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쓴맛 벌써 잊었나…외신 "단일종목 레버리지에 다시 뭉칫돈"

기사등록 2026/08/24 10:25:54 최종수정 2026/08/24 10:40:24

FT 보도…AI 우려 속 저점 매수 확산에 순유입

美반도체 최대 레버리지 ETF에 9조원 넘게 유입

한국 주목…고강도 규제에도 "효과 불충분 우려"

[서울=AP/뉴시스] 글로벌 반도체 대장주를 기초자산으로 추종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다시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고 23일(현지 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사진은 2024년 10월2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대전(SEDEX) 2024' SK하이닉스 부스에 회사 로고가 보이는 모습. 2026.08.24.

[서울=뉴시스]고재은 기자 = 글로벌 반도체 대장주를 기초자산으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다시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고 23일(현지 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인공지능(AI) 고점 우려로 대규모 손실을 입었지만, 최근 반도체주가 저점을 찍었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자금이 다시 유입되는 것으로 보인다.

투자리서치그룹 모닝스타에 따르면 반도체 주식을 추종하는 최대 규모의 레버리지 ETF인 '다이렉션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셰어즈 ETF'는 7월부터 8월 둘째 주까지 70억 달러(9조6800여억원)에 가까운 순유입을 기록했다.

해당 상품은 미국 반도체 기업 30개로 구성된 뉴욕증권거래소 반도체 지수의 일일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한다. 반도체 지수가 최고점에서 20% 넘게 하락하는 동안 이 ETF는 6월 최고점 대비 최저점까지 70% 급락한 바 있다.

골드만삭스의 벤 스나이더 미국 주식 전략가는 "많은 레버리지 ETF에서 '저점 매수, 고점 매도(Buying the dip and selling the rip)' 전략이 인기였다"고 말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AI 열풍에 수익률을 극대화하려는 개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최근 반도체 호황의 지속 가능성을 둘러싼 우려가 불거지면서 대규모 매도세가 나타났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반등을 기대하며 이를 매수 기회로 삼았다는 분석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대한 투자 열기도 다시 달아올랐다.

홍콩에 상장된 CSOP자산운용의 SK하이닉스의 일일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상품에는 지난 6주 동안 10억 달러(1조3800여억원) 넘게 순유입됐다. SK하이닉스 주가가 장중 10% 넘게 움직이고 해당 상품의 수익률이 최고점 대비 최저점까지 86% 폭락했음에도 자금이 몰렸다.

샌디스크 추종 레버리지 ETF에도 3억5000만 달러(4840여억원)가 순유입됐다. 샌디스크 주가는 7월 한 달에만 46% 폭락하고 해당 ETF도 6월 고점 대비 85% 떨어진 바 있다.

바클레이즈의 안슐 굽타 파생상품 리서치 책임자는 "'저점 매수'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며 "저점 매수는 마치 떨어지는 칼날을 잡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FT는 특히 고강도 규제에 나선 한국에 주목했다. 한국 정부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개별 주식 변동성을 증폭시킨다는 비판 속 투자 과열을 진정하고자 개인 투자 한도, 교육 과정 의무화 등을 도입했다.

M&G 파비아나 페델리 주식투자책임자는 "시장의 거품은 상당 부분 사라졌을지 모르지만, 투자자들의 모습은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우려스럽다. 규제 당국이 조치에 나섰지만 효과가 충분하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모든 레버리지 상품에 자금이 유입된 것은 아니다. 엔비디아, 마이크론 등 미국 반도체 제조업체에 레버리지 효과를 제공하는 인기 ETF가 7월 반도체 매도세에 수백만 달러의 자금 유출을 기록했다고 FT는 짚었다.

리서치기업 케플러 슈브뢰의 이네스 바라후 ETF 자문 책임자는 "지난 1년 동안 43개의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가 90%의 손실을 봤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들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상장 폐지도 122건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변동성이 높으면 레버리지 ETF는 큰 손실을 볼 수 있다. 투자가 아니라 카지노"라고 분석했다.

특히 새로운 상품 출시도 크게 늘고 있다며 "투자자 수요를 시험해 보고 수요가 크지 않으면 다른 기회를 찾아 (증권사들이) 빠르게 문을 닫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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