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라이저 규정 고의 누락 판단
사고 원인·책임 수사는 계속
유족 "왜 죽었는지 끝까지 밝혀야"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179명이 숨진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와 관련해 경찰이 고위직을 포함한 국토교통부 공무원 7명을 처음 검찰에 넘겼다. 참사 발생 1년8개월 만에 나온 첫 송치지만 사고 원인이나 안전관리 책임이 아닌, 사고 직후 국토부가 내놓은 보도참고자료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에 대한 결론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12·29 여객기 참사 특별수사단은 허위공문서작성 및 동행사 혐의를 받는 국토부 소속 공무원 7명을 지난 25일 송치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들은 사고 직후인 2024년 12월30일과 31일 무안공항 로컬라이저가 관련 규정에 맞지 않게 설치됐다는 점을 알고도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는 관련 규정에 맞게 설치되었습니다'라는 제목의 보도참고자료를 출입기자단에 두 차례 작성·배포한 혐의를 받는다.
송치 대상에는 당시 국토부 고위직도 포함됐다. 다만 경찰은 당시 장·차관이 자료 작성에 지침을 내리거나 관여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특별수사단은 지난 2월 12·29 여객기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위원과 유가족 측이 국토부의 사고 원인 축소·은폐 의혹을 제기한 것을 계기로 관련 사실을 확인하던 중 보도참고자료의 허위성이 의심되는 정황을 발견해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관련 법리와 규정 등을 검토해 보도참고자료 작성·검토자 4명과 총괄 책임자 3명 등 7명을 입건했다. 국토부 사무실과 관련자들을 상대로 두 차례 압수수색도 벌여 회의자료 등을 확보했다.
◆"불리한 규정 빼고 유리한 내용만"…직접증거 없이 '간접사실'로 판단
로컬라이저는 항공기가 착륙할 때 활주로 중심 방향을 잡도록 전파를 보내는 계기착륙시설이다. 사고 당시 여객기는 활주로를 벗어난 뒤 로컬라이저가 설치된 구조물과 충돌했다.
경찰은 국토부가 로컬라이저 설치의 적법성을 검토하면서 불리한 안전규정은 빼고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규정만 선별적으로 인용한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에 따르면 항공장애물 관리 세부지침은 ILS(계기착륙시설) 등 항행안전시설을 부러지기 쉽게 설계·제작하고, 받침대 역시 충돌 시 항공기가 손상되지 않으면서 무너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항안전운영기준에도 정밀접근활주로의 일정 구역 내 항행시설과 장비는 부러지기 쉬워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정밀접근활주로의 경우 종단안전구역을 로컬라이저 설치 지점까지 연장하도록 한 규정도 있다. 경찰은 국토부가 이 같은 규정들을 알고도 보도참고자료에는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사고대책본부 회의 당시 로컬라이저 관련 규정 위반 가능성을 지적하는 내부 의견도 나왔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관련자들이 '300m 이내에는 부러지기 쉬워야 하는데 지금 그 규정과도 맞지 않는다'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었다"며 "그런 부분들은 철저히 무시가 되고 국토부에 유리한 방향으로 결국 자료가 나갔다"고 말했다.
경찰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공항설계매뉴얼(Doc 9157) 등 관련 규정도 사고대책본부에 전달됐다고 설명했다.
특별수사단은 이를 토대로 국토부가 로컬라이저 문제를 조직적으로 은폐한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특정 규정을 보도참고자료에서 빼도록 지시한 문자메시지나 압수 자료 등 직접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당시 회의 상황을 담은 녹음·녹취도 확보되지 않았다.
경찰은 대신 회의 참석자 진술과 관련 규정이 회의에서 검토된 점, 이후에도 기존 보도참고자료를 바로잡지 않은 점 등을 '간접사실'로 판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회의실에서 어떤 회의를 했는지 폐쇄회로(CC)TV, 녹음·녹취가 없어 직접증거는 없다"며 "이런 내용과 전후 행태를 봤을 때 미뤄 짐작하는 것은 간접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사고 원인·책임 수사는 계속…검찰 "일괄 송치", 항철위 결과도 변수
이번 송치는 참사 발생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는 업무상과실치사상 수사와는 별개다. 특별수사단은 현재까지 참사와 관련해 모두 74명을 입건했으며, 이 가운데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입건자는 67명이다.
경찰은 로컬라이저 등 일부 과실 부분부터 먼저 송치하는 방안을 놓고 검찰과 여러 차례 협의했지만 검찰은 관련 과실을 함께 다뤄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은 업무상과실치사상의 경우 여러 과실이 함께 작용한 만큼 관련 피의자들을 한꺼번에 송치해 책임관계를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검찰과 이 문제를 놓고 세 차례 협의했으며, 지난 5월 중순부터 추가로 확인할 사항에 대한 수사를 이어오고 있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의 조사도 수사 마무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항철위에서 시뮬레이션조차 다시 하겠다고 한다"며 "화재·폭발의 영향은 어떤지까지 더해 새로 시뮬레이션을 한다고 하니 업무상과실치사상에 핵심적인 사항인데, 결과가 나올 때까지 결론 내리기가 어려운 상태"라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11일 추가 압수수색을 벌인 뒤 무안공항 개항 당시 로컬라이저 관련 의사결정 과정 등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수단은 빠르면 오는 10월, 늦으면 연말께 현재까지 수사 내용을 내부적으로 정리해 검찰과 협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다만 "송치 여부는 검찰과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참사 원인과 형사책임에 대한 수사를 끝까지 이어갈 것을 촉구했다.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 총특위추는 "국토부 공무원 7명에 대한 1차 송치는 참사 수사의 일부일 뿐"이라며 기체 결함과 제주항공의 정비·운항 책임, 조종사 과실 등 핵심 수사의 진행 상황을 공개하고 충분한 수사 인력을 유지할 것을 요구했다.
유가족 나명례씨는 이날 광주에서 첫 기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와 경찰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나씨는 "이번 발표는 참사의 핵심 원인에 대한 수사 결과라기보다 수사를 빨리 정리하려는 발표처럼 느껴진다"며 "우리 가족들이 왜 죽었는지 끝까지 밝혀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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