와 사회의 앞날을 위해 반드시 올바르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unghp@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