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고집전 비튼 무장애 음악극 '옹옹옹'…"수어통역사와 배우 경계도 허물어"

기사등록 2026/08/20 20:27:53

국립극장 배리어프리 공연 '옹옹옹'

고전 '옹고집전'에 AI·소외계층 투영

다역 소화하며 '진짜'의 의미 묻다

내달 3~6일, 달오름극장 무대

[서울=뉴시스]20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열린 무장애 음악극 '옹옹옹' 시연에서 옹고집 역을 맡은 김유남 (왼쪽) 배우가 열연하고 있다. (사진=국립극장 제공)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수어 통역사들이 무대 위에서 배우나 퍼포머로서 계속 움직이는데, '누가 진짜 배우지?' 이런 고민들도 함께 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20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열린 기획공연 '옹옹옹' 라운드 인터뷰에서 강훈구 연출은 강훈구 연출은 "지금까지 관람했던 무장애(Barrier-free) 공연과는 다른 것을 시도해보고 싶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강 연출은 "수어 통역사들을 명확하게 보조적인 존재로 배치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항상 함께 움직이고 리드하는 경우도 존재할 수 있도록 동선을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다음 달 3일부터 6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초연되는 '옹옹옹'은 조선 후기 고전소설 '옹고집전'을 모티브로 삼았다. 진짜와 가짜를 가려내던 원작의 서사에 동시대의 고민을 녹여낸 작품이다.

강 연출은 기획 의도에 대해 "AI(인공지능)가 나를 대체할까 두려워하는 시대, 도대체 무엇이 진짜인지 고민할 수밖에 없는 동시대적 이야기"라고 짚었다. 서동민 작가는 "누군가를 가짜로 몰아내는 상황에서는 그 누구도 진짜일 수 없다는 것이 핵심 메시지"라며, 가출 청소년, 비정규직 노동자, 장애인 등 정상성의 기준에서 밀려난 존재들의 처지를 가사 등 텍스트를 통해 '옹고집'이라는 인물에 투영했다고 설명했다.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역할 바꾸기와 장르의 파괴다. 저신장 배우 김유남이 극의 중심인 '실옹가(진짜 옹고집)'를 맡고, 한국대중음악상 수상자인 추다혜를 비롯해 김솔지, 류세일, 지혜연 배우가 돌아가며 '허옹가(가짜 옹고집)'와 다역을 소화한다.

[서울=뉴시스]20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열린 무장애 음악극 '옹옹옹' 라운드인터뷰에서 강훈구 연출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국립극장 제공)
강 연출은 "도대체 무엇이 진짜인지 알 수 없는 세계를 표현하기 위해 무대 위에 턴테이블을 활용했다"며, 관객들이 끊임없이 '진짜'의 의미가 무엇인지 반문하게 만들 것이라고 부연했다.

음악 장르의 융합도 시도된다. 밴드 상자루의 조성윤 음악감독은 "1장은 이렇게 판소리처럼 시작을 하지만 점점 가면 갈수록 중심에서 벗어나는 음악들이 많이 나온다"며 "전통 판소리로 시작해 점차 중심에서 벗어난 록, 힙합, 테크노 등 다채로운 장르로 확장된다"고 했다.

성악을 전공한 청각장애 배우 지혜연은 청력을 잃은 이후 10년 만에 음악극에서 노래와 연기를 함께 선보인다.

인공와우를 착용한 지 배우는 "이렇게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소화하는 것이 도전이었지만, 동료 배우들과 음악감독의 세심한 체크 덕분에 꿈에서 노래를 부를 정도로 즐겁게 임하고 있다"며 벅찬 소감을 전했다.

'옹옹옹'은 5명의 수어 통역사가 무대에 올라 각 배우와 1대 1로 호흡을 맞추는 '그림자 통역'을 제공한다. 수어 통역사들은 대사 통역을 넘어 배우의 움직임까지 동기화한다. 김솔지 배우는 "제가 즉흥으로 춤을 추면 통역사분이 영상으로 보고 다음 날 똑같이 연습해 온다"며 작업의 디테일을 밝혔다.

[서울=뉴시스]20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열린 무장애 음악극 '옹옹옹' 시연에서 배우들이 열연하고 있다. (사진=국립극장 제공)
정지현 수어통역사는 "처음엔 입력값을 주면 출력하는 바둑돌 역할을 생각했지만, 연출과 배우들의 개입으로 경계를 허물고 함께 놀아보는 분위기로 맞춰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홍남 수어통역사는 "시각 언어와 음성 언어의 차이로 인해 '옹'이라는 글자를 수어로 해석하는 과정이 가장 어렵다"며 "이응(ㅇ)과 모음을 분리시켜 대사의 의미 형태를 만드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강 연출은 무장애 공연의 '정보 전달 강박'을 꼬집기도 했다.

강 연출은 "모든 대사가 잘 들리고 다 보여야만 관객이 불만을 가지지 않는다는 강박을 가지면 오히려 공연이 줄 수 있는 재미가 떨어진다"며 "어떤 것들은 안 보이게 숨기거나 헷갈리게 두는 것 자체가 의도일 수 있으며, 이러한 조율을 통해 새로운 연극적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옹옹옹'은 초등학생 이상 관람할 수 있으며, 실시간 자막과 음성안내 수신기를 통한 음성 해설이 함께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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