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나토 결의 시험…우크라 지원 무기 생산 유럽전역 공장 파괴하나

기사등록 2026/08/24 12:16:38

“우크라이나 지원 억제 위한 러의 ‘하이브리드 전쟁’”

자국 정보 요원 파견 않고 현지 범죄 조직 동원이 특징

온라인 메시징 앱 통해 배후 러 드러내지도 않고 지시

[서울=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왼쪽)과 미얀마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대통령이 18일 모스크바에서 만나 회담을 갖기 전 악수하고 있다.(출처: 타스 통신) 2026.08.24.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결의를 시험하기 위해 지역 갱단원들을 동원해 유럽 전역의 무기 공장 파괴 공작을 벌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텔레그라프가 23일 보도했다.

라티비아 정부는 최근 이웃 에스토니아의 드론 제조업체 밀렘 로보틱스 건물 방화 혐의로 자국민 3명을 구금했다.

이 회사는 우크라이나 군대에 무인 지상 차량을 공급하는 두 외국 업체 중 하나다.

에스토니아의 크리스틴 미할 총리는 조사관들이 이번 사건이 고의적인 사보타주(파괴) 행위였는지 러시아가 연루됐는지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텔레그라프는 밀렘 방화는 나토 전역에서 나타나는 우크라이나의 군수품 공급망을 겨냥한 것으로 의심되거나 확인된 사건의 한 예라고 보도했다.

나토 관계자는 “최근 몇 년 동안 러시아는 사이버 공격, 암살 시도, 사보타주 행위 등을 통해 동맹국에 대한 불안정화 공작을 가속화해 왔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전쟁’으로 알려진 이 전략은 나토 동맹국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다른 관계자들은 주장한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전역에서는 원인을 알 수 없는 공격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에스토니아 방화 사건 외 이번 달 이탈리아와 불가리아의 주요 무기 제조업체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올해 초 우크라이나에 드론과 열화상 장비를 공급하는 체코의 한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거의 전소될 뻔했다. 러시아의 개입 가능성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용의자 4명이 구금됐다.

리투아니아는 우크라이나에 전파 스캐너를 공급하는 공장을 방화하려 한 혐의로 6명을 기소했다.

10일 불가리아 최대 민간 무기 제조업체 중 하나이자 우크라이나에 155mm 포탄을 공급하는 EMCO 소유 공장에서도 대형 폭발이 발생했다.

사흘 후 로마 외곽 콜레페로에 있는 ‘KNDS 암모 이탈리아’가 운영하는 탄약 공장에서 원인 불명의 비슷한 폭발이 발생했다.

이탈리아와 불가리아 관리들은 모두 이번 사건에 러시아가 개입했을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

하지만 에스토니아, 이탈리아, 불가리아의 경우 등 모두 러시아는 공격의 직접적인 배후를 자국으로 특정할 수 있는 증거를 거의 남기지 않았다.

서방 정보기관의 평가에 따르면 고도로 훈련된 요원들을 이용해 해외 공격을 자행하는 것으로 악명 높았던 러시아 군사정보국(GRU)이 이제는 범죄조직을 이용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3월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라트비아 국가보안국장 노르문즈 메즈비에츠는 “경험상 러시아 정보총국 요원들이 직접 우리 나라에 오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메즈비에츠 국장은 “그들은 자신들의 작전 및 신체적 안전에 대해 어떠한 위험도 감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신 GRU 요원들은 텔레그램 같은 온라인 메시징 앱을 사용해 공격 목표 국가에서 중개자 역할을 할 범죄 조직 내부에 정보원을 구축한다.

이 중간책들은 현지 모집책들에게 업무를 분담시키고, 이들은 암호화폐로 급여를 받으며 자신들이 러시아를 위해 일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텔레그라프는 전했다.

폴란드나 발트 3국 등 동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의 공격적인 행태를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하지만 이탈리아나 독일 등은 사태 악화를 우려해 러시아 비난을 꺼리고 있다.

러시아가 드러내고자 하는 것은 바로 서방 동맹국들 사이의 이러한 분열이라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러시아와 독일을 연결하는 가스관인 노르드 스트림이 폭파된 후 유럽 고위 관리들은 나토 조약 5조 발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규모가 작은 사보타주 사건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는 처벌받지 않는 공격이 있을 때마다 나토의 한계를 어디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지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마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러시아의 사보타주 의혹 공격이 “무모하고 위험하다”고 자주 경고하며 나토의 대응이 명확하고 신속하며 단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뤼터 총장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5년 안에 나토에 대한 무력 사용을 준비하고 있으며 서방 관리들은 이번 하이브리드 공격을 잠재적인 전조로 보고 있다.

과거에는 러시아와 접한 나토 동쪽 국경에 국한되었던 갈등이 현상이 서쪽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도 새로운 현상이라고 텔레그라프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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