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으로 투자하던 시대는 끝났다"…빅테크 AI 빚, 국채금리도 압박

기사등록 2026/08/21 14:54:42 최종수정 2026/08/21 15:50:24

자체 현금 중심서 회사채 조달로…4개사 7월 초까지 1940억달러 발행

신규 채권 쏟아지며 알파벳·아마존·오라클 가산금리 상승

[뉴칼라일=AP/뉴시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리사 쿡 이사가 인플레이션 재발 위험을 강력히 경고하며 필요시 추가 금리 인상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미국 인디애나주 뉴칼라일에 있는 아마존웹서비스(AWS)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2026.05.28.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비를 마련하려고 회사채 시장에서 대규모 자금을 빌리는 미국 빅테크들의 조달금리가 오르는 가운데, 이들의 채권 발행이 미 국채 수익률에도 상승 압력을 더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뉴욕타임스(NYT)는 20일(현지시간) 빅테크의 AI 투자비 조달 방식이 자체 현금 중심에서 회사채 발행으로 바뀌면서 기업뿐 아니라 정부와 가계의 차입비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알파벳과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등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인프라를 운영하는 5개 ‘하이퍼스케일러’는 그동안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으로 AI 투자의 상당 부분을 충당했다. 루커스 베인스 뱅가드 선임 투자전략가는 “지난 10년 대부분의 기간에 대형 기술기업들은 영업현금흐름으로 투자비를 조달했다”며 “그 시대가 끝나고 있다”고 말했다.

NYT에 따르면 알파벳과 아마존, 메타, 오라클 등 4개사는 올들어 지난달 7일까지 약 1940억달러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는 이들 기업이 2025년 한 해 발행한 약 1080억달러보다 79% 많다.

5개사 가운데 최근 1년간 회사채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지 않은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뿐이다. 골드만삭스는 5개사의 회사채 발행액이 올해 약 2500억달러, 2027년에는 4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뱅가드가 인용한 전망을 보면 하이퍼스케일러뿐 아니라 반도체업체와 데이터센터 개발사, 전력회사까지 포함한 AI 관련 회사채 발행액은 올해 3000억~5700억달러에 이를 수 있다. 5대 하이퍼스케일러의 연간 자본지출은 올해 약 8000억달러에 접근하고 2027~2030년에는 연간 1조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1조달러는 회사채 발행액이 아니라 전체 자본지출 규모다.

[뉴칼라일=AP/뉴시스] 글로벌 반도체 종목들이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에 힘입어 2000년대 초 닷컴버블 이후 역대 최고의 성적을 기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8일(현지시간) 반도체 업종의 대표 지표인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SOX)가 올해 들어 약 75% 급등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2025년 10월2일(현지 시간) 미국 인디애나주 뉴칼라일에 있는 아마존웹서비스(AWS)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서 한 기술자가 작업하고 있는 모습. 2026.05.28.
회사채 공급이 늘자 투자자들은 채권을 사주는 대가로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회사채 금리는 같은 만기의 미 국채 수익률에 기업의 신용위험과 시장 수급을 반영한 ‘가산금리’를 더해 정해진다.

알파벳이 지난 4월 발행한 10년물 회사채의 가산금리는 미 10년물 국채보다 0.63%포인트 높았다. 이달 다시 발행한 10년물의 가산금리는 0.85%포인트로 확대됐다. 아마존의 10년물 가산금리도 2025년 11월 0.55%포인트에서 올해 7월 0.80%포인트로 상승했다.

5개사 중 신용등급이 가장 낮은 오라클은 2025년 9월 10년물을 국채보다 1.05%포인트 높은 금리로 발행했지만 올해 2월에는 1.45%포인트를 더 줘야 했다.

빅테크의 회사채 발행이 급증한 가운데 미 장기 국채 수익률도 20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뛰었다. 미 재무부 집계에서 30년물 국채 수익률은 지난 17일 5.31%까지 올랐다가 19일 5.19%로 내려갔고, 20일에는 5.23%로 다시 상승했다. NYT에 따르면 30년물 수익률은 이번 주 한때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재무부는 19일 이미 발행된 장기 국채를 다시 사들이는 유동성 지원용 국채 환매의 회당 규모를 20억달러에서 최소 40억달러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조치는 9월9일부터 시행된다. 발표 직후 장기 국채 수익률은 일시적으로 하락했다.

【뉴욕=AP/뉴시스】9일(현지시간)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한 트레이더가 머리를 감싼 채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 이날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이탈리아 국채 금리 인상과 그리스 새 정부 구성 난항 소식에 350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30년물 국채 수익률은 미국의 장기 자금조달 여건을 보여주는 지표다. 미국의 30년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통상 10년물 국채 수익률과 주택저당증권(MBS) 가산금리의 영향을 더 직접적으로 받지만, 장기금리 전반이 오르면 가계와 기업의 대출 부담도 커질 수 있다. 차입비용 인하를 약속한 트럼프 행정부에도 부담이다.

AI 투자가 금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첫 번째 경로는 경제성장이다.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전력설비 등에 투자가 몰리면서 성장률 전망이 높아지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높은 수준에 더 오래 묶어둘 가능성이 커진다.

두 번째 경로는 장기채 공급 증가다. 빅테크가 만기 20년이나 30년의 회사채를 대거 발행하면 장기채 투자자를 놓고 국채와 경쟁해 국채 수익률에도 상승 압력을 줄 수 있다. 다만 미 국채시장의 규모가 워낙 커 AI 회사채의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반론도 있다. NYT는 재정적자와 이란전쟁 장기화 역시 장기금리 상승 요인으로 꼽았다.

맷 이건 루미스세일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회사채 조달비용이 오르는 이유가 빅테크의 부도 위험이 커져서가 아니라 정부와 기업이 쏟아내는 막대한 채권을 투자자들이 소화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들이 부도날 위험은 없다”며 “앞으로 더 높은 수익률을 주는 채권이 나오면 지금 사둔 채권을 떠안게 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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