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보건정책 핵심 인사, FDA 수장으로 지명
"환각제·신규 진통제엔 우호적…백신엔 신중론"
우려와 환영 공존…"극단주의자" vs "혁신적"
[서울=뉴시스]황재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차기 수장으로 백악관 국내정책위원회(DPC) 부국장인 하이디 오버턴(Heidi Overton) 박사를 지명하면서,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와 보건 당국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24일 로이터 통신 및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현지시간) SNS를 통해 오버턴을 차기 FDA 국장으로 지명한다고 밝혔다. 이번 지명은 지난 5월 마티 마카리 전 국장이 사임한 지 약 3개월 만에 이뤄졌다.
오버튼은 뉴멕시코 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의학 학위를 받은 후, 존스홉킨스 대학교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원에서 임상 연구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는 백악관 펠로우로 활동한 인물이다.
이후 트럼프 성향 싱크탱크인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에서 보건정책 책임자를 지냈고, 2기 행정부가 출범한 뒤 백악관 DPC 부국장으로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 등과 함께 행정부 보건 의제를 설계해왔다.
외신에 따르면 오버턴은 환각제 기반 치료제와 비마약성 진통제 등 개발에는 우호적인 입장을 보여온 반면 백신 정책에 있어서는 케네디 장관이 이끄는 '메이크 아메리카 헬시 어게인'(MAHA) 노선에 힘을 실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오버턴은 지난 10일 트럼프 대통령이 아동 백신 접종 일정 축소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당시 배석해 지지를 표명했다. 해당 행정명령은 홍역·볼거리·풍진(MMR) 혼합백신을 개별 접종으로 분리하고, 표준 아동 백신 접종 항목을 18개에서 11개로 줄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오버턴은 AFPI 재직 시절 낙태약을 ‘텔레어보션’(teleabortion)으로 규정하며 원격의료를 통한 처방 확대에 반대 입장을 내면서 여성단체·민주당을 중심으로 강한 반발을 불렀었다.
이에 따라 미 의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도 거센 진통이 예상된다. 야당인 민주당뿐 아니라 여당인 공화당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인준을 담당하는 상원 HELP위원회 위원장인 공화당 소속 빌 캐시디 의원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오버턴 박사의 의사로서 경험은 존중하지만, 이번 지명에 대해서는 강한 우려를 갖고 있다"며 "대규모 조직 운영 경험 부족은 인력난과 사기 저하 문제를 겪고 있는 조직을 이끌기에 준비가 안 됐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또 캐시디 의원은 "백신 행정명령에 관여한 이력은 과학적 근거를 지키겠다는 의지에 의문을 갖게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소속 패티 머리 상원의원은 SNS를 통해 "오버턴은 극우 성향의 낙태 반대 극단주의자로, FDA를 이끌 자격이 없다"며 "미국 국민은 또 한명의 트럼프 추종자가 아니라 과학과 사실을 최우선으로 하는 인물을 원한다”고 밝혔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오버턴이 케네디 장관, 메흐메트 오즈 박사 등과 함께 미국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보건 의제를 이끌어왔다"며 신뢰를 드러냈다.
규제완화 및 빠른 제품 승인 등을 필요로 하는 일부 업계에서도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세계 최대 의료기기 무역협회인 미국첨단의료기술협회(AdvaMed)는 "의료기술이 비용 절감과 환자 치료 향상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깊이 이해하고 있는 인물"이라며 인준 지지 입장을 밝혔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BMO 캐피털마켓츠 애널리스트들은 "전반적으로 리더십 공백을 해소하고 자격을 갖춘 의사를 책임자로 임명한 이번 구상은 소폭 긍정적인 신호로 평가된다"며 “그러나 우리가 중점적으로 살펴봐야 할 진정한 질문은 정치적인 모습이 아니라 그녀가 의약품 심사 과정의 예측 가능성(과 신뢰성)을 회복할 수 있을지 여부”라고 분석했다.
역대 FDA 국장들이 대규모 조직을 이끈 경험을 갖춘 전문 의료·과학 관료였던 것과 달리 행정 경험이 부족한 정책 참모 출신이 지명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하향식 통치’ 아래 FDA가 정치적 외풍과 압박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마카리 전 국장도 전자담배 승인 및 낙태약 규제 등을 둘러싼 백악관과의 갈등과 외부 압박 등에 따라 끝내 사임했다.
업계 관계자는 “FDA 수장이 바뀌면 큰 틀의 정책 방향도 바뀔 수 있다”며 “국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책 변화가 있을지도 관심 있게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jhe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