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필 "제청권과 임명권은 동등" 정면 돌파
與 "임명권 침해"…정당성, 탄핵 여부 등 쟁점
"李가 제왕인가"vs"조희대, 헌법적 관습 파기"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은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헌법에 따라 대법원장은 대법관 후보를 제청할 권리가 있고, 대통령과 국회는 각각 임명권과 동의권을 행사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헌법 제104조 2항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에 규정된 3부(입법·사법·행정)의 대법관 구성권한은 동등하므로, "대법원장은 본인 판단에 따라 제청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여권에서는 조 대법원장의 '임명권 침해'라고 질타한다. 박균택 의원은 전날 "임명권을 존중한다면 대통령이 원하는 인물로 제청이 이뤄져야 하는 것인데, 조 대법원장 식의 해석이라면 임명권을 압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관 구성에 대한 헌법 조문이 현재처럼 개정된 1987년 이래 39년 동안 대법원장과 대통령은 신임 대법관 구성에 있어 합의를 본 후 절차를 밟았으나 관례도 깨졌다.
제청권과 임명권이 부딪히면 관례를 깨는 것은 정당한지, 대법원장의 탄핵 사유가 될 수 있을지가 쟁점이다.
제청권을 긍정하는 학자들은 대통령의 임명권도 국회와 대법원장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회가 인준을 부결시키거나 대통령이 임명을 거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청권에도 한계가 있다는 점이 근거로 꼽힌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여권 일각의) 임명권에 대한 도전이라는 표현은 전근대적 사고 방식을 갖고 있지 않은 한 쓰기 어렵다"며 "대통령이 무슨 왕인가. 민주적 법치국가의 여당이 맞는가"라고 질타했다.
그는 "관행을 깼다고 하는데, 대통령이 깬 것이기도 하다"라며 "(대법원장이) 합의를 하자고 만나자고 했는데 (대통령이) 만나주지 않았다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대통령이 형사 피고인 신분인 만큼 임명권이 있어도 대법관 임명에 관여하지 말아야 한다"며 "탄핵을 해도 가능성이 제로다. 위법 행위가 없는데 무엇을 하겠나"라고 지적했다.
'제청권과 임명권이 동등한 권리'라는 해석을 비판하는 학자들도 있다. 대법관 구성을 대통령 마음대로 해서도 안 되지만, 대법원장 개인이 독단적으로 구성하게 둬서도 안 된다는 지적이다. 대법원장 개인에 제청권을 준 국가가 거의 없고, 1972년 유신 헌법의 잔재라는 취지다.
현행 헌법 조문에 제청권은 대법원장에게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민주화 이후 대통령과 대법원장의 합의라는 방식으로 '헌법적 관행'이 굳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를 깬 것은 탄핵 사유가 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는 "40년 가까이 헌법적 관행을 통해 합의의 방식으로 대법원을 구성해 놓고 이제 와서 '그렇게 하지 않겠다, 명시적 규정에 따라서 하겠다'고 싸우는 것"이라며 "이번 사태는 헌법적 관습을 인정할 만한 중요한 사례로 충분히 탄핵 심판의 쟁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승익 명지대 법학과 교수(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는 "대법원장도 임명권을 무시한 것"이라며 "대통령도 특정 후보를 선호했지만 대법원장도 고집을 부리며 실랑이를 한 만큼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학계에서도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공은 청와대로 넘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이 임명권 행사를 보류하고 다시 대법원과 협의에 나서거나, 국회로 임명동의안을 보내 공을 넘기거나, 아니면 직접 동의안을 보내지 않는 식으로 임명을 거부하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여권에서는 '묵과하기는 어렵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탄핵 추진 여론도 없지 않지만 정치적 부담이 크지 않겠냐는 반응도 나온다. 대법관 인준안을 표결에 부쳐 부결시키거나, 이참에 법원행정처 폐지 등 '대법원장 힘 빼기' 사법개혁의 동력으로 삼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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