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지연·오류교정 공백·책임 불명확" 지적 잇따라
박찬운 "개혁만 하다가 볼 일 못 보는 나라 될 수도"
경찰 "직접수사 폐지, 통제 약화 아냐…다층적 견제"
[서울=뉴시스]홍연우 기자 = 검사의 직접 수사와 보완수사권을 폐지한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을 앞두고 법조계에선 수사 지연과 책임 소재 불명확 등의 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졌다.
24일 대한변호사협회가 개최한 제34회 '법의 지배를 위한 변호사대회'에서는 '새로운 형사사법 패러다임: 수사기관 재편과 인권 보장의 갈림길'을 주제로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정지웅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 부협회장은 검사의 직접수사권 폐지로 경찰과 중수청이 수사를 주도하게 되면서 기존 검사 단계에서 이뤄졌던 법률적 검토와 오류 교정 기능이 축소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변호사는 "검사가 기록상 명백한 누락이나 추가 증거수집의 필요성을 발견하더라도 직접 보완하지 못하는 구조에서는 동일 사건이 송치 관서, 상급 수사관서 또는 다른 수사기관 사이를 반복해 이동할 수 있다"며 "이 과정에서 담당자 변경, 기록 재검토, 관할 협의가 누적되면 공소시효 임박, 증거 소멸, 피해자 진술의 반복과 2차 피해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수사기관 내부에 변호사 자격자를 충분히 배치하고 불송치·재수사 단계에서는 기존 수사팀이 아닌 독립된 부서나 외부 법률전문가 등이 사건을 다시 검토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장을 지낸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검사가 송치 사건에서 부족한 점을 발견해도 직접 보완하지 못하는 구조에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박 교수는 "구속사건이나 공소시효 임박 사건에선 보완수사 요구가 물리적으로 어려울 때도 있다"며 "사건의 성격에 따라서는 검사가 직접 사실관계를 파악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이제 그 모든 것을 보완수사 요구로만 해야 한다.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검사가 사건 관계자 의견을 듣고 자료를 받는 '사실관계 확인' 제도에 대해서도 "피해자가 마지막으로 기댄 곳에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구조"라며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 회의적이라고 했다.
특히 경찰의 수사권을 실질적으로 통제할 장치가 부족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박 교수는 "앞으로 경찰의 수사권이 제대로 통제되지 못하면 검찰권 남용이 검찰개혁을 불렀듯이 머지않아 대대적인 경찰개혁을 해야 할지 모른다"며 "자칫 대한민국은 개혁만 하다가 볼 일을 못 보는 나라가 될지 모른다"고 했다.
절차가 복잡해지면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 권리 행사에 격차가 생기는 이른바 '사법의 민영화' 가능성도 우려했다.
박 교수는 "권리는 아는 사람의 것이고, 쓸 줄 아는 사람의 것이다. 절차가 복잡해질수록 그 절차는 전문가의 손으로 넘어간다"며 "결국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는 사람만 새 제도를 온전히 쓴다. 국가가 보장해야 할 절차적 보호가 사실상 시장에서 거래되는 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형사절차의 복잡화는 언제나 가난한 사람에게 먼저 불리하게 작동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개혁의 방향을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방향이 옳아도 설계가 어긋나면 사람이 다친다. 인권은 조문에 적혀 있다고 보장되지 않는다. 제도가 실제로 돌아가야 보장된다"고 덧붙였다.
현직 판사와 검사도 개정 형소법이 재판 지연이나 책임 소재 불명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걱정을 내비쳤다.
김지건 법원행정처 판사는 "보완수사 요구와 그 이행에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는 사건에선 공소시효나 구속기간의 제약 아래 충분한 보완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공소가 제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이 경우 종전에 수사 단계에서 정리되던 사실관계의 확정과 증거의 보강이 재판 단계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실제로는 증인 또는 피고인신문의 증가, 공소장 변경과 추가 증거신청에 따른 기일 속행으로 이어져 심리기간이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박선영 법무연수원 검사도 경찰과 검사의 판단이 엇갈릴 경우 사건의 최종 처리 결과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불명확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검사는 "수사·기소의 분리는 권한의 분리일 수는 있어도 형사사법 절차상 책임의 단절이어서는 안 된다"며 양 기관 판단이 충돌할 경우 이를 조정하고 책임을 귀속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성폭력 피해자가 검사에게 피해사실을 상세히 진술하고 새로운 자료를 제출하더라도 이를 재판에서 증거로 쓸 수 없다면 다시 경찰에 가서 같은 진술과 자료 제출을 반복해야 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언급하며 사건 장기화와 피해자의 절차적 부담도 우려했다.
김정욱 대한변협 회장 역시 기조연설에서 "형사사법 개혁의 성패는 어느 기관의 권한이 늘고 줄었는가에 있지 않다"며 수사의 오류와 누락을 적시에 바로잡을 검증 기능과 책임 소재가 명확한지, 제도 변경에 따른 지연과 비용·위험이 국민에게 전가되지 않는지를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경찰은 검사의 직접수사권이 폐지돼도 수사 통제가 약화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우동석 경찰청 총경은 검사가 보완·재수사 요구와 시정조치 등을 할 수 있고 필요할 경우 상급 수사관서나 다른 수사기관을 지정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법원의 영장심사와 사건관계인의 이의제기, 경찰 내부 통제까지 있어 경찰 수사는 "검사·법원·사건관계인·경찰 내부라는 최소 네 갈래의 통제 아래 놓여 있다"며 "검사의 직접수사권 폐지가 곧 경찰수사 통제의 약화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편, 이날 대회에선 변호사와 의뢰인 간 비밀유지권(ACP)의 실질적인 보장을 위해 압수수색 과정에서 법원이나 독립된 주체가 보호 대상 자료를 따로 심사하는 중립적 검토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법조인 수급 문제와 관련해서는 매년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결정하는 현행 방식에서 벗어나 통계와 인구구조, 인공지능(AI)에 따른 생산성 변화 등을 토대로 중장기 법조인 수요를 산정하는 상설 수급추계기구를 마련하자는 제안이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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