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간 마스크 없이 금속분진 노출→폐암 사망…法 "업무상 재해"

기사등록 2026/08/24 07:00:00 최종수정 2026/08/24 07:04:24

"업무와 인과관계 인정…유족급여·장의비 지급해야"

20년간 하루 15개비 흡연…"업무상 재해 부정 못해"

[서울=뉴시스] 한이재 기자 = 13년 넘게 마스크도 없이 금속분진에 노출된 채 일한 노동자가 폐암으로 사망한 경우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 서초구에 있는 서울가정법원과 서울행정법원. 2026.108.24. nowone@newsis.com

[서울=뉴시스]이승주 기자 = 13년 넘게 마스크도 없이 금속분진에 노출된 채 일한 노동자가 폐암으로 사망한 경우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진현섭)는 망인 A씨의 배우자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금속가공업체에서 약 13년 4개월간 그라인더 등을 이용해 철·알루미늄·탄소강·스테인리스강 등을 절단·연마하고 기계부품을 가공했다.

그는 2021년 9월 원발성 폐암(선암)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던 중 사망했다. 사망 원인은 '폐의 악성신생물'이라고 기재됐다.

A씨의 배우자인 원고는 폐암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청구했다.

그러나 공단은 "A씨의 금속분진 노출 수준이 낮고 이는 폐암 발암물질에 해당하지 않는 점, 니켈·크롬 분진에 노출됐으나 발암성 형태는 아니었던 점, 절삭유에도 노출됐으나 함유된 다핵방향족탄화수소(PAHs) 노출 수준이 미미한 점 등에 비춰 이 사건 상병과 A씨의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지급을 거부했다.

원고는 다시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으나, 공단은 같은 이유로 재차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을 결정했다. 이에 불복해 원고는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씨의 업무와 폐암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작업을 하면서 수용성 금속가공유 미스트와 금속 흄(분진)에 장기간 노출됨으로 인해 폐암이 발생했거나 그와 같은 업무상 요인이 다른 요인과 결합해 병의 발생을 촉진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A씨가 작업한 스테인리스강과 열처리강에는 크롬과 니켈이 함유돼 있고, 그라인더를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고열과 마찰열로 6가 크롬이나 니켈 화합물 등 발암성 형태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고온의 절삭 과정에서 발생한 초미세 입자와 절삭유 미스트 역시 폐 깊숙이 침착될 수 있다고 봤다. 이는 폐포 세포의 DNA를 직접 타격함으로써 선암 발생의 위험을 높인다.

A씨에게 약 20년간 하루 평균 15개비의 흡연력이 있는데, 재판부는 이를 이유로 업무상 재해를 부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직업적 발암물질 노출과 흡연이 결합할 경우 세포의 DNA 복구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려 암세포로의 변이가 가속화돼 단순히 두 요인의 위험을 합친 것보다 더 높은 위험성이 있다"며 "A씨의 흡연력이 업무와 폐암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에 재판부는 공단의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이 위법하다며 이를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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