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반가운 '반등'…시장이 주목한 '클래리티법' 뭐길래

기사등록 2026/08/22 09:00:00 최종수정 2026/08/22 09:12:24

박스권 뚫고 7.3만 달러 회복…워싱턴발 입법 모멘텀

SEC·CFTC 관할권 분쟁 매듭…'증권 vs 상품' 기준 명확화

재도권 진입 가속화 기대…의회 일정·민주당 협상은 변수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억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을 풍자하는 동상이 1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D.C. 국회의사당 앞 내셔널몰에 세워져 있다. 2026.03.12.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비트코인이 오랜 박스권을 뚫고 반등에 성공하면서 모처럼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랠리의 촉매로 미국의 가상자산 규제 완화법인 '클래리티법'이 지목되면서 법안의 세부 내용과 향후 파급 효과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커지는 모습이다.

22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전날인 21일 원화 기준 1억원선을 회복하면서 본격적인 반등세를 연출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1억원 선을 웃돈 것은 지난 6월2일 이후 약 두 달 반 만이다.

달러 기준 시세도 지난 19일부터 본격적인 상승세를 타고 20일 오후에는 7만 달러선을 돌파하면서, 최근 6주간 맴돌았던 6만2000~6만6000달러 박스권 상단을 단숨에 뚫어냈다.

◆'증권이냐 상품이냐' 논쟁 종식…클래리티법의 뼈대

이번 랠리의 동력으로는 미국 국채 금리 급등에 따른 글로벌 시장의 충격을 막기 위해 미국 정부의 바이백(재매입) 조치가 꼽히지만, 시장에서는 미국 정부의 가상자산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투심 회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로 인해 가상자산 시장 구조법으로 불리는 이른바 '클래리티 법안'(CLARITY Act)에 대해서도 덩달아 관심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클래리티법의 핵심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간에 수년간 이어져 온 규제 관할권 분쟁을 매듭짓는 데 있다.

그간 미국 시장에서는 특정 가상자산이 주식과 같은 '증권'인지, 금이나 원유 같은 '상품'인지를 두고 모호한 법적 기준으로 인해 혼선이 지속돼 왔다. 규제 당국 간 해석이 엇갈리면서 SEC는 소송을 앞세운 집행식 규제로 일관했고, 이는 가상자산 거래소와 블록체인 개발사는 물론 시장 진입을 저울질하던 전통 금융기관에도 불확실성으로 작용했다.

클래리티법은 이 같은 회색지대를 걷어내고 명확한 기준을 세우는 데 목적을 둔다.

특정 주체에 종속되지 않고 일정 수준 이상의 분산도를 갖춘 디지털 자산은 '디지털 상품'으로 분류해 상대적으로 유연한 규제를 적용하는 CFTC의 감독 아래 두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기준이 명확해지면 금융권과 기관투자자들의 법적 리스크가 해소되는 만큼 시장 진입 통로가 열릴 것이란 점에서 시장은 호재로 받아들이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내 멜라니아 트럼프가 지난 20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 가든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2026.08.20.

◆하원 통과부터 백악관 회동까지…입법 시계와 쟁점은

법안의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클래리티법은 지난해 7월 미 하원 문턱을 넘어 올해 5월에는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를 통과하며 본회의 처리를 눈앞에 뒀으나, 여름 휴회 전 협상이 불발되면서 9월로 처리가 미뤄졌다.

이에 시장에서는 단기적인 정책 동력이 약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왔지만,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등판으로 입법을 둘러싼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최고경영자(CEO) 등 업계 관계자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한 자리에서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압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입법 시계가 빨라질 것이란 기대감이 한층 커진 것이다.

여기에 존 튠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상원 복귀(9월 14일) 직후인 9월 15일로 표결 일정을 확정하면서 힘을 보태자 투심이 살아나며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

다만 본회의 통과까지 넘어야 할 관문은 적지 않다.

9~10월 상원 본회의 개회일이 14일에 불과해 의회 일정 자체가 빠듯한 데다, 곧바로 미국 중간선거가 닥치는 만큼 실질적인 법안 심의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다. 아울러 다음 달 15일로 예정된 표결 역시 법안의 최종 가결이 아닌 본격적인 심의 착수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적 표결이라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법안의 세부 내용을 둘러싼 조율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 일가가 친 가상자산 기조 속 경제적 이익을 얻을 가능성을 막기 위해 공직자와 가상자산 업계 간 이해충돌 방지 조항을 신설하고, 불법 자금세탁방지(AML) 장치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막판까지 문구 조율은 최대 난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비트코인보다 알트코인에 더 큰 지각변동…국내 시장 영향은

전문가들은 클래리티법이 의회 문턱을 넘더라도 그것이 곧바로 가상자산 가격의 무조건적인 폭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

실제로 클래리티법은 미국의 연방법안인 만큼,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의 규율을 받는 국내 시장과 가상자산 거래소에 즉각적인 법적 효력을 미치는 구조도 아니다. 국내 금융당국이 통화 주권 및 자금 유출 우려 등으로 보수적인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법안 통과 직후 국내 제도가 동일하게 개편될 가능성도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시장이 주목하는 이유는 생태계를 짓눌러온 규제 불확실성의 해소라는 상징적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미국의 제도 정비는 향후 국내를 비롯한 각국 규제당국의 가상자산 분류, 공시 체계 등 기준 마련에 나침반 역할을 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법안의 실질적인 수혜는 비트코인보다 알트코인 진영과 블록체인 인프라 산업 전반에 집중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비트코인은 이미 현물 ETF 등을 통해 제도권 금융과의 연결성을 갖췄지만, 대다수 알트코인은 증권성 논란에 묶여 자금 유입이 차단돼 있는 상황이다.

명확한 기준에 따라 디지털 상품으로의 지위를 획득할 경로가 열리면, 제도권 기관 유동성이 알트코인 생태계로 유입돼 시장의 체질을 개선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가상자산업계 한 관계자는 "규제가 정립된다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장기적으로 자본과 인력을 투입할 수 있는 확실한 사업 방향성이 열린다는 의미"라며 "준비된 기업과 국가가 선제적으로 움직여 글로벌 시장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국내 규제 환경의 즉각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더라도, 글로벌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는 만큼 역량 있는 국내 거래소와 금융사들이 해외 거점을 확보해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창출하려는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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