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佛 롱-티보 콩쿠르 우승한 차세대 피아니스트
24일 데뷔 음반 '쇼팽, 포레' 발매…9월6일 리사이틀
쇼팽·포레 작품 수록…"기교보다 음악적 표현에 중점"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이제는 채우기보다 비워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템포도 더 자유로워도 되고, 여유로워도 된다는 변화가 있었습니다. 연주자가 아닌 작곡가가 보이는 연주를 하고 싶어요."
지난해 프랑스 롱-티보 국제 콩쿠르를 우승한 피아니스트 김세현(19)이 데뷔 음반 '쇼팽, 포레'를 통해 한층 자유로워진 음악을 들려준다. 기교를 앞세우기보다 작품의 예술적 가치와 음악적 표현에 집중하고, 연주자 자신보다 작곡가를 드러내겠다는 것이 이번 음반에 담은 그의 생각이다.
김세현은 24일 귀국 직후 서울 종로구 크레디아클래식클럽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데뷔 음반 '쇼팽, 포레'를 이같이 소개했다.
음반에는 쇼팽의 '12개의 연습곡 Op.25', '녹턴 Op.27-2'와 포레의 '꿈을 꾼 후에', '뱃노래 제1번', '왈츠 카프리스 제1번', '즉흥곡 제2번'과 샤를 트레네의 '4월의 파리'(바이센베르크 편곡)가 수록됐다.
김세현은 "쇼팽의 곡을 중심으로 앨범 레퍼토리를 정하고, 쇼팽과 어울리는 작곡가를 고민했다"며 "콩쿠르 우승 이후 포레에 빠졌는데, 포레가 쇼팽의 영향을 많이 받은 작곡가라서 같이 넣어봤다"고 설명했다.
이번 작업에서 중점을 둔 것은 기교보다 음악이었다.
그는 "작품들이 기술적으로 까다롭지만, 단순히 기교를 보여주기보다 음악을 통해서 표현하고 싶은 이미지에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김세현은 첫 음반 발매에 "연주자면 모두가 꿈꾸는 일"이라며 "제 나이에 현실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실감이 안된다. 한 때를 기록할 수 있는 것은 매우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번 음반 곳곳에는 김세현의 손길이 묻어있다. 연주 외에도 음향적 부분이나 곡 편집 과정에도 참여해 꼼꼼히 확인했다.
그는 "전적으로 (작업을) 맡기는 분들이 있지만 제 성격을 그렇게 할 수 없다"며 "하나하나 꼼꼼하게 확인해 적어도 몇 주 정도 시간을 썼다"며 작업 일화를 공유했다. 그러면서 "피아니스타가 이런 것까지 고민해야 한다고 느꼈다. 연주할 때도 피아노 액션이나 악기 디테일을 신경 쓰지만 녹음은 시간이 더 많기에 생각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앨범 프로그램 북에는 이런 고민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김세현은 "(프로그램 북에 적힌) 질문에 대해서는 평생 갖고 살아야 한다. 명확한 답이 없다"면서도 "자신의 마음을 따라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말했다.
쇼팽의 연습곡을 공부할 때는 각각의 작품에 대한 하이쿠(짧은 정형시)를 직접 써보기도 했지만 이번 녹음에서는 오히려 그 틀에서 벗어나 더 자유롭게, 영감에 연주를 맡기게 됐다고 했다.
김세현은 파리에 바치는 음악적 헌사로 이번 음반 작업에 임했다. 파리는 김세현에게 매우 뜻깊은 도시다. 그가 유럽 도시 중 처음으로 연주회를 가진 곳이고, 그가 우승한 롱-티보 콩쿠르가 이 도시에서 열린다.
앨범 마지막 수록 작품 '4월의 파리에서'는 그가 애정하는 곡으로, 기념음악회에서 선보이기도 했다. 스승 당 타이 손이 김세현에게 "프랑스에서의 문화와 삶 등 모든 것을 흡수하고 살아봐야 연주할 수 있는 곡"이라고 우려를 표했지만, 레슨 때 이 곡을 선보였고 스승이 연주력에 놀라면서 "아무 곳에서 연주해도 된다"고 했다고.
김세현은 현재 미국 하버드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당 타이 손과 백혜선을 사사하고 있다.
피아노와 문학을 함께 공부하는 것에 대해 "문학과 음악은 모두 스토리텔링이다. 과거 여러 작곡가도 문학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작곡했다"며 "현재 연주에 바로 문학적인 접근이 드러나지 않지만, 10~20년 후 더 흡수됐을 때 천천히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세현은 내달 6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음반 발매 기념 리사이틀을 갖는다. 이에 앞서 오는 27일 지휘자 정명훈이 이끄는 KBS교향악단과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을 연주한다. 김세현은 지난 4월 정명훈과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제1번으로 합을 맞춘 바 있다.
라흐마니노프 연주를 앞두고는 "무대와 상황에 따라 즉흥적으로 한다"면서도 "작곡가에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은 주변은 차갑고, 칼바람 치는데 속은 뜨거운 듯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 이 점을 늘 염두에 둔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xcusem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